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07) 썸네일형 리스트형 햇살은 커피도 네잔으로 만들어 버리네. 새해벽두부터 친구에게 아메리카노 쿠폰을 왕창 받았다. 저번에 에스프레소 두 잔 마신 커피베이라는 카페인데 양많은 아메리카노 머그잔 손잡이가 잡기 쉽게 넓어서 좋다. 실내에서는 일회용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머그잔에 드려도 괜찮겠냐고 미리 물어와서 좋았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일주일내내 날씨가 따뜻해서 매일 외출했다. 햇살도 좋고 햇살이 오래 머무는 장소들을 기억해서 찾아갈 수 있어서도 좋았다. 홍콩에서 함께 돌아온 몇가지 (Hongkong_2016)보내지 못한 엽서와 남은 우표, 영수증 더미, 치약, 어댑터. 가져가지 않았는데 생긴것, 남겨지지 않고 함께 온 것. 홍콩,셩완 어디쯤 (Hongkong_2016) 종이 지도는 아무 생각없이 걸어다니다 엉뚱한곳에서 헤매고 있을 경우 혹은 무작정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장소가 너무 좋아서 다시 오고 싶을 경우 나름 도움이 된다. 물론 헤매고 있을때에는 이미 지도밖을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고 좋아서 지도에 표시해 놓고 다시 찾아 간 곳은 처음만큼 좋지 않을때도 많다. 그런데 종이 지도를 들고다니며 흔히 하게 되는 실수는 축척을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걸었을때 생각보다 먼 거리를 아무 생각없이 걸어가게 되는것이다. 분명 이만큼쯤 왔겠지 하고 지도를 보면 이미 너무 많이 걸어나가서 되돌아 와야할때가 종종 있다. 홍콩 센트럴의 마천루 뒤쪽으로 길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데보로드를 멀뚱멀뚱 걷다 생각보다 너무 멀리 가버려 되돌아와 들어선 셩완 지구의.. 몽콕의 아침 (Hongkong_2016)홍콩에서 우리가 지냈던곳은 몽콕에 위치한 전형적인 홍콩의 아파트였다. 사실 난 에서 금발의 임청하가 권총을 들고 뛰어다니는 청킹 맨션 같은 곳에 숙소를 얻길 원했지만 그곳은 이미 리모델링이 되고 난 후였다. 에어비앤비의 우리 호스트는 집을 다녀간 게스트들이 실망의 리뷰를 남길것을 우려해서인지 이것이 아주 아주 전형적인 극소형의 홍콩의 주택이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홍콩의 번화가 중에서도 현저히 높은 인구밀도를 지녔다는 몽콕은 왕가위의 영화 의 원제에 들어가는 지명이기도 하고 6층 이상이 넘어가지만 승강기가 없는 오래된 건물들과 그 건물들이 뱉어내는 치열한 숨소리가 거리 깊숙히 묻어나는 동네였다. 실제로 많은 건물들이 자신의 음습한 뒷골목을 지녔고 나는 혹.. 란콰이퐁 한켠에서 홍콩, 1929 홍콩은 나에게 왕정문이 부르는 크랜베리스의 노래 그리고 2평도 안되었던 몽콕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지냈던 1주일간의 기억만으로도 영원한 가치이다. 대체된 소리. 날씨가 따뜻해서 정말 오랜만에 바깥에 앉아서 커피를 마셨다. 얇지 않게 옷을 입은 탓에 내부의 열기가 부담스럽기도 했다. 거리는 한적하지만 대학이 있는 동네에서 주말이 시작됐다는것을 느끼게 하는것은 오히려 두꺼운 전공서적과 에이포용지가 자취를 감춘 한산한 카페 테이블이다. 냅킨에 카페 로고가 찍혀있으면 기분이 좋다. 수중에 책이나 수첩이 있으면 책갈피처럼 끼어서 돌아오게 된다. 민무늬 냅킨이면 혹시나 해서 뒤집어 보게된다. 커피를 주문하고 나의 커피콩이 분쇄되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 가루가 탬퍼에 소복히 쌓이는 모습을 보는것은 큰 기쁨이다. 밖에 앉아있으니 초록색 형광색 빗자루로 부스러진 낙엽을 치우는 소리가 고요한 가운데 가득했다. 도장처럼 묵직한 탬퍼가 냅킨속에 있었다. 커피와 텅빈 기차 커피 마시고 점을 친다는 사람이 터키 사람들이었나? 커피점까지는 아니어도 혹시라도 커피가 사라져가며 아쉬워서 나에게 무슨 흔적이라도 남기지 않았을까 가끔 물끄러미 조금은 기대에차서 보게된다. 누르면 뭉개질듯한 조그만 방울 방울로 우유거품이 엉겨붙어 있을때도 있고 녹지않고 바닥에 남은 황금빛 설탕은 한두방울의 커피와 묘하게섞여 라이트박스 위에 그려진 모래그림처럼 보일때도 많다. 거품위에 흩뿌려진 시나몬 가루도 일회용 뚜껑에 옮겨붙은 거품과 시럽들도 어떤식으로든 자취를 남긴다. 잔밖으로 쏟아져 나온 커피들도 아직 입을 대지 않은 커피들도 하나의 완전무결한 그림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텁텁한 커피가 생각나 빌니우스에서 가끔 마시던 식으로 갈아진 원두위에 바로 물을 부어 마셨다. 커피를 다 마시고 보니 멀리 산 .. 이전 1 ··· 75 76 77 78 79 80 81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