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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 22_Berlin cafe 05_Double Eye 베를린은 생각보다 큰 도시가 아니었다. 서울의 지하철 노선도를 근거로 서울의 물리적 크기가 무의식 깊숙히 자리잡은 상태에서 베를린의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서 여기서 여기까지가 이만큼 정도이겠지 예상하면 그 예상은 항상 보기좋게 빗나갔다. 잠실에서 종로쯤일거라 생각했던 거리는 그냥 잠실에서 건대 입구 정도. 종로에서 일산까지 라고 생각했던 거리는 그냥 종로에서 대학로 정도까지였다. 지하철에 오르고 내리는것이 너무나 편한 구조여서 잦은 이동으로도 피로감을 주지 않았던 작은 베를린, 그렇지만 구역마다의 느낌은 제각각이었다. 크로이츠버그 Kreuzberg 의 옆동네이지만 상당히 멀리 떨어져있을거라 생각했던 쉐네버그 Schoneberg 지역은 그냥 정말 가까운 옆동네였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좀 덜 상업적이..
Berlin 21_Berlin cafe 04_St. Oberholz St. Oberholz. 검색해서 찾아간 첫 카페이기도 하고 오후 8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기에 선택권이 없어서 찾아 갔던 카페이기도 하다. 이 카페는 보통 오후 7시경이면 문을 닫는 베를린 카페들과 달리 비교적 늦은 시간까지 문이 열려있다. 이 카페를 간 날은 아침에 Father Carpenter 카페에 갔던 날이기도하고 (http://ashland.tistory.com/601) 모듈러라는 이름의 대형 문구상점에도 들르고 무게당 가격을 매기는 중고옷상점에도 들렀었고 유태인 메모리얼부터 브란덴부르크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커피 한잔만 들이킨채 종횡무진 열심히 돌아다녔다. 그리고 오후 늦게 커피 한잔이 더 마시고 싶어졌을때는 이미 7시를 넘겨버린 시간이었다. 그래서 브란덴부르크 근처에서 100번버스를 타고..
Berlin 20_Berlin cafe 03_Father Carpenter 베를린에서는 거의 30곳에 육박하는 카페에 갔는데 무슨 이유인지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다. 좀 더 시시콜콜한 사진들을 많이 남겨왔더라면 베를린 카페들에 대한 그럴듯하고 유용한 기록을 남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조금 아쉽기도 하다. 심지어 커피를 마시러가면 습관적으로 기계적으로 찍는 커피 사진도 남기지 않은적이 많다. 카페에 가면 으례 커피와 카페들에 대한 담론으로 그 시간들을 채워나갔음에도 낯선 도시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듯 존재했던 그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는 그 순간에 완전히 빠져들었던것이 아닌가 싶다. 카메라와 폰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음에도 내가 뭔가를 기록하는 그 순간 놓쳐버릴 지 모르는 주변의 공기와 호흡들에 은연중에 그 우선순위를 내어준것 같다. 그리고 카메라 셔터로 멈춰서 세워놓을..
리투아니아어 32_리투아니아 Lietuva (Vilnius_2016) 3월말에 서울에서 돌아와서 맞닥뜨린 빌니우스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이 건물이 없어진것이다. 이 건물은 이제 없다. 그냥 없다. 없다는것만큼 명백한것이 없다. 없는것을 제외하면 없는것은 없는것이다. '우리 리에투바 극장 앞에서 만나자' 하면 '어? 그거 오늘 거기에 없을걸? 그거 없어졌잖아.' 라고 말하는것이다. 무심코 서있었던 콘크리트 덩어리 들이지만 특정 시간과 공간속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것은 불특정 다수에게 가느다랗게나마 생채기를 남긴다. 회색 하늘 아래에서 더 짙은 회색으로 반짝였던 저 Lietuva 라는 글자도 이제는 없다. 빌니우스의 중앙역 부근부터 시작해서 구시가지의 핵 Gediminas 대로까지 구시가지를 감싸안듯 척추처럼 연결되는 Pylimo 거리의 허리..
Lion_Garth Davis_2016 내가 알고있다고 생각하는 나와 내가 모르는 나 사이의 채울 수 없는 간극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어릴때 실수로 탄 기차로 인해 집에서 1600킬로미터나 떨어진 캘커타로 튕겨져나와 결국은 바다 건너 호주로 입양되는 인도 소년에 대한 이 영화는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러 그가 다시 인도로 돌아와 잃어버린 가족과 조우하고 자신의 이름이 '사루' 가 아닌 사자라는 뜻의 힌디어 '셰루' 라는것을 알게되는 과정까지를 다룬다. 뭔가를 기억한다는것은 때로는 채워넣으려는 욕구, 결핍에의 대항과 닮은면이 있다. 사루가 그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낼 수 있었던것은 혼자가 된 그 순간부터 끊임없이 자신의 얼마되지 않았던 작은 세상을 되새김질한 결과이다. 마치 꿈을 꾸고 난 직 후 점차 형체없이 사라지는 이야기들..
바르샤바의 휴일 아침 (Warsaw_2008)낯선곳에 휴일에 도착하는것 좋다. 일요일인 경우는 드물고 어쩌다보니 그 나라의 국경일, 공휴일인 경우가 더러 있다. 8월의 바르샤바. 휴가철이라 국기가 걸린집도 거의 없었다. 시에서 주관하는 행사에는 멀뚱멀뚱 여행객들만 한 가득 했다. 이탈리아였으면 오색찬란한 블라인드들이 건물을 뒤덮고 있었겠지만 그만큼 덥지도 않으니 황량하다. 휴일의 여행은 다큐멘터리 같다. 발걸음과 카메라 셔터 소리, 횡단보도 경보음을 나레이터로 삼고 잠 든 도시를 기록하는 것이다.
크라쿠프의 어떤 광고 (Krakow_2008)오래전 폴란드 여행은 아주 급조된 여행이었다. 휴가가 시작됐고 아무런 계획이 없던 상태에서 오전에 걸어다니다 그냥 폴란드에 다녀오자로 결론이 났고 책가방 하나를 꾸려 집을 나섰다. 집에 놔두면 썩어버릴것 같은 과일과 빵들도 에코백에 주섬주섬 챙겼다. 매일 밤 10시경에 폴란드로 떠나는 밤 버스가 빌니우스 중앙역앞에서 출발한다. 나는 그해로부터 딱 2년전에 똑같은 바르샤바행 버스표를 버린적이 있다. 급조된 여행이었음에도 꽤나 대담한 루트로 움직였다. 한 군데에 되도록이면 오래도록 머무는 기존의 여행 스타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여행이다. 긁어모을 판타지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떠난 여행은 또 그런대로 즐거웠다. 마치 도시와 점심 약속을 잡은듯 내려서는 도시와 밥을 먹고 커..
Berlin 19_술 취한 베를리너가 Berlin_2017 날 밀어버리는건 아니겠지 생각했다. 죽는 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열심히 사랑하자.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