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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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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어 28_임대 Nuoma 임대 표시가 붙은 점포를 보면 그 전에 어떤 가게가 있었는지부터 생각해보게 된다. 기억에 남지 못한 장소였기때문에 결국 또 임대를 하고 있다는것으로 결론이 난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올드타운인데 금세 문을 닫는 식당이나 가게들도 은근히 많다. 그런데 또 이렇게 임대를 하는곳은 새로운 가게가 생겨도 잘 되지 않는곳이 많다. 이곳이 어떤 공간이 될지 두고볼 생각이다. 그렇게 열고 닫는 가게들과 함께 빌니우스에서의 하루도 지나간다.
리투아니아어 27_왕국 Karalystė 버스타는것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우선 멀미가 날것 같고. 항상 더 오래 걸리는것 같고. 덜컹거리니깐 잘 휘청거리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하철에 너무나 익숙해진탓이다. 지하철에 익숙해진 이유는 물론 앞의 세가지이유 때문에 버스를 피해다녔기 때문이지만. 빌니우스에는 지하철이 없다. 유동인구도 적고 한때 지하철 관련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니기도 했는데 조소로 가득찬 반응에 그 이야기는 쏙 들어가버렸다. 빌니우스에 살면서도 버스를 탈일은 거의 없다. 병원이든 우체국이든 역이든 관공서든 어디든 길어야 30분정도 걸으면 다 닿을 수 있다. 그래도 버스를 타야 할일이 간혹 생긴다. 꼬마 아이의 생일 잔치에 가느라 오랜만에 버스를 탔는데 역시나 먼 동네들이 짊어지고 있는 투박하고도 음울한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어 돌아왔다...
롱샹으로 심심해서 아마존 탐험을 하다가 책 한권을 샀다. 서울에서 르 코르뷔지에 전시회를 보고 얼마지나지 않아 베를린에서 베를린 버전 위니테 다비따시옹을 마주하고 온 감동이 가시지 않는 와중에 그 여운을 무한으로 지속시켜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교보문고의 원서코너 땅바닥에서 시작된 밑도 끝도 없는 애정을 좀 더 학구적인 아마추어의 탐구 자세로 바꿔야겠다는 욕구도 생긴다. 사실 르 코르뷔지에를 기념하기 위한 모뉴먼트 하나를 보고 인도로 떠났기에 이 건축가에 대한 존경을 표현할 수 있는 더 이상의 방법을 모르겠지만 특별히 의도치 않았어도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실재의 그를 맞닥뜨리는 기회가 생기는것 그 자체에 고무되는것 같다. 이 책은 르 코르뷔지에 말년의 역작 롱샹 성당에 관한 책인데 얼핏 한국의 살림지식..
쓸데없는짓 세살 아기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았다. 선물로 뭘 살까 고민하다가 마침 초대받은 놀이방 근처에 러시아 서점이 있었다. 아이의 부모는 리투아니아어를 문제없이 구사하지만 어쨌든 이들은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쓰는 친구들이다. 러시아 동화책 한권과 공주가 그려진 키재는 긴 도화지를 사서 계산대로 걸어 가는데 작은 사전이 보였다. 러시아어-독일어 사전이었다. 몹시 가볍고 심플했고 언젠가 뻬쩨르부르그에서 산 그러나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작은 러시아어 사전이 생각나 덥석 집었다. 회색 바탕에 독일 국기를 모티프로 한 커버는 여지없이 베를린을 떠오르게 한다. 무뚝뚝한 독일 작가가 썼을법한 세워놓은 가구같은 여행 수필의 느낌, 왠지 사용 빈도와는 상관없는 작자의 개인적인 단어들로 가득할것 같은 사전이다. 사전사는것을 좋아한다...
Coming home_Yimou Zhang_2014 오랜만에 중국 영화를 보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오랜만에 공리의 영화를 보았다. 언제봐도 새로운 얼굴. 많은 그녀의 영화를 봤지만 새로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예전의 영화들은 전부 잊어버리게 된다. 그냥 보고 있는 영화의 그 인물만이 그가 연기해내는 유일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배우이다. 천부적인 재능과 부단한 노력의 결과이겠지만 항상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이 영화속에서 그녀가 연기하는 한 인물조차도 전혀 다른 두 인물이라고 여기게 한다. 탈출해서 돌아온 남편을 만나기위해 밤새 화빵을 굽는 여인과 20년을 기다린끝에 돌아온 남편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여인은 분명 같지만 다른 인물이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편지속의 남편으로 남아서 이미 돌아온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편지를 읽..
Berlin 17_마우어 마켓 난 크고 작은 여러물건들을 샀다.
Berlin 16_베를린에 어둠이 내리면 배려 천사 베를린
Fastball_The Way 베를린을 떠나는 날. 밤 10시 비행기여서 점심을 먹고도 집에서 밍그적 밍그적 거리던 날. 학원에 가야 하는 친구를 가지말라고 구슬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음악을 듣는 와중에 친구가 무심코 던진 영어 문장이 어떤 노래의 가사일까를 추리하는 와중에. (Where were they going without ever knowing the way 부분이었다) 이미 그 노래가 무엇인지를 찾아낸 친구가 그럼 이 노래를 맞추면 가지 않겠다고 문제를 낸 노래이다. 결국 이 노래는 못맞췄다. 그래도 친구는 학원에 가지 않았다. 이 노래가 유행하던 시기에 덩달아 유행하던 몇몇 곡들이 (혹은 비슷한 스타일이어서 항상 헷갈렸는지도) 있었다. Wallflowers 의 One headlight 나 Hoobastank의 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