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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Lost in Paris (2016)



좀 더 이전에 본 파리 배경의 영화 한 편 더. 에펠 탑 위의 이들은 캐나다인 사서 피오나와 그녀의 이모 마르타 그리고 파리의 노숙자 돔이다. 피오나는 파리에 사는 이모 마르타로부터 엽서 한 통을 받고 배낭 하나를 달랑 짊어지고 이모를 찾아 파리에 도착한다. 마르타는 피오나가 아주 어렸을때 파리를 꿈꾸며 이민을 왔고 이제는 보호자도 없는 고령의 노인이 되어 요양 시설에 보내질 위기에 처해있다. 그녀는 피오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비록 약간의 치매 증상을 보이지만 시설에 옮겨져서 지금껏 누려온 자유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피오나가 배낭과 함께 센 강에 빠지면서 모든 일이 꼬인다. 그리고 그 배낭을 파리의 노숙자 돔이 발견하면서 그들은 연결된다. 돔은 센 강변의 텐트 속에 살며 쓰레기 통에서 주운 파프리카를 강변의 사각 맨홀을 그릴 삼아 구워 먹는다. 배낭을 건진 돔은 피오나의 옷이며 가방은 물론이고 그녀의 돈까지 쓴다. 그리고 그들은 센 강의 선상 레스토랑에서 만난다. 그리고 마르타를 함께 찾아나서게 된다. 피오나와 돔을 연기한 피오나 고든과 도미니크 아벨은 오랫동안 많은 영화를 함께 연출한 파트너이다. 내가 처음으로 본 그들의 영화는 룸바(rumba) 였다. 이렇듯 그들은 춤을 사랑한다. 돔의 좁은 텐트 속에 붙어있는 피나 바우쉬의 포스터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영화 룸바는 잔혹한 블랙 코미디였다. 집이 불에 타서 홀라당 날아가 버린다든가 다리가 잘려 나가는 등의 극단적인 상황들이 아무런 대사도 표정도 없이 오로지 무용적 요소들로 무덤덤하게 연결되는 것을 보며 연출자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룸바와 비교했을때 이 영화는 대사도 훨씬 많아졌고 기존의 영화 문법에 좀 더 충실해졌지만 여전히 시니컬하고 연극 무대를 화면에 옮겨 온듯한 느낌 또한 여전히 강하다. 도서관 문이 열려 스티로폼 같은 인공 눈이 음향과 함께 몰아 닥치면 배우들이 의자를 뒤로 움직여 불어닥치는 바람을 표현한다든가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이 종업원이 움직이는 스피커의 베이스 사운드에 맞춰 포크과 나이프를 든채 어깨를 들썩거린다든가 하는 장면이 그렇다. 스피커가 저쪽으로 옮겨가면 방금 전까지 어깨를 움직이던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또 칼질을 시작하는 식이다. 에펠탑 위에서의 사다리 퍼포먼스도 그렇다. 에펠탑 위의 사다리라니 그 아슬아슬함을 표현하는데에 겁에 질린 표정이나 괴성은 필요없다. 그냥 무대 위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는 무용수들처럼 침착하게 움직인다. 영화 속의 모든 비논리적인 움직임들은 보는 이에게도 뜻밖의 자유를 선사한다. 영화를 보고 나면  두 발로 이 도시를 얌전하게 걸어다니는 것이 참 지루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느껴질 정도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발을 구르면서 양말을 찾고 싶어진다. 자잘하고 재기발랄한 움직임으로 가득한 영화들이지만 라라랜드처럼 장면 하나를 완전히 장악하는 카리스마 있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발전되지는 않는다. 최소한의 움직임은 하나의 이음새 역할을 하고 장면들은 하나의 프레임 속에 한정된다. 주어진 예산과 한정된 소품들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이들은 얼마나 머리를 싸맸어야 했을까. 결과적으로 그것은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코미디, 그들만의 영화 세계가 되었다. 한 두 편의 영화를 더 보고 나면 이제는 그들의 판타지에도 익숙해질지도 모르지만. 뉴욕이 배경이었던 영화 '5 to 7' (https://ashland11.com/662) 에서 주인공 브라이언이 아마도 그랬다. 뉴욕에서 20 발자국만 걸으면 아는 사람 혹은 알고 싶은 사람을 다 만나게 된다고. 파리 사람들도 아마 깊게 공감할 문장이다.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과 그런 그들을 완벽하게 포용하는 도시들이 있다. 그런 도시들에서는 많은 이야기들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누구든 마음에 드는 거리 한 블럭 정도는 지니고 있을테니. 한 블럭의 거리는 생각보다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20 발자국도 못벗어나서 누군가과 연결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뉴욕이라면 파리에서 길을 잃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겨우 연결된 전화 통화속에서 마르타는 피오나에게 지금 뉴욕이라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마르타와 피오나는 오래 전 파리의 미국인 이민자들이 자유의 여신상을 세워 놓은 센 강의 시뉴 섬에서 조우한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자신의 기억속에 파리에서 길을 잃는 마르타의 이야기이다. 사회 복지사의 방문을 피해 집밖으로 뛰쳐나온 마르타를 따라 우리는 마르타의 생애가 녹아있는 파리를 여행한다. 옛 연인 노먼과 함께 페르라셰즈 묘지 벤치에 앉아 춤을 추는 모습, 돔을 만나 샴페인을 마시고 왈츠를 추며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장면, 마르타를 찾는 도중 피오나가 마주치고 스치는 모든 풍경들이 결과적으로는 젊은 시절의 마르타가 기억하는 파리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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