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31) 썸네일형 리스트형 s tiLL Ife 이전까지 난 내가 멋진 풍경화속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자유로운 인물이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에는 큰 변함이 없지만 내 전두엽 깊숙한곳 어디쯤에서는 그냥 평화로운 정물화속의 고정된 피사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보는것은 어때라는 신호를 보내온다. 누군가가 움직여줘야만 비로소 그때 내게 할당한 빛으로 인해 내 신체의 극히 일부분만이 빛을 발하고 의미를 가질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그런 부자유로 획득할 수 있는 영혼의 자유가 더 무게감있게 다가온다. 타르코프스키의 사진첩 속의 정물들이 너무나 자유롭고도 생동감있게 움직인다. 금방이라도 구를것같은 양파. 물병을 헤엄쳐나와 공기중으로 사라질것만같은 꽃다발. 그들에게 의미를 부여한 빛은 곧 자리를 옮겨가겠지만. Vilnius 45_Stairway to (Vilnius_2017) 길을 걷다가 나무 계단과 칠이 벗겨진 벽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찍었다. 삐그덕삐그덕 소리를 내지 않을까 올라가 보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벽을 파고 들어가는 나무 계단이 참을 수 없게 느껴졌다. 살을 파고 들어가는 발톱이나 아스팔트를 뚫고 뻗어나가는 울퉁불퉁한 나무 뿌리처럼. 르코르뷔지에_빌니우스의 롱샹성당 (Vilnius_2017) 가장 자주 걷는 길인데 항상 보던 이 건물이 오늘은 퍽이나 르 코르뷔지에의 롱샹 성당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대체 어딜봐서 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내 눈엔 매우 몹시 그렇다. 실제 롱샹성당의 둥그스름하고도 오묘한 카리스마는 분명 없지만 그것을 누그러뜨린 직선의 형태로. 언제일지 모르지만 꼭 가게 될것 같은 공간. 가야하는 공간. 매일 지나다니면서 이곳에서 묵념을 해야겠다. 리투아니아어 21_힘, 강인함 Stiprybė 벌써 160년째 벌을 서고 있는 아틀라스를 보면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것이 항상 얼마나 미안하던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그 자리에. 오늘 구시가지를 걷는 내내 6개월동안 변한것과 변하지 않은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오래된 건물 하나는 엎어졌고 집 앞 마트에는 우체국이 들어섰다. 그리고 그는 60년후에 내가 죽은 후에도 이 자리에 있겠지. Stiprybė 스티프리베. 이 단어가 이렇게 잔혹하게 느껴진적이 없었다. '힘내, 아틀라스' 애정어린 격려의 메세지라기 보다는. '강인해져. 넌 버텨내야되. 넌 항상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래야지' 라는 강요의 메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그랬다. Stiprybės 는 복수형이다. 힘, 강인함, 강점 등등의 뜻이 있다. ė 로 끝나는 여성형명사에는 아름다운 단어들.. Slowdive_Machine gun 하루에 하루를 더하는 삶속에 반복되는것들이 여러가지 있다. 예를들어 지속적으로 구멍이 나는 고무장갑 같은것들. 오늘은 표면히 거칠거칠한 철제 찜기용 삼발이(?)를 닦다가 이렇게 세게 닦다간 새로 산 고무 장갑에 구멍이 나지 않을까 살짝 겁이났다. 그런데 왠지 조심해서 닦고 싶지가 않았다. 구멍이 나려치면 작은 생선 가시조차도 감당해 내지 못하는 이 장갑들에 그렇게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날 구멍이라면 지금이든 나중이든 차이가 있을까. 차라리 이런 일상적인 배반들을 저당잡아 요즘의 나를 사로잡은 강렬한 감정을 영원으로 지속시켜 나갈 수 있는 절대권력 같은것을 보장받았으면 좋겠다. 그게 안된다면 그 감정에 대한 기억만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슬로우 다이브의 이 노래는 슈게이징 명반 souvlaki 중 .. 서울 14_주의사항 (Seoul_2017) 우리가 같은 곳을 볼때 전부 같은 생각을 할거라 오해해선 안된다. 가끔은 서로를 봐줘야 할꺼고. 그리고 가끔은 다른 어딘가에 마음쏟는 이의 뒷모습을 아무생각없이 응시할 줄도 알아야겠지. 나 역시 누군가에게 등을 보이고 있다 생각하며. 카페 메타포 (Seoul_2017) 어제 티비에서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라오스의 커피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작은 체구의 사람들이 질퍽한 진흙탕길을 걸어 들어가 기계가 들어가지 못하는 빽빽한 커피 나무 숲에서 허리춤에 큰 광주리를 차고 하루종일 커피 열매를 딴다. 여인들은 울긋불긋한 커피 열매를 채반에 넣고 근처 개울에서 흔들어 씻으면서 쓸만한 콩들을 분류해 햇볕 아래에서 말렸다. 골고루 잘 마를 수 있도록 몇십번을 뒤집으며 또 분류해서는 자루에 담아 작은 트럭에 싣는다. 갑자기 내린 비로 여기저기 움푹 패인 1 킬로미터 남짓한 거리를 움직이는데 다들 밀고 끌며 급기야는 바퀴가 걸린 트럭을 견인하러 다른 트럭이 도착해서야 긴긴 작업은 끝이났다. 말린 콩은 장작위의 커다란 드럼통속에 넣고.. Blue is the warmest color_Abdellatif Kechiche_2013 (Blue is the warmest color_2013) 꽤나 이슈가 되었던 영화이던데 이 영화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하다가 얼마전에 크라이테리언 인스타계정에 영화 포스터가 몇번 계속 등장하길래 호기심에 적어놨다가 찾아 보았다. 이 계정에는 크라이테리언 사무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폴라로이드 사진이나 어떤 배우의 생일이나 기일을 기념하면서 배우의 출연작 포스터가 올라오거나 가끔씩 오늘 어떤 영화를 보겠냐는 살가운 질문들도 올라온다. 환호와 애정 일색의 짧은 코멘트들을 읽고 있으면 동호회같은 기분이 들어 재미있고 가슴이 따뜻해지고 그런다. 이 영화의 포스터속에는 눈부시게 밝은 파랑 머리를 한 레아 세이두가 있었다. 고개를 약간 들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듯 반쯤 감긴 눈은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완.. 이전 1 ··· 74 75 76 77 78 79 80 ··· 1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