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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05_dIVIDED BY O (Seoul_2017) 오랜만에 한국에서 보는 공연. 굉장히 좋아하는 밴드라고는 할 수 없지만 공연이 보고 싶었던 이유는 아마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노래하고있는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느리고 조용하지만 꾸준히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 가고있는 어떤 것들에 대한 존경, 여전히 뭔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것에 대한 작은 감동, 홍대의 작은 클럽 공연에 대한 향수, 약간의 억지를 섞어서 나는 5년만에 돌아왔고 그들도 오랜만에 5번째 앨범을 냈다는것에 의미부여도 함. 공연장 3번째줄에 앉았다. 아름다운것을 대하는 첫 느낌은 쉽게 변하지 않는것 같다. 매순간 감지되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것을 한번 느꼈을때는 그것이 사라졌다 나타나는 일시적인 느낌이 아니라 항상 제자리를 지키고 있던 느낌들 앞에 내가 찾아와 서있는..
햇살은 커피도 네잔으로 만들어 버리네. 새해벽두부터 친구에게 아메리카노 쿠폰을 왕창 받았다. 저번에 에스프레소 두 잔 마신 커피베이라는 카페인데 양많은 아메리카노 머그잔 손잡이가 잡기 쉽게 넓어서 좋다. 실내에서는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머그잔에 드려도 괜찮겠냐고 미리 물어와서 좋았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일주일내내 날씨가 따뜻해서 매일 외출했다. 햇살도 좋고 햇살이 오래 머무는 장소들을 기억해서 찾아갈 수 있어서도 좋았다.
Hongkong 05_함께 돌아온 몇가지 (Hongkong_2016) 보내지 못한 엽서와 남은 우표, 영수증 더미, 치약, 어댑터. 가져가지 않았는데 생긴것, 남겨지지 않고 함께 온 것.
Hongkong 04_셩완 어디쯤 (Hongkong_2016) 종이 지도는 아무 생각없이 걸어다니다 엉뚱한곳에서 헤매고 있을 경우 혹은 무작정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장소가 너무 좋아서 다시 오고 싶을 경우 나름 도움이 된다. 물론 헤매고 있을때에는 이미 지도밖을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고 좋아서 지도에 표시해 놓고 다시 찾아 간 곳은 처음만큼 좋지 않을때도 많지만. 그런데 종이 지도를 들고다니며 흔히 하게 되는 실수는 축척을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걸었을때 생각보다 먼 거리를 아무 생각없이 걸어가게 되는것이다. 분명 이만큼쯤 왔겠지 하고 지도를 보면 이미 너무 많이 걸어나가서 되돌아 와야할때가 종종 있다. 홍콩 센트럴의 마천루 뒤쪽으로 길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데보로드를 멀뚱멀뚱 걷다 생각보다 너무 멀리 가버려 되돌아와 들어선 셩완 지구의 어..
Hongkong 03_몽콕의 아침 (Hongkong_2016) 홍콩에서 우리가 지냈던곳은 몽콕에 위치한 전형적인 홍콩의 아파트였다. 사실 난 에서 금발의 임청하가 권총을 들고 뛰어다니는 청킹 맨션 같은 곳에 숙소를 얻길 원했지만 그곳은 이미 리모델링이 되고 난 후였다. 에어비앤비의 우리 호스트는 집을 다녀간 게스트들이 실망의 리뷰를 남길것을 우려해서인지 이것이 아주 아주 전형적인 극소형의 홍콩의 주택이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홍콩의 번화가 중에서도 현저히 높은 인구밀도를 지녔다는 몽콕은 왕가위의 영화 의 원제에 들어가는 지명이기도 하고 6층 이상이 넘어가지만 승강기가 없는 오래된 건물들과 그 건물들이 뱉어내는 치열한 숨소리가 거리 깊숙히 묻어나는 동네였다. 실제로 많은 건물들이 자신의 음습한 뒷골목을 지녔고 나는 혹시..
Hongkong 02_란콰이퐁의 한켠에서 (Hongkong_2016) 세상의 모든 건물이 좋다. 똑같이 찍어낸 아파트도 화려한 외관의 마천루도 다 쓰러져가는 옛 상가들도 건물 역시 인간과 다름없는 하나의 유기체라는 느낌을 주는 이런 건물들이 특히 좋다. 리차드 로저스 같은 건축가들의 영감의 원천은 혹시 홍콩의 무수한 건물들이 아니었을까. 집은 살기위한 기계라고 말했던 르 코르뷔지에는 홍콩의 거리를 걸으면서 어떤 생각을할까. 이것은 절묘하게 조립된 기계이다. 우리는 그것을 이루는 하나의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허름하고 초라한 집에 돌아와도 모종의 안식을 얻을 수 밖에 없는것이 하나의 증거이다.
Hongkong 01_홍콩, 1929 (Hongkong_2016) 정확히 무슨 단어의 일부였는지는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뾰족하고 가파른 건물들 사이의 좁은 도로위를 가까스로 파헤치며 지나가던 차량들과 사람들 사이에 '빠를 쾌' 자가 내비쳤다. 증축의 여지를 지님과 동시에 그렇지만 왠지 아무도 넘볼 수 없을것 같은 지붕을 지닌 먼지띠를 두른 옛 건물이 눈에 들어온 순간이기도 했다. 이곳은 특별히 서두르는 사람들도 없고 그렇다고 마구 늘어져 자빠져 있는 사람들도 없는 어떤 평준화된 속도감으로 꽉 찬 도시였다. 홍콩에서 뻗어나간 숱한 바이러스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도시의 속도만큼 전염성이 큰 것이 또 있을까.
대체된 소리. 날씨가 따뜻해서 정말 오랜만에 바깥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얇지 않게 옷을 입은 탓에 내부의 열기가 부담스럽기도 했다. 거리는 한적하지만 대학이 있는 동네에서 주말이 시작됐다는것을 느끼게 하는것은 오히려 두꺼운 전공서적과 에이포용지가 자취를 감춘 한산한 카페 테이블이다. 냅킨에 카페 로고가 찍혀있으면 기분이 좋다. 수중에 책이나 수첩이 있으면 책갈피처럼 끼어서 돌아오게 된다. 민무늬 냅킨이면 혹시나 해서 뒤집어 보게된다. 커피를 주문하고 나의 커피콩이 분쇄되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 가루가 탬퍼에 소복히 쌓이는 모습을 보는것은 큰 기쁨이다. 밖에 앉아있으니 초록색 형광색 빗자루로 부스러진 낙엽을 치우는 소리가 고요한 가운데 가득했다. 도장처럼 묵직한 탬퍼가 냅킨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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