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12) 썸네일형 리스트형 몽콕의 아침 (Hongkong_2016)홍콩에서 우리가 지냈던곳은 몽콕에 위치한 전형적인 홍콩의 아파트였다. 사실 난 에서 금발의 임청하가 권총을 들고 뛰어다니는 청킹 맨션 같은 곳에 숙소를 얻길 원했지만 그곳은 이미 리모델링이 되고 난 후였다. 에어비앤비의 우리 호스트는 집을 다녀간 게스트들이 실망의 리뷰를 남길것을 우려해서인지 이것이 아주 아주 전형적인 극소형의 홍콩의 주택이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홍콩의 번화가 중에서도 현저히 높은 인구밀도를 지녔다는 몽콕은 왕가위의 영화 의 원제에 들어가는 지명이기도 하고 6층 이상이 넘어가지만 승강기가 없는 오래된 건물들과 그 건물들이 뱉어내는 치열한 숨소리가 거리 깊숙히 묻어나는 동네였다. 실제로 많은 건물들이 자신의 음습한 뒷골목을 지녔고 나는 혹.. 란콰이퐁 한켠에서 홍콩, 1929 홍콩은 나에게 왕정문이 부르는 크랜베리스의 노래 그리고 2평도 안되었던 몽콕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지냈던 1주일간의 기억만으로도 영원한 가치이다. 대체된 소리. 날씨가 따뜻해서 정말 오랜만에 바깥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얇지 않게 옷을 입은 탓에 내부의 열기가 부담스럽기도 했다. 거리는 한적하지만 대학이 있는 동네에서 주말이 시작됐다는것을 느끼게 하는것은 오히려 두꺼운 전공서적과 에이포용지가 자취를 감춘 한산한 카페 테이블이다. 냅킨에 카페 로고가 찍혀있으면 기분이 좋다. 수중에 책이나 수첩이 있으면 책갈피처럼 끼어서 돌아오게 된다. 민무늬 냅킨이면 혹시나 해서 뒤집어 보게된다. 커피를 주문하고 나의 커피콩이 분쇄되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 가루가 탬퍼에 소복히 쌓이는 모습을 보는것은 큰 기쁨이다. 밖에 앉아있으니 초록색 형광색 빗자루로 부스러진 낙엽을 치우는 소리가 고요한 가운데 가득했다. 도장처럼 묵직한 탬퍼가 냅킨속에 있었다. 커피와 텅빈 기차 커피 마시고 점을 친다는 사람이 터키 사람들이었나? 커피점까지는 아니어도 혹시라도 커피가 사라져가며 아쉬워서 나에게 무슨 흔적이라도 남기지 않았을까 가끔 물끄러미 조금은 기대에차서 보게된다. 누르면 뭉개질듯한 조그만 방울 방울로 우유거품이 엉겨붙어 있을때도 있고 녹지않고 바닥에 남은 황금빛 설탕은 한두방울의 커피와 묘하게섞여 라이트박스 위에 그려진 모래그림처럼 보일때도 많다. 거품위에 흩뿌려진 시나몬 가루도 일회용 뚜껑에 옮겨붙은 거품과 시럽들도 어떤식으로든 자취를 남긴다. 잔밖으로 쏟아져 나온 커피들도 아직 입을 대지 않은 커피들도 하나의 완전무결한 그림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텁텁한 커피가 생각나 빌니우스에서 가끔 마시던 식으로 갈아진 원두위에 바로 물을 부어 마셨다. 커피를 다 마시고 보니 멀리 산 .. 커피와 물 3 외대 후문에서 경희대 후문으로 향하는 경사진 언덕에 자리잡은 이 카페에서 날이 추워지기 전 어떤 날, 바깥에 앉아서 카푸치노를 마신 적이 있다. 좁은 카페는 커피를 준비하는곳과 테이블이 놓인 곳으로 길다랗게 나뉘어져 있다. 손님이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항상 완전하다는 느낌을 주는곳들이 있다. 사실 폐소공포증을 유발할 수 있는 곳들이기도 하다. 옆사람의 커피 홀짝 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것은 불편함이라기보다는 은밀한 공유에 가깝다. 커피를 들고 이층으로 삼층으로 올라가야하는 넓은 카페를 메운 대화 소리는 둑에서 터져 흘러 나오는듯한 정제되지 않은 주제의 자극적인 소음인 경우가 많지만 밀도 높은 카페속에서 사람들이 한톤 낮춰 조심스럽게 속삭이는 대화는 가볍게 끄적여진 수필같은 느낌에 가깝다. .. 밤의커피 흔히 인생의 낙 이라고 여기는 어떤 것. 그런것이 있기 위해서 꼭 아주 불행해야하거나 무의미하고 무료한 인생을 살아야하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종류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전복시키고도 남는 아주 강력하고 환상에 젖게되는 얼마간의 순간이 존재한다는것은 분명하다. 열망할 가치가 있는 순간말이다. 종종 오후 9시가 넘은 늦은 시각에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카페를 찾아가서 밤의 커피를 마시게 된다. 나는 카페인이 더 이상 나에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늦게까지 잠을 이룰 수 없을때 어둠속에 누워서 저녁에 마신 커피를 떠올리는 순간이 좋다. 커피잔의 갈색 표면에 톡톡 거리며 녹아들어 얼마간 별처럼 반짝이던 설탕들. 기름진 원두 찌꺼기를 쓰레기통으로 털어내는 요란하고도 향기로운 소음. 소란스런 .. Tequila 꿈으로 가득 찬 대화를 하고싶다. 이전 1 ··· 76 77 78 79 80 81 82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