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07) 썸네일형 리스트형 리투아니아어 30_예술 Menas 빌니우스의 타운홀을 바라보고 섰을때 북쪽의 오른편에 자리잡고 있는 이 건물은 빌니우스의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이다. 고풍스럽고 단아한 건물들이 어깨 겨루기를 하는 구시가지 내에서 단연 세련되고도 모던한 건물을 꼽으라면 아마 이 건물이 될텐데 이 건물도 알고보면 지어진지 50년이 된 오래된 건물. Vokieciu 거리의 초입에 자리잡아 얼마간 이 거리를 휘감아 들어가는 이 건물의 1층에는 '맛' 이라는 이름의 한국 식당도 있다. 아마도 빌니우스의 유일한 한국식당이지 않을까 싶다. 이 식당에서 음식을 먹어본적은 없으나 간혹 지나칠때면 한복을 입은 리투아니아인이 서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리투아니아어로 예술은 Menas 이다. 예술가는 Menininkas (Menininkė). 센터를 꾸미고 있으므.. Egpyt 06_아비도스의 빛 Abydos_2003 와인 한 병이 눈에 들어와서 사왔다. 기내에서 줄 법한 200ml 도 채 안되는 작은 칠레산 와인이었는데. 무슨 은행 금고의 채권도 아닌것이 떠들썩한 보통의 마트 한켠에 생뚱맞은 작은 와인 냉장고 속에 곤히 놓여있는것이다. 와인병의 에티켓에 120이라는 숫자가 크게 적혀있었다. '120명의 영웅을 기리며' 라는 문구와 함께. (검색해보니 이 와인은 산타 리타라는 칠레의 도시 어느 농장에서 은신중이었던 120명의 군인들을 기리기 위한것이라고 한다. 스페인 지배하의 칠레 독립을 위해 싸우는 군인들을 농장주가 스페인 군대에 농장이 다 불탈것을 감수하고 숨겨준것이라고.) 근데 난 이 글을 쓰기 직전 다시 와인병 에티켓 문구를 확인할때까지 영웅을 왜인지 신으로 인식했다. 120의 신을 기리는.. Vilnius 47_꽃과 컨테이너 오늘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퇴근하는 친구와 함께 친구네 집에 잠깐 들렀다. 구시가지에 있는 친구네 집 마당에는, 정확히 말하면 여러 가구가 함께 공유하는 작은 중정인데 큰 나무 한 그루가 있고 주위에 작은 돌담처럼 돌려 막아놔서 앉아 있으면 차도 내어오고 맛있는 비스킷도 주고 아이들이 뛰어 놀 수도 있고. 여기저기 걸어다니다가 생각이 나면 연락을 해서 들르곤 한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앉아 있다 오려고 했지만 여름 별장에 간다고 해서 아쉽게도 그러진 못했다. 러시아의 다챠처럼 리투아니아에도 일반적으로 교외에 작은 시골집같은 썸머하우스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여름이 되면 꽃도 심고 샤슬릭도 구워먹고 그러는 곳. 주말도 아닌데 거기가면 내일 아침에 훨씬 더 일찍 일어나서 출근을 해야함에도 곧 지나가버릴 여름.. Treccia pasta 이 파스타면을 정말 좋아하는데. 우선 푸질리나 펜네에 비해 밀가루 맛이 덜 나게 생긴것이 실제로도 식감이 부드럽고 결정적으로 길게 비틀어진 몸통의 중간에 패어진 홈에 포크의 날 하나를 살짝 밀어 넣어서 집어 먹으면 정말 재밌다. 파스타 봉지에는 보통 Treccia 라고 적혀있었는데 간혹 Trecce 라고 적혀있는 봉지도 있고 특히 Trecia 는 리투아니아어에서 세번째 라는 뜻이 있기도 해서 기억에 남았더랬다. 여튼 구글 이미지에는 여러 형태의 면이 뜨는데 살짝 밀대로 굴린 느낌의 이런 짧은 파스타들을 이렇게 칭하는것도 같다. 지난번에 먹다 남은 파스타 양념을 또 면 끓이는 냄비 곁에서 하염없이 볶다가 길쭉하고 얄상한 면에 왠지 잘 어울릴것 같아서 올리브도 추가로 넣어 보았다. 구르는 올리브 흩날리는 치.. Egypt 05_Timeless Cairo_2003 시간은 우리에게 관대하다고 생각한다. 오래된 여행들에 대한 이야기를 미처 다 풀어놓기도 전에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될테니깐. 리투아니아어 29_하얗다 Balta 화창한 7월의 중순. 빌니우스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인파로 한가득했던 날이었다. 대성당 근처의 공원 모래밭에서 한참을 놀고 돌아왔다. 자주 가는 장소인데 평소와는 다르게 내가 모르는 의미의 얼굴들로 가득했다. 주말이니깐 작정을 하고 나들이를 나와서 잠시 머물고 가는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퇴근후에 아이를 만나서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들러서 놀다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여러 가족들이 약속을 잡아 모인 느낌이라 평소와는 다른 종류의 소음으로 떠들썩한것이다. 방학이 끝나고 새학급에 들어섰을때나 특별활동 시간에 다른반아이들과 섞일때 느꼈던 낯설음 같은것들. 그런 느낌을 어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느낀다는것이 신기할뿐이다. 돌아오는 길에 못보던 간판이 보였다. 멀리서 봤을땐 얼핏 린.. Egypt 04_끽연중의 남자 Alexandria_2003 사막 도시 시와로 가기위해 알렉산드리아에서 밤 버스를 타고 도착했던 마르샤마투르. 새벽에 도착해서는 두시간 정도 쌀쌀한 기운을 느끼며 기다려야했다. 다행히 카페를 겸한 대합실이 있었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없었지만 달짝찌근한 민트차를 팔았다. 도시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마르스마트루, 마르샤마르투 등등 여러번 검색해야했다. 잊어버릴것 같지 않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것들을 겨우겨우 기억해내고 나면 멈칫해진다. 얼마나 많은것들을 잊고 있는줄도 모르고 잊어버렸을까. 대합실 바닥을 배회하다 발밑까지 와서 두리번 거리는 고양이 얼굴까지 죽을때까지 기억할 수 있을것 같던 순간들이었는데. Egypt 03_그림 그리는 소녀 Alexandria_2003 14년도 더 된 일이니깐 그림을 그리고 있던 소녀는 화가가 되었거나 미술 선생님이 되었거나 그림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얼마후에 알렉산드리아의 그레코로만 박물관은 무너졌는지 어쨌는지 리노베이션에 들어갔던걸로 알고 있다. 장소를 이전했는지 그 자리에 그대로 재개관을 한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레코로만 시대의 저 조각은 아마 저 묵직했던 대리석 위에 그대로 놓여 있을거다. 지금의 그녀가 무엇인가에 상관없이 저 소녀도 저 조각앞에 서면 내가 그러하듯 14년전의 그날로 돌아가 생각에 젖을 것이다. 박물관속의 피사체들은 그들이 과거에 어떤 의미였고 그것이 지금 의미하는것은 무엇인지 대해 늘상 이야기하지만 살아있는 우리의 본질은 .. 이전 1 ··· 67 68 69 70 71 72 73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