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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irl on the Train_Tate Taylor_2016 그냥 짧게라도 기록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밀리 블런트를 좋아하니깐. 에밀리 블런트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액션 영화에 등장하는 여주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눈빛으로 톰 크루즈가 눈에 잘 안들어오게 했던 배우였고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에서 완전히 반해버릴 만한 연기를 하더니 이 영화에서 정점을 찍는것 같은데 굉장히 이성적인듯 차가워 보이지만 완전히 무너져버릴 수 있는 그런 역할들 잘 소화해내는것 같다. 아쉽게도 포스터는 촌스럽다. girl on 으로 시작하는 영화가 사실 너무 많아서 제목이 식상한 이유도 있다. 그런데 너가 보고 있는것이 널 다치게 할 수 있다는 문구는 마음에 들었다. 정말 딱 그런 영화다. 기차에는 무력감과 패배감에 젖은 눈빛으로 차창밖을 응시하며 휴대용 물병에 담긴 보드카를..
르코르뷔지에의 작은 집 (Seoul_2017)약수동의 The 3rd place 라는 전시공간 옆에 있던 또 다른 공간. 비교적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꼬레아트라는 곳 바로 건너편에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와서 보고 듣고 기억에 남겨지는 많은것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며 이야기를 만들고 또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들어 이 집을 봤을때 그냥 기뻤다. 많은 경험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파편이 되어 흩어져 자취를 감추지만 비슷한 놈들을 만나면 자석에 빨려들어가는 쇳가루처럼 달러붙어 존재를 과시하기 마련이다. 작은 집 Une Petite Maison 은 르 코르뷔지에가 쓴 동명의 책이기도 한데 그가 남긴 많은 건축 저서와 비교하면 몹시 얇고도 짧고 소박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그의 여행기 동방여행처럼 두고두고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
서울의 단단한 겨울 (Seoul_2017) 한국의 겨울은 단지 가을보다 좀 춥고 여름보다 좀 많이 추운 상대적인 추위일뿐 추위 자체가 절대적인 혹독함이나 공포는 더 이상 지니지 않는듯하다. 하지만 겨울 그 자체만 놓고보면 더 춥고 덜 추운 날은 엄연히 존재하고 어제보다 더 추운 오늘을 지나온다면 오늘보다는 따뜻할지모르는 내일을 상상하며 겨울은 항상 그렇게 절대적인 틀속에 진행되는것 같다. 이번 겨울의 추위 중 딱 하나의 추위를 회상하라고 한다면 버티고개역의 기나긴 에스컬레이터 굴을 뚫고 나와서 올랐던 가파른 약수동 꼭대기 위의 전시 공간일거다. 석유 한통을 다 들이부었지만 이 공간은 애초에 물리적으로 따뜻하게 데울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발굴된듯한 시멘트 집터 속에는 추위에 관한 농담들과 시시콜콜한 계획과..
Arrival_Denis Villeneuve_2016 (Seoul_2017) 버티고개역에 내렸는데 매우 깊고 아득하고 가파른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다. 다행히 다른 역보다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움직였던 탓에 오히려 깊은 터널 속을 유영하는 기분이 들었다.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위에 서있자니 얼마전에 Meadow land 에서 연달아 보았던 Arrival 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길가다가 에이미 아담스가 나온 포스터를 보았는데 이게 과연 내가 본 그 영화가 맞는지 순간 멈칫해서 쳐다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컨택트라는 제목으로 번역이 되었다. 굳이 왜 원제를 놔두고 제목을 바꾼것일까. 영어 제목을 한국어로 의역한것도 아니고 전혀 다른 영어 제목으로 바꾸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싶어 신기했다. 아마도 어라이벌로 한글화하자니 어감이 이상했고 직역하자니 어색했고 그렇다고 ..
서울의 프랭키와 쟈니 (Seoul_2017)집에서 가깝고 조용하고 해가 좋을때 가면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널찍한 곳에 빛이 쬐어 놀기 좋아 자주갔던 한국 예술 종합학교. 나만의 추억을 떠올리게했던 각양각색의 포스터들, 졸업 작품을 찍는 학생들, 학교 이름이 적힌 길고 긴 검은 패딩을 입고 삼삼오오 걸어다니던 학생들, 커피 믹스를 가져와서 학교 극장 정수기에서 커피를 타서 드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들, 교회 관련 전단지를 나눠주던 여인들, 잣나무, 새소리, 처음보다 짙어진듯한 느낌이 드는 콘크리트 건물들 등등등 많은 추억이 생겼다. 로버트 드니로와 알파치노에 관해 나눴던 짤막한 대화도 생각난다. 알파치노가 좀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그가 영화속에서 사랑했던 많은 여인들때문이리라. 대부의 마이클도 칼리토의 칼리토 ..
르코르뷔지에의 지중해 (Seoul_2017)르 코르뷔지에 전시장 맨 마지막 섹션에 그가 아내와 여생을 보낸 4평 남짓한 작은 통나무집이 실평수 그대로 재현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통나무집 창문 밖으로는 파도가 부서지는 지중해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문득 바다에는 끝과 시작이 있다고 여겨졌다. 흘러온 곳과 흘러가는곳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그가 바라보았던 니스에서의 지중해와 내가 언젠가 반대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바라본 지중해는 한편으로는 접촉면적이 아주 넓은 바다의 끝과 시작이 아닐까 싶었다.
Meadowland_Reed Morano_2015 (Meadowland_2015) 영화를 보다보면 결국 모든 영화들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에 대해 내가 일관적으로 오해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한편으로는 영화를 통해서 내가 건드리고 흔들어버리고 싶은 내 감정의 영역이란것이 어쩌면 아주 좁은 울타리에 갇혀 있는것도 같다. 그리고 영화가 어떤 소재와 주제를 다루든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것은 결론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의 독창성에 있다는 기술에 관한 믿음때문에도 그렇다. 연달아서 본 두편의 영화 Meadowland 와 Arrival. 비슷한 소재와 주제의 영화인가 싶다가 너무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어서 일종의 쾌감을 느꼈다. 후자는 심지어 미스터리 SF 물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었는데 미확인 생명체를 다룬 ..
르코르뷔지에의 오픈핸드 (Seoul_2017)15년전 인도의 챤디가르에서 오픈 핸드를 보았을때의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보다 좀 더 이전에 서점 한 켠의 건축가의 도록속에서 그것을 처음 보았을때의 감동도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이렇게 만들고 이렇게 쓰고 그려서 표현할 수 있다는것에 대한 매료는 몹시 순간적이다. 오히려 무엇인가에 반하고 마음을 빼앗기는 현상의 근본에는 우리가 뭔가를 이토록 열렬히 좋아할 수 있음을 깨달았을때의 감동이 자리잡고 있는것 같다. 나는 내가 몇 페이지의 콘크리트 건물 그림을 보고 인도에 가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 자체에 충격을 받았다. 얼마 전 3호선 버터플라이ㅇ 콘서트가 끝난 후에 밤거리를 걷다가 옷가게에 걸려있던 르 코르뷔지에의 전시회 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