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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짓 세살 아기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았다. 선물로 뭘 살까 고민하다가 마침 초대받은 놀이방 근처에 러시아 서점이 있었다. 아이의 부모는 리투아니아어를 문제없이 구사하지만 어쨌든 이들은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쓰는 친구들이다. 러시아 동화책 한권과 공주가 그려진 키재는 긴 도화지를 사서 계산대로 걸어 가는데 작은 사전이 보였다. 러시아어-독일어 사전이었다. 몹시 가볍고 심플했고 언젠가 뻬쩨르부르그에서 산 그러나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작은 러시아어 사전이 생각나 덥석 집었다. 회색 바탕에 독일 국기를 모티프로 한 커버는 여지없이 베를린을 떠오르게 한다. 무뚝뚝한 독일 작가가 썼을법한 세워놓은 가구같은 여행 수필의 느낌, 왠지 사용 빈도와는 상관없는 작자의 개인적인 단어들로 가득할것 같은 사전이다. 사전사는것을 좋아한다...
Coming home_Yimou Zhang_2014 오랜만에 중국 영화를 보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오랜만에 공리의 영화를 보았다. 언제봐도 새로운 얼굴. 많은 그녀의 영화를 봤지만 새로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예전의 영화들은 전부 잊어버리게 된다. 그냥 보고 있는 영화의 그 인물만이 그가 연기해내는 유일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배우이다. 천부적인 재능과 부단한 노력의 결과이겠지만 항상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이 영화속에서 그녀가 연기하는 한 인물조차도 전혀 다른 두 인물이라고 여기게 한다. 탈출해서 돌아온 남편을 만나기위해 밤새 화빵을 굽는 여인과 20년을 기다린끝에 돌아온 남편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여인은 분명 같지만 다른 인물이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편지속의 남편으로 남아서 이미 돌아온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편지를 읽..
Berlin 17_마우어 마켓 난 크고 작은 여러물건들을 샀다.
Berlin 16_베를린에 어둠이 내리면 배려 천사 베를린
Fastball_The Way 베를린을 떠나는 날. 밤 10시 비행기여서 점심을 먹고도 집에서 밍그적 밍그적 거리던 날. 학원에 가야 하는 친구를 가지말라고 구슬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음악을 듣는 와중에 친구가 무심코 던진 영어 문장이 어떤 노래의 가사일까를 추리하는 와중에. (Where were they going without ever knowing the way 부분이었다) 이미 그 노래가 무엇인지를 찾아낸 친구가 그럼 이 노래를 맞추면 가지 않겠다고 문제를 낸 노래이다. 결국 이 노래는 못맞췄다. 그래도 친구는 학원에 가지 않았다. 이 노래가 유행하던 시기에 덩달아 유행하던 몇몇 곡들이 (혹은 비슷한 스타일이어서 항상 헷갈렸는지도) 있었다. Wallflowers 의 One headlight 나 Hoobastank의 T..
서울 17_다같이커피 5년만에 갔던 한국. 한국에 제일 먼저 도착하면 내가 하고 싶었던것은 공항에서 다같이 커피를 마시는거였다. 그것이 아마도 여행을 실감하게 하는 가장 상징적인 상상이었던것 같다. 생각해보니 바깥에서 가족 누구와도 커피를 마셔본 기억이 없었던것이다. 그 커피는 얼마나 맛있을까. 우유 거품이 어떻고 커피가 시고 쓰고의 느낌들은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설자리를 찾지 못할것이다. 한참이 지나도 수다를 떠느라 커피는 줄지조차 않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때 내가 상상했던 풍경은 오히려 비행기를 타기 이전의 풍경에 가까웠던것 같다. 뭔가 이제 짐도 다 보내고 탑승권을 쥐고 탑승만 기다릴때의 홀가분함으로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의 북적북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평화로운 공항의 카페에 앉아 온 몸으로 노곤함을 느끼는 그런. 하지만..
Vilnius 46_모두의 하늘, 나의 하늘 지난 목요일 저녁. 고작 10분여의 시간이 흐르는동안 맑았던 하늘이 무너지고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빈번한 풍경이지만 이날의 하늘은 평소와는 달리 훨씬 극적이었다. 아침에 짙은 구름을 드리우며 쏟아지던 폭우로 여기저기 깊은 웅덩이가 패여져있던 구시가지의 놀이터. 다행히 낮동안은 또 날씨가 활짝 개었다. 빌니우스 현지인들은 물론 아이를 동반하고 여행중인 외국인들까지 그리고 운동 기구에서 장난치며 내기를 하는 히스패닉계 청년들까지 마치 금요일 오후처럼 번잡하고 생동감있던 느낌으로 꽉 차있었던 놀이터. 멀리서부터 차츰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하늘. 여름 나무들의 무성한 잎사귀가 바람에 여지없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아직 멋모르고 해맑게 놀고 있는 많은 이들을 뒤로하고 놀이터를 빠져나왔다. 곧 비가 내릴것이다. 빌..
서울 16_동네 분식집 Seoul_2017 집에 가는 길에 떡볶기 집이 있었다. 그런데 이 떡볶기 집은 보통의 그것과는 좀 달랐다. 가게속에 딱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것도 아니었고 반년간 거의 매일 지나다녔지만 떡볶이를 먹는 사람을 본적이 없는데도 넙적한 팬에는 항상 요리된 떡볶이가 있었고 그 떡볶이라는것도 표면이 거의 바짝말라있고 팬 한구석에는 잘게 썰어진 양배추가 가득했다. 양배추에서 물이 나와서 오래된 떡볶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듯이 양배추는 항상 싱싱해보였다. 지하철역의 철길을 지나와서 집까지 쭉 이어지는 길에서 가장 늦게까지 불이 켜져있는곳도 이곳이었다. 딱 한번 퇴근중인것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서 라면을 먹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이 분식집 주인 아주머니는 떡볶이 만드는 일 외에도 항상 분주하셨다. 커피 자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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