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07) 썸네일형 리스트형 커피와 물 3 외대 후문에서 경희대 후문으로 향하는 경사진 언덕에 자리잡은 이 카페에서 날이 추워지기 전 어떤 날, 바깥에 앉아서 카푸치노를 마신 적이 있다. 좁은 카페는 커피를 준비하는곳과 테이블이 놓인 곳으로 길다랗게 나뉘어져 있다. 손님이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항상 완전하다는 느낌을 주는곳들이 있다. 사실 폐소공포증을 유발할 수 있는 곳들이기도 하다. 옆사람의 커피 홀짝 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것은 불편함이라기보다는 은밀한 공유에 가깝다. 커피를 들고 이층으로 삼층으로 올라가야하는 넓은 카페를 메운 대화 소리는 둑에서 터져 흘러 나오는듯한 정제되지 않은 주제의 자극적인 소음인 경우가 많지만 밀도 높은 카페속에서 사람들이 한톤 낮춰 조심스럽게 속삭이는 대화는 가볍게 끄적여진 수필같은 느낌에 가깝다. .. 밤의커피 흔히 인생의 낙 이라고 여기는 어떤 것. 그런것이 있기 위해서 꼭 아주 불행해야하거나 무의미하고 무료한 인생을 살아야하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러종류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전복시키고도 남는 아주 강력하고 환상에 젖게되는 얼마간의 순간이 존재한다는것은 분명하다. 열망할 가치가 있는 순간말이다. 종종 오후 9시가 넘은 늦은 시각에 아직 문을 닫지 않은 카페를 찾아가서 밤의 커피를 마시게 된다. 나는 카페인이 더 이상 나에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혹시 늦게까지 잠을 이룰 수 없을때 어둠속에 누워서 저녁에 마신 커피를 떠올리는 순간이 좋다. 커피잔의 갈색 표면에 톡톡 거리며 녹아들어 얼마간 별처럼 반짝이던 설탕들. 기름진 원두 찌꺼기를 쓰레기통으로 털어내는 요란하고도 향기로운 소음. 소란스런 .. Tequila 꿈으로 가득 찬 대화를 하고싶다. Demolition_Jean-Marc Vallée_2015 참으로 오랜만의 장거리 비행. 자주타는 비행기는 아니지만 비행기에 앉으면 역시 영화 목록을 가장 먼저 확인하게 된다. 제작 발표가 나왔을때부터 보고싶다 생각했었지만 결국 보지 못하고 온 장 마크 발레의 이 한눈에 들어왔다. (http://ashland.tistory.com/170)이나 같은 영화로 알려지긴 했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얼떨결에 접하고 푹 빠졌었던 (http://ashland.tistory.com/133)의 감성으로 남아있는 감독이다. 게다가 좋아하는 두 배우 제이크 질렌할과 나오미 왓츠가 함께 나와서 그들의 음울하고 매혹적이었던 어떤 영화들, 나이트크롤러나 에너미(http://ashland.tistory.com/186), 25그램 같은 영화들도 연달아 떠올랐다. 그 영화 속 그들의 표정을 끌어.. 횡단보도와 커피 어릴때 학교 가는 길에도 지하철에서 내려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어김없이 건너야했던 횡단보도들이 있다. 어릴적에는 대학 정문부터 지하철역까지 이어지는 도로로 데모 구경도 자주갔다. 최루탄 냄새가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까지 이어져 눈물 콧물을 다 쏟아내야 했다. 이 건물 아래의 시계집과 복사집은 여전했고 또 영원히 그 자리를 지킬것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층 전체를 차지하고 전망까지 확보하고 있는 이 카페는 잘 모르겠다. 오래전 누군가는 이 자리에 난 창문앞에 서서 대치중인 경찰과 학생들 구경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커피는 에스프레소치고는 양이 많았다. 내가 단지 습관에 얽매여 찾고있는 그 커피에 아주 근접하기도 했다. 커피를 마시는것이 정말 좋다. 다음에 올때엔 사라질지도 모를 카페라는 생각에 있는 동.. 폴 바셋_ 룽고 꼭 커피를 마실 생각이 없어도 눈에 띄는 카페는 그냥 들어가서 메뉴판이라도 확인하고 나오게 된다. 이 카페는 얼마전 종각에서 교보문고 가는 도중에 발견하고 호기심에 들어갔다 나왔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부산에서 가보게 되었다. 아직 분점 수도 적은것 같고 5년전에 왔을때는 아마도 없었던 카페였던것 같고 결정적으로 커피 메뉴에 내가 먹고 싶은 커피가 있을것 같은 기대때문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빌니우스의 카페 메뉴에 보면 보통 에스프레소에서 라떼로 넘어가는 사이에 juoda kava 라는 커피가 있다. 직역하면 블랙 커피 인데. 근데 그 블랙커피에 상응하는 커피를 파는곳을 서울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빌니우스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그 특별할것 없는 '블랙 커피' 라는것은 에스프레소 두샷을 부운것도 .. Russia 07_부산의 뻬쩨르부르그 부산역에서 내려서 남포동까지 걸어가는길에 뻬쩨르부르그라는 이름의 러시아 어학원이 있었다. 어학원 간판이라고 하기엔 너무 예뻐서 찍으려고 했지만 짐도 있고 비가 너무 내려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쉬웠는데 남포동 근처에 다와서 횡당보도 건너편에 또 다른 뻬쩨르부르그가 보였다. 동대문 (Seoul_2016)동대문 역에 자주 내렸지만 보통은 대학로나 명동 충무로역이 있는 지하철 4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였다. 동대문 역에 내려 바깥으로 빠져나와서 주로 갔던 곳이라면 청계천 고가 도로 아래의 비디오 가게들이었다. 어릴적 티비에서 방영되던 방화 속의 가난한 남자 주인공이 청자켓을 어깨에 걸치고 길거리의 돌멩이를 발로 차며 터벅터벅 걸어나올것 같은 분위기의 거리에서 고무줄만 파는 가게, 타월만 파는 가게들을 지나치고 나면 나타나던 곳, 손가락 끝이 시커멓게 되도록 뒤지고 뒤져서 하나씩 찾아내던 비디오들은 유명하지도 멋있지도 특별히 좋은 영화도 아니었지만 왠지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는 절대 찾아낼 수 없을것 같은 영화들이었고 혹시라도 영화 잡지에 숨은 명작이나 B급 호러 명작코너에서 소개될지.. 이전 1 ··· 76 77 78 79 80 81 82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