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31) 썸네일형 리스트형 Treccia pasta 이 파스타면을 정말 좋아하는데. 우선 푸질리나 펜네에 비해 밀가루 맛이 덜 나게 생긴것이 실제로도 식감이 부드럽고 결정적으로 길게 비틀어진 몸통의 중간에 패어진 홈에 포크의 날 하나를 살짝 밀어 넣어서 집어 먹으면 정말 재밌다. 파스타 봉지에는 보통 Treccia 라고 적혀있었는데 간혹 Trecce 라고 적혀있는 봉지도 있고 특히 Trecia 는 리투아니아어에서 세번째 라는 뜻이 있기도 해서 기억에 남았더랬다. 여튼 구글 이미지에는 여러 형태의 면이 뜨는데 살짝 밀대로 굴린 느낌의 이런 짧은 파스타들을 이렇게 칭하는것도 같다. 지난번에 먹다 남은 파스타 양념을 또 면 끓이는 냄비 곁에서 하염없이 볶다가 길쭉하고 얄상한 면에 왠지 잘 어울릴것 같아서 올리브도 추가로 넣어 보았다. 구르는 올리브 흩날리는 치.. Egypt 05_Timeless Cairo_2003 시간은 우리에게 관대하다고 생각한다. 오래된 여행들에 대한 이야기를 미처 다 풀어놓기도 전에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될테니깐. 리투아니아어 29_하얗다 Balta 화창한 7월의 중순. 빌니우스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인파로 한가득했던 날이었다. 대성당 근처의 공원 모래밭에서 한참을 놀고 돌아왔다. 자주 가는 장소인데 평소와는 다르게 내가 모르는 의미의 얼굴들로 가득했다. 주말이니깐 작정을 하고 나들이를 나와서 잠시 머물고 가는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퇴근후에 아이를 만나서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들러서 놀다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여러 가족들이 약속을 잡아 모인 느낌이라 평소와는 다른 종류의 소음으로 떠들썩한것이다. 방학이 끝나고 새학급에 들어섰을때나 특별활동 시간에 다른반아이들과 섞일때 느꼈던 낯설음 같은것들. 그런 느낌을 어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느낀다는것이 신기할뿐이다. 돌아오는 길에 못보던 간판이 보였다. 멀리서 봤을땐 얼핏 린.. Egypt 04_끽연중의 남자 Alexandria_2003 사막 도시 시와로 가기위해 알렉산드리아에서 밤 버스를 타고 도착했던 마르샤마투르. 새벽에 도착해서는 두시간 정도 쌀쌀한 기운을 느끼며 기다려야했다. 다행히 카페를 겸한 대합실이 있었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없었지만 달짝찌근한 민트차를 팔았다. 도시 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마르스마트루, 마르샤마르투 등등 여러번 검색해야했다. 잊어버릴것 같지 않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 것들을 겨우겨우 기억해내고 나면 멈칫해진다. 얼마나 많은것들을 잊고 있는줄도 모르고 잊어버렸을까. 대합실 바닥을 배회하다 발밑까지 와서 두리번 거리는 고양이 얼굴까지 죽을때까지 기억할 수 있을것 같던 순간들이었는데. Egypt 03_그림 그리는 소녀 Alexandria_2003 14년도 더 된 일이니깐 그림을 그리고 있던 소녀는 화가가 되었거나 미술 선생님이 되었거나 그림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얼마후에 알렉산드리아의 그레코로만 박물관은 무너졌는지 어쨌는지 리노베이션에 들어갔던걸로 알고 있다. 장소를 이전했는지 그 자리에 그대로 재개관을 한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레코로만 시대의 저 조각은 아마 저 묵직했던 대리석 위에 그대로 놓여 있을거다. 지금의 그녀가 무엇인가에 상관없이 저 소녀도 저 조각앞에 서면 내가 그러하듯 14년전의 그날로 돌아가 생각에 젖을 것이다. 박물관속의 피사체들은 그들이 과거에 어떤 의미였고 그것이 지금 의미하는것은 무엇인지 대해 늘상 이야기하지만 살아있는 우리의 본질은 .. 리투아니아어 28_임대 Nuoma 임대 표시가 붙은 점포를 보면 그 전에 어떤 가게가 있었는지부터 생각해보게 된다. 기억에 남지 못한 장소였기때문에 결국 또 임대를 하고 있다는것으로 결론이 난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올드타운인데 금세 문을 닫는 식당이나 가게들도 은근히 많다. 그런데 또 이렇게 임대를 하는곳은 새로운 가게가 생겨도 잘 되지 않는곳이 많다. 이곳이 어떤 공간이 될지 두고볼 생각이다. 그렇게 열고 닫는 가게들과 함께 빌니우스에서의 하루도 지나간다. 리투아니아어 27_왕국 Karalystė 버스타는것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우선 멀미가 날것 같고. 항상 더 오래 걸리는것 같고. 덜컹거리니깐 잘 휘청거리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하철에 너무나 익숙해진탓이다. 지하철에 익숙해진 이유는 물론 앞의 세가지이유 때문에 버스를 피해다녔기 때문이지만. 빌니우스에는 지하철이 없다. 유동인구도 적고 한때 지하철 관련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니기도 했는데 조소로 가득찬 반응에 그 이야기는 쏙 들어가버렸다. 빌니우스에 살면서도 버스를 탈일은 거의 없다. 병원이든 우체국이든 역이든 관공서든 어디든 길어야 30분정도 걸으면 다 닿을 수 있다. 그래도 버스를 타야 할일이 간혹 생긴다. 꼬마 아이의 생일 잔치에 가느라 오랜만에 버스를 탔는데 역시나 먼 동네들이 짊어지고 있는 투박하고도 음울한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어 돌아왔다... 롱샹으로 심심해서 아마존 탐험을 하다가 책 한권을 샀다. 서울에서 르 코르뷔지에 전시회를 보고 얼마지나지 않아 베를린에서 베를린 버전 위니테 다비따시옹을 마주하고 온 감동이 가시지 않는 와중에 그 여운을 무한으로 지속시켜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전 교보문고의 원서코너 땅바닥에서 시작된 밑도 끝도 없는 애정을 좀 더 학구적인 아마추어의 탐구 자세로 바꿔야겠다는 욕구도 생긴다. 사실 르 코르뷔지에를 기념하기 위한 모뉴먼트 하나를 보고 인도로 떠났기에 이 건축가에 대한 존경을 표현할 수 있는 더 이상의 방법을 모르겠지만 특별히 의도치 않았어도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실재의 그를 맞닥뜨리는 기회가 생기는것 그 자체에 고무되는것 같다. 이 책은 르 코르뷔지에 말년의 역작 롱샹 성당에 관한 책인데 얼핏 한국의 살림지식.. 이전 1 ··· 69 70 71 72 73 74 75 ··· 1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