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07) 썸네일형 리스트형 [리투아니아생활] 부활절 달걀 색칠하기 부활절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토요일이면 처음으로 아기와 함께 부활절을 보내러 시어머니댁에 내려간다. 리투아니아에서 부활절을 보내는것도 벌써 9번째. 여행 당시 처음으로 시어머니와 만났던 때가 부활절이었던것까지 계산하면 10번째 부활절이다. 부활절 달걀은 벌써 8번을 삶았다. '올해에는 염색하지 말까? 그냥 삶기만 하면 편하긴 할텐데. 에이 그래도 색칠해야지 부활절인데. 염색약 어디갔지? 분명히 작년에 염색하고 이 서랍속에 넣어 놨었는데? ' 신기하게도 거의 매년 반복되는 대화들이다. 매년 김장철이 되어 욕실 가득 크고 작은 대야를 늘어 놓으시고 배추를 절이시는 엄마를 보며 했던 생각은 정말 자주 돌아오는 김장철 같은데 따지고보면 살아있는 동안 최대치로 계산해봐도 서른즈음 부터 일흔즈음까지 고작 4.. Russia 01_10년전 3월_1 여행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외부적인 요인으로 더 이상 여행을 할 수 없게 된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해 온 여행을 추억하는것 만으로도 내 인생의 여행은 충분하다는 생각을 가끔한다. 내가 기억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동경은 여전히 가슴 아프겠지만 가까스로 기록 되어져서 사라지지 않고 남은 기억들은 더 공고해지고 지난 여행의 의미는 더욱 단단해질것이다. 매년 3월이 되면 빌니우스에 도착하기 전에 거쳤던 곳들에 대한 추억으로 벅차오른다. 당시의 여행 수첩속에 적혀진 음악 리스트들. 엄선해서 구워간 씨디 8장. 6번씨디와 8번씨디를 제일 좋아했었다. 매일 저녁, 여행을 끝마치고 돌아오면 숙소에서 울려퍼지던 음악들. 작은 배낭에 적지 않은 자리를 차지했지만 챙겨가길 잘했다 생각했던 스피커. 그리고 모스크바의 인포.. Frances Ha_Noah Baumbach (2013) 올리비아 아사야스의 크라이테리온 베스트 목록 (올리비아 아사야스 크라이테리온 베스트) 을 통해 알게 된 영화. 2013년 영화인데 크라이테리온에서 출시 되었다는게 신기하기도 했고 흑백으로 촬영되었고 무엇보다도 흑백과 핑크가 절묘하게 조화된 음악적인 영화 포스터가 Smith 의 베스트 앨범 자켓을 떠올리게 했다. (포스터 속의 프랜시스가 지휘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알고보니 춤을 추고 있는것이었음) 오아시스가 영향 받은 뮤지션으로 스미스와 스톤 로지즈를 언급한 적이 있기에 수집하기 시작했던 스미스의 앨범들. 이 뜬금없는 흑백 영화가 영화를 채 보기도 전에 나로 하여금 어떤 회상에 젖게 하고 있다는 기분 좋은 예감, 어쩌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추억도 아낌없이 녹아 있을것 같은 느낌. 요즘이 배경인 영화인.. [Black field] Vardis Marinakis (2009) 단조로운 색감의 영상 속 절제 된 대사와 움직임, 내용상으로도 지루하고 불편할것 같아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어느 한 구석이 마음에 들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것 같은 영화들이있다. 그런 영화들은 그런 기대가 틀리지 않았기를 바라며 정말 보고 싶을때,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때 최적의 분위기에서 보려고 애쓰는데 이 영화가 그랬다. 잠깐 시작 부분을 봤을때 국적을 인식해 낼 수 없는 언어와 분위기만으로 얼핏 떠올랐던 영화는 정도. 그래서 컴퓨터 폴더속의 상업 영화들 사이에 오랫동안 남아있던 이 국적 불명의 영화를 만나러가는 느낌은 마치 마른 건어물과 군밤 냄새가 코 끝을 스치던 종로 3가의 단성사와 피카디리 극장 거리를 빠져나와 막이 내리기 일보 직전의 제3 세계 영화가 방영되고 있는 종각의 코아 아트.. [Creed] Ryan Coogle (2015) Ryan Coogle (2015) 영화를 보는 내내 이제는 가까운 미래에 실베스타 스탤론을 볼 수 없어지는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슬펐다. 최근에 록키 시리즈를 복습하고 너무나 좋아진 실베스타 스탤론, 그가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를 거머쉬고 아카데미의 후보에 오른것은 마치 평생을 실베스타 스탤론과 록키라는 두 인격으로 부지런히 살아왔음에 감사하며 아카데미가 인류를 대표하여 감사패를 헌정하는 느낌이다. 실베스타 스탤론의 얼굴을 보면서 예전의 참치 광고가 떠올랐다. 기름기 없는 참치의 컨셉으로 참치캔을 누르면 기름이 쏙 빠지는 광고였는데 스탤론의 얼굴과 표정과 몸짓이 딱 그랬다. 문닫는 아이스링크에 겨우겨우 부탁해서 애드리안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던 록키, 텅 빈 필라델피아 거리를 후줄근한 운동복을 입고 뛰던 그.. [The Hateful 8] Quantin Tarantino (2015) - 제니퍼 제이슨 리를 위한 영화 Quantin Tarantino (2015) . 많은 이들이 타란티노라는 이름에 혹했겠지만 순전히 제니퍼 제이슨 리 때문에 본 영화. 중고등학교 시절에 정말 좋아했었는데 왜, 언제부터 나에게 잊혀진 배우가 되어버렸을까. 많은 굵직한 배역들이 그녀에게로 갔지만 정말 자기가 몹시 내키는 역할만 골라서 출연한다는 느낌을 주던 몇 안되는 배우중 하나였다. 내가 그녀를 알게된 건 중학생때 가장 좋아했던 배우 팀 로빈스의 영화들을 찾아 보면서 부터였다. 코엔 형제의 에서 함께 출연했고 로버트 알트만의 에도 함께 나왔다. 팀 로빈스 역시도 그 당시 내가 읽은 기사들에서 헐리우드 반골로 곧 잘 묘사되었고 여러모로 난 두 배우가 닮았다고 생각했다. 여리여리 예뻤지만 여타 여배우들과는 다른 눈빛, 마치 '네가 나에게서 원.. [Youth] Paolo Sorrentino (2015) Paolo Sorrentino (2015) 끊임없이 쏟아지는 영화,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 몇몇 티비 시리즈들. 봐야 할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너무나 많다. 영화를 보는 그 자체가 정말 아름다운 행위이지만 영화의 장면 장면에서 많은 다른 작품들과 이미지들을 떠올리고 내 개인의 경험과 감상들을 뒤섞어 추억에 젖어들때 행복함을 느낀다. 때로는 영화가 전달 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정작 놓쳐버리고 개인적인 감상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많지만 내가 보는 영화들이 내 사전속의 내 개인적인 언어이고 내 사진첩속에 남겨지는 개인적인 추억일뿐이라 생각하며 결국은 타협하고 만다. 포스터속의 하비 케이틀의 표정과 레이첼 와이즈의 이름을 보고 덥석 찾아서 본 영화.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분위기의 영화이지만 영화의 전개 방식과 배경은.. India 05_Chandigarh 14년전 오늘의 여행. 여행 루트의 편의상 북인도의 여러 도시에 들렀지만 내가 꼭 가야겠다 계획했던 도시는 단 두곳이었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를 맡은 챤디가르와 네팔과 티벳에서 멀지 않은 다르질링. 홍콩에서 환승을 하며 또래의 한국 친구들을 만나 얼마간 동행했지만 챤디가르에 가겠다는 친구들은 없었다. 사실 챤디가르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여행하는 인도의 도시들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현대적이었고 자로 잰든 명확하고 반듯했으며 사람에 빗대어 묘사하자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차갑고 깐깐한 느낌의 도시였다. 다르질링에서 챤디가르로 바로 가는 기차가 없어서 엉겁결에 머물게 된 알라하바드에서 열 시간이 넘는 밤기차를 타고 도착한 챤디가르.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여과없이 스며들어 침낭을 꺼내야 하나 .. 이전 1 ··· 88 89 90 91 92 93 94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