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931)
리투아니아어 11_내가 좋아하는 단어 '배 Kriaušė' 지난 달에 친한 친구 한명이 부다페스트로 떠났다. 3개월간 임시직으로 일하고 아무 문제 없으면 계속 남게 되는 모양이다. 떠나기 전 날 친구들 전부 모여서 언덕에 앉아 새벽까지 이야기했다. 이 친구와는 평소에도 자질구레하게 이것저것 얘기할것이 참 많았다. 그래서 당분간 못보게 된다 생각하니 섭섭했다. 이 날 친구가 참 마음에 드는 질문을 던졌다. '리투아니아 단어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단어가 있어?' 였다. 리투아니아 생활 8년째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질문을 던져온다. 어떤 경로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춥지는 않은지. 말을 배우는것은 어렵지 않은지가 가장 빈번한 질문이다. 자주 만나지 않는 사람들은 만날때마다 같은 질문을 두번 세번 던지는 경우도 있다. 뻔한 질문이라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화제가 번져..
리투아니아어10_벌 bitė 폰의 스크린샷 기능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사진을 찍어서 어느 순간을 간직하는것과는 또 다른 감성이 있다. 두개의 버튼을 동시에 잘 눌러서 찰칵하고 저장되는 느낌이 참 좋다. 우연히 폰을 봤는데 시계가 자정을 가리켜서 또 꾹 눌렀다. 폰의 초기 화면에 저장된 여인은 의 에바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주인공이기도 하다. 검은 코트를 입고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텅 빈 거리를 터벅터벅 걷던 그녀. 내가 그토록 부다페스트를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그녀가 떠나온곳이 부다페스트였기 때문이다. 화면 좌측 상단의 단어 bite(bitė 비떼)는 리투아니아어로 벌이라는 뜻이다. 리투아니아의 주요 이동 통신사이다. 리투아니아에서 여성을 애칭으로 부를때 보통 이름에 -tė 를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E..
루리드와 상그리아 지난 주말은 성 요한의 날에 맞춰서 기온이 32도까지 올랐다. 라일락은 아주 오래 전에 자취를 감췄다. 날씨가 더워지면 생각나는 술이 상그리아이다. 나는 술을 잘마시지도 못하고 즐기지도 않지만 어떤 노래나 책이나 영화속에서 접한 특정 술에 대한 환상같은것이 있다. 가슴 깊이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면 노래가 있다면 소설이 있다면 아마 누구라도 그럴것이다. 대표적으로 라일락 와인이 그렇고, 물론 그것은 존재하지 않지만. 오아시스의 진앤토닉이 그렇고. 듀드의 화이트 러시안과 라빅의 칼바도스 그리고 최백호의 도라지 위스키도 낭만적이다. 난 치열한 인생을 살고 있지 않다. 하루하루는 성실하고 부지런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큰 그림 속의 내 인생 전체는 대충대충 흘러갔으면 좋겠다. 세상의 어떤 사람들은 사력을 다해..
금요일 아침의 텅빈 거리 가 너무 생소했다. 왜 이렇게 차가 한대도 없지. 오전 9시인데 다들 벌써 출근해서 일을 하기에도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닌가. 하며 한참을 걷다가 공휴일인 것을 깨달았다. 일년 중 낮이 제일 긴 날. 한국의 절기로 따지면 하지였던 금요일은 리투아니아인들에게는 작은 축제의 날이다. 섬머 하우스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아마 집을 비웠을것이다. 들꽃을 꺽어 화관을 만들어 쓰고 작은 초를 강물에 띄워 멀리 흘려보낸다. 은행을 가려고 나왔던것인데 그냥 커피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커피와 함께 물을 내어오는 카페만큼 기분 좋아지는 곳은 이런 작은 쿠키를 곁들여주는 곳이다. 쿠키는 달지. 그래서 설탕도 한개만 준다. 리투아니아의 티샵 체인점인 skonis ir kvapas 가 운영하는 카페가 구시가지에 딱 한곳있다. 차..
버스를 놓치고 (Panevėžys_2016) 라고도 말할 수 없는것이 몇시 버스가 있는지 알아보지 않고 역에 갔고 아직 출발하지 않은 빌니우스행 버스는 아주 작은 미니 버스여서 유모차를 넣을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다음 버스를 타기로 했다. 비가 약간 내렸다. 생각지않은 40여분의 시간이 주어져서 커피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파네베지에 갈때마다 항상 지나치는 거리 한구석에 못보던 카페가 보였다. 케잌이나 빵종류는 없었다. '제가 집에서 구운 쿠키만 있어요'라고 말하는 상냥한 여인이 있었다.
리투아니아어 9_종이 Popierius 리투아니아에서 이런 컨테이너를 마주친다면 병도 플라스틱도 아닌 종이만 집어넣어야한다. 다른 쓰레기들은 집어넣기 불편하게 입구의 폭도 우체통과 비슷하다. 페이퍼, 파피루스, 파피르.. 리투아니아어로는 Popierius. 포피에리우스. R 대신 Ž 를 넣으면 Popiežius, 교황을 뜻하는 Pope 가 된다. 이런 비슷한 단어들을 보고 있으면 가끔 나만의 알파벳으로 나만의 언어를 만들수있지 않을까 상상해보게 된다. 특히 남성명사와 여성명사로 나뉘어서 반드시 특정 어미로 끝나야하는 리투아니아어의 경우 비슷한 단어들이 정말 많다.
리투아니아어 8_미용실 Kirpykla (Panevėžys_2016) 리투아니아의 소도시 파네베지. 빌니우스에서 라트비아 리가행 버스를 탄다면 대부분의 경우 이 도시를 거친다. 어딜가든 모든곳이 쥐죽은듯 조용하다. 드문드문 더디게 나른하게 움직이는 건축 현장들만이 그래도 아직 이 도시가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말해준다. 이틀간 비가 오고 몹시 추웠다. 바람은 여전하지만 날은 화창해지고 있다. 파란 하늘 아래 단조롭게 줄지어선 가정집들 사이로 이따금 미용실이나 옷가게들이 뜬금없이 자리잡고 있다. Kirpykla '키르피클라' 는 '자르다' 를 뜻하는 동사 kirpti 에서 만들어진 단어로 간단히 머리를 자를 수 있는 미용실을 뜻한다. 미용실이라는 단어를 몰랐더라도 입구위의 가위 장식을 보고 미용실이라고 단번에 알아차릴수 있었을까 한참 생각했다. ..
라일락 와인, 라일락 엔딩, 한국에선 봄이되고 벚꽃이 피면 벚꽃엔딩이라는 노래가 인기가 많다는데 그 시기에 빌니우스에서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중고등학교 6년내내 벚꽃 완상의 시간이 있었다. 물론 화창한 봄날 그냥 수업을 하지 않는 자유 시간이라는 의미가 모두에게 더 강렬했지만 그때 하늘에서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참 많이들 뛰어다녔다. 왜 소원들은 굳이 힘들게 잡아야하고 한번에 불어서 꺼야하고 던져서 맞혀야 이루어 지는것인지 참 우스운 일이다. 생각해보면 참 풋풋한 시절이었다. 물론 난 그렇게 발랄하게 뛰어다닐 감성은 전부 내다 판 학생이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벚꽃에 대한 기억은 뜨뜨미지근한 물처럼 밍밍하다. 빌니우스 시청 근처에 조성된 조그만 벚꽃 언덕이 있는데 쉰들러 리스트의 주인공 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