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12) 썸네일형 리스트형 쓸데없는짓 세살 아기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았다. 선물로 뭘 살까 고민하다가 마침 초대받은 놀이방 근처에 러시아 서점이 있었다. 아이의 부모는 리투아니아어를 문제없이 구사하지만 어쨌든 이들은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쓰는 친구들이다. 러시아 동화책 한권과 공주가 그려진 키재는 긴 도화지를 사서 계산대로 걸어 가는데 작은 사전이 보였다. 러시아어-독일어 사전이었다. 몹시 가볍고 심플했고 언젠가 뻬쩨르부르그에서 산 그러나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작은 러시아어 사전이 생각나 덥석 집었다. 회색 바탕에 독일 국기를 모티프로 한 커버는 여지없이 베를린을 떠오르게 한다. 무뚝뚝한 독일 작가가 썼을법한 세워놓은 가구같은 여행 수필의 느낌, 왠지 사용 빈도와는 상관없는 작자의 개인적인 단어들로 가득할것 같은 사전이다. 사전사는것을 좋아한다... Coming home_Yimou Zhang_2014 오랜만에 중국 영화를 보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오랜만에 공리의 영화를 보았다. 언제봐도 새로운 얼굴. 많은 그녀의 영화를 봤지만 새로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예전의 영화들은 전부 잊어버리게 된다. 그냥 보고 있는 영화의 그 인물만이 그가 연기해내는 유일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배우이다. 천부적인 재능과 부단한 노력의 결과이겠지만 항상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이 영화속에서 그녀가 연기하는 한 인물조차도 전혀 다른 두 인물이라고 여기게 한다. 탈출해서 돌아온 남편을 만나기위해 밤새 화빵을 굽는 여인과 20년을 기다린끝에 돌아온 남편을 기억해내지 못하는 여인은 분명 같지만 다른 인물이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편지속의 남편으로 남아서 이미 돌아온 남편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를 위해 편지를 읽.. Berlin 17_마우어 마켓 난 크고 작은 여러물건들을 샀다. Berlin 16_베를린에 어둠이 내리면 배려 천사 베를린 Fastball_The Way 베를린을 떠나는 날. 밤 10시 비행기여서 점심을 먹고도 집에서 밍그적 밍그적 거리던 날. 학원에 가야 하는 친구를 가지말라고 구슬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음악을 듣는 와중에 친구가 무심코 던진 영어 문장이 어떤 노래의 가사일까를 추리하는 와중에. (Where were they going without ever knowing the way 부분이었다) 이미 그 노래가 무엇인지를 찾아낸 친구가 그럼 이 노래를 맞추면 가지 않겠다고 문제를 낸 노래이다. 결국 이 노래는 못맞췄다. 그래도 친구는 학원에 가지 않았다. 이 노래가 유행하던 시기에 덩달아 유행하던 몇몇 곡들이 (혹은 비슷한 스타일이어서 항상 헷갈렸는지도) 있었다. Wallflowers 의 One headlight 나 Hoobastank의 T.. Vilnius 46_모두의 하늘, 나의 하늘 지난 목요일 저녁. 고작 10분여의 시간이 흐르는동안 맑았던 하늘이 무너지고 소낙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빈번한 풍경이지만 이날의 하늘은 평소와는 달리 훨씬 극적이었다. 아침에 짙은 구름을 드리우며 쏟아지던 폭우로 여기저기 깊은 웅덩이가 패여져있던 구시가지의 놀이터. 다행히 낮동안은 또 날씨가 활짝 개었다. 빌니우스 현지인들은 물론 아이를 동반하고 여행중인 외국인들까지 그리고 운동 기구에서 장난치며 내기를 하는 히스패닉계 청년들까지 마치 금요일 오후처럼 번잡하고 생동감있던 느낌으로 꽉 차있었던 놀이터. 멀리서부터 차츰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하늘. 여름 나무들의 무성한 잎사귀가 바람에 여지없이 흔들리기 시작하고 아직 멋모르고 해맑게 놀고 있는 많은 이들을 뒤로하고 놀이터를 빠져나왔다. 곧 비가 내릴것이다. 빌.. 이문동 분식집 지나치며 Seoul_2017 집에 가는 길에 떡볶기 집이 있었다. 그런데 이 떡볶기 집은 보통의 그것과는 좀 달랐다. 가게속에 딱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것도 아니었고 반년간 거의 매일 지나다녔지만 떡볶이를 먹는 사람을 본적이 없는데도 넙적한 팬에는 항상 요리된 떡볶이가 있었고 그 떡볶이라는것도 표면이 거의 바짝말라있고 팬 한구석에는 잘게 썰어진 양배추가 가득했다. 양배추에서 물이 나와서 오래된 떡볶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듯이 양배추는 항상 싱싱해보였다. 지하철역의 철길을 지나와서 집까지 쭉 이어지는 길에서 가장 늦게까지 불이 켜져있는곳도 이곳이었다. 딱 한번 퇴근중인것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서 라면을 먹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이 분식집 주인 아주머니는 떡볶이 만드는 일 외에도 항상 분주하셨다. 커피 자.. Berlin 15_베를린 카페 02_Sociale Cafe bar 콘서트 표를 찾았고 커피도 마셨고 몇장의 엽서도 샀다. 이제 편안하게 앉아서 엽서를 쓰며 땀을 식힐 수 있는 카페만 찾으면 된다. 이날은 오후 8시 넘어서 엠비언트 콘서트를 볼 계획이 있었는데 같이 콘서트 장소가 있는 동네로 갔다가 친구가 볼일을 보고 콘서트 시작 후 합류하는것으로 일정을 짰다. 이 카페는 콘서트가 열린 클럽 Berghain 에서 멀지 않은곳에 위치해있다. 메르세데츠 벤츠 아레나가 보이고 따지고 보면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에서도 멀지 않은 장소인데 역에 내려서 걷다보면 꽤나 외진 동네라는 느낌을 준다. 콘서트 장소를 찾아내고서도 버려진 공장 같은 그 건물 근처에서 한참을 서성댔다. 사나운 개 한마리가 잠들어있는 건물 1층에 온몸에 문신을 한 용접 마스크를 쓴 아저씨에게서 여기가 맞다는 말을.. 이전 1 ··· 69 70 71 72 73 74 75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