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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50_남겨두기 Savičiaus 거리. 타운홀을 앞에두고 걷다보면 분수대 근처에서 왼편으로 이어지는 작은 길이 있다. 이 거리에는 빌니우스가 사랑하는 오래된 두 식당, 발자크와 블루시네가 있고 (http://ashland.tistory.com/222) 구시가지에서 가장 허름하고 음산한 버려진 느낌의 교회 하나가 거리의 끝무렵에 자리잡고 있다. 타운홀 광장을 중심으로 이 거리와 대칭을 이루는 지점에서 뻗어나가는 꼬불꼬불한 Stiklų 거리가 관광지 냄새를 물씬 풍기며 여행객들에게 사랑받는 빌니우스의 거리라면 이곳은 구시가지 곳곳을 익숙한 발걸음으로 걷던 현지인들에게도 일부러라도 한번 찾아가서 들여다보게 되는 그런 숨은 보석같은 거리이다. 특별히 아름다운 풍경이 있다거나 그런것은 아니지만 이 거리에 들어서면 왠지 조용히 ..
Vilnius 49_열기구들 오후 8시정도가 넘으면 부엌 창문 너머로 열기구가 보인다. 물론 비가 오지 않는 날에.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는다면 흐린 날도 열기구는 뜬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많게는 8개가 넘는 열기구가 동시에 뜬다. 오후 저녁에 빌니우스 하늘에서 열기구를 보았다면 오후 7시 정도에 열기구가 뜨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빌니우스의 네리스 강을 옆에두고 대성당을 지나 우주피스 (Užupis) 지역을 휘감고 지나가는 도로 근처에서 올려다보이는 언덕, 얼마전 재건을 마친 바르바칸 성벽에서 내려다보이는 풀밭에서 열기구가 뜨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근처를 찾았던 날에는 날씨가 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열기구 두대만 떠오를 채비를 하고 있었다. 특히나 이 열기구는 얼마전에 처음 등장한 형태의 열기구여서 가..
Berlin 18_베를린의 티벳 하우스 베를린 3일째. 도착했던 날 밤 케밥집에서 다 못먹고 통째로 남겨온 케밥을 메인으로 샐러드와 삶은 계란등으로 이틀 내내 든든한 아침을 먹었다. 지속적인 카페인 섭취때문에도 그랬겠지만 여행 모드에 취해 흥분상태였는지 사실 별달리 먹는게 없어도 종일 배가 고프지 않았다. 허기를 그냥 망각해버린다는것. 매순간 그렇게 살아야하는것 아닐까. 너무 흥분되고 행복해서 배고프다는것도 까먹는 그런 상태. 근데 3일째부터 결국은 늦잠을 자는 패턴으로 바뀌고 늦게 일어나니 아침도 잘 안먹고 나오게 되자 차츰 돌아다니다보면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결국 허기는 망각할 수 없는건가보다. 그냥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서 그랬던건가. 베를린에도 익숙해진건가. 뭐 그런 생각이 또 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그날 찾아간 티벳 음식점은 친구가 ..
리투아니아어 31_ 과자상점 Konditerija (Vilnius_2017) 정확히 어떻게 해석을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Konditerija (콘데테리야) 는 과자 상점...사탕의 집..케익 하우스..그런곳이다. Gaminiai 는 상품, 제품이란 뜻인데 이 명사를 꾸미고 있으니 -a 여성명사 어미는 -os 로 바뀌어서 Konditerijos 라고 표기된것. 이곳을 빵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손가락으로 집어 먹을 수 있는 값비싸지 않은 단과자들을 파는곳. 비닐이 반쯤 벗겨진 조그만 상자속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그런 과자들을 원하는만큼 달아서 봉지에 담아준다. 어릴때보면 센베이 과자 같은것만 파는 가게들이 있었던것 같은데 약간 그런 느낌일까. 그런 과자들도 비닐이 덮힌 상자안에 놓여져있어서 사려고하면 비닐을 젖히고 으례 집게로 집어주셨고 특히 분홍색 하얀..
Vilnius 48_기다림의 대열 (Vilnius_2017) 빌니우스의 비는 늘상 지나간다. 지나가지 않는 비가 세상에 어디있겠냐마는 빌니우스의 비는 곧 지나갈것임을 약속하고 지나간다. 곧 지나간다고 하니깐 빨리 지나가라고 재촉하는 사람도 불평하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너도 기다리고 나도 기다린다. 누군가는 버스를 놓칠거고 누군가는 좀 식은 피자를 배달할것이고 누군가는 직장에 지각하겠지만 모두가 함께 늦는것이다. 조용히 기다림의 대열속으로 합류하는것. 그것이 낯선 빌니우스 사람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지나가는 비를 함께 기다리는것 만큼의 거대한 공감대는 없는것이다.
리투아니아어 30_예술 Menas 빌니우스의 타운홀을 바라보고 섰을때 북쪽의 오른편에 자리잡고 있는 이 건물은 빌니우스의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이다. 고풍스럽고 단아한 건물들이 어깨 겨루기를 하는 구시가지 내에서 단연 세련되고도 모던한 건물을 꼽으라면 아마 이 건물이 될텐데 이 건물도 알고보면 지어진지 50년이 된 오래된 건물. Vokieciu 거리의 초입에 자리잡아 얼마간 이 거리를 휘감아 들어가는 이 건물의 1층에는 '맛' 이라는 이름의 한국 식당도 있다. 아마도 빌니우스의 유일한 한국식당이지 않을까 싶다. 이 식당에서 음식을 먹어본적은 없으나 간혹 지나칠때면 한복을 입은 리투아니아인이 서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리투아니아어로 예술은 Menas 이다. 예술가는 Menininkas (Menininkė). 센터를 꾸미고 있으므..
Egpyt 06_아비도스의 빛 Abydos_2003 와인 한 병이 눈에 들어와서 사왔다. 기내에서 줄 법한 200ml 도 채 안되는 작은 칠레산 와인이었는데. 무슨 은행 금고의 채권도 아닌것이 떠들썩한 보통의 마트 한켠에 생뚱맞은 작은 와인 냉장고 속에 곤히 놓여있는것이다. 와인병의 에티켓에 120이라는 숫자가 크게 적혀있었다. '120명의 영웅을 기리며' 라는 문구와 함께. (검색해보니 이 와인은 산타 리타라는 칠레의 도시 어느 농장에서 은신중이었던 120명의 군인들을 기리기 위한것이라고 한다. 스페인 지배하의 칠레 독립을 위해 싸우는 군인들을 농장주가 스페인 군대에 농장이 다 불탈것을 감수하고 숨겨준것이라고.) 근데 난 이 글을 쓰기 직전 다시 와인병 에티켓 문구를 확인할때까지 영웅을 왜인지 신으로 인식했다. 120의 신을 기리는..
Vilnius 47_꽃과 컨테이너 오늘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퇴근하는 친구와 함께 친구네 집에 잠깐 들렀다. 구시가지에 있는 친구네 집 마당에는, 정확히 말하면 여러 가구가 함께 공유하는 작은 중정인데 큰 나무 한 그루가 있고 주위에 작은 돌담처럼 돌려 막아놔서 앉아 있으면 차도 내어오고 맛있는 비스킷도 주고 아이들이 뛰어 놀 수도 있고. 여기저기 걸어다니다가 생각이 나면 연락을 해서 들르곤 한다. 오랜만에 여유롭게 앉아 있다 오려고 했지만 여름 별장에 간다고 해서 아쉽게도 그러진 못했다. 러시아의 다챠처럼 리투아니아에도 일반적으로 교외에 작은 시골집같은 썸머하우스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여름이 되면 꽃도 심고 샤슬릭도 구워먹고 그러는 곳. 주말도 아닌데 거기가면 내일 아침에 훨씬 더 일찍 일어나서 출근을 해야함에도 곧 지나가버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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