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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02 오래 전 여행과 나중의 여행 (4)
  2. 2019.10.01 빌니우스의 10월과 뻬쩨르의 4월 (4)
  3. 2019.05.02 아주 오래 전에 (4)
  4. 2019.04.18 라일락 (2)
  5. 2019.02.27 수수부꾸미 (4)
Daily2019.10.02 06:00


가장 여행이 여의치 않은 시기에 넌지시 꿈꿔보는 여행이 가장 심정적으로 가깝고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내것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아무런 구체적인 준비 자세도 취할 수 없는데에서 오는 절대적인 자유 같은 것. 그것은 어쩌면 여행의 정수는 결국 환상하는 그 순간 자체에 있으며 어떤 대안이나 변화에 대한 갈망은 결국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여행의 본질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원하고 느끼고자 하는 모든 감각들, 그 모든 것은 사실 현실에서 용이하다. 그것을 애써부정하고 자꾸 미래로 과거로 눈을 돌리는 것을 우리가 낭만적이라 느낄뿐이다. 그리고 그 낭만을 굳이 부정하고 거절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결코 모든것이 꿈같진 않더라 라고 실망하는 순간만 영리하게 피할 수 있다면 결국 모든것은 무결점의 환상으로 남는다. 딱히 숫자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은 '가까운 시일' 안에 뻬쩨르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래된 기억들을 새로 고침 할 겸 도서 목록을 검색하니 뻬쩨르부르그 론리 플래닛이 보였다. 꽤나 오래 전 버전이었지만 어쨌든 예약을 걸어놓고 도서관에 가보니 너무나 익숙한 표지. 13년 전 러시아 여행 때 읽었던 당시에는 아주 따끈따끈했던 2005년 버전이었다. 맞아. 이런 내용들이 있었지. 죄와벌의 라스콜리니코프의 동선을 기초로한 워킹투어 루트, 에르미타쥐의 전시물에 관한 세세하고 습관적인 설명들. 많은 기록되지 않은 내 개인적 기억들은 당연히 휘발된 상태였다. 돔 크니기와 네프스키 대로변의 어느 일식집. 밥을 하다가 태워버린 법랑 냄비가 있던 이름 모를 대학 기숙사 숙소와 그곳에서 메트로를 향하던 질퍽한 길목의 풍광들이 간혹 기억날뿐이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다 뻬쩨르 숙박편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서 내가 머물었던 가장 저렴했던 그 숙소가 정확히 어디였는지 알게되었다. 발찌스카야 울릿짜로 표기된 주소의 페트로프스키 컬리지 기숙사. 모스크바에서 머물던 갈리나의 집 근처에도 라트비아 대사관이 있었는데 내가 그때 머물었던 모든 곳이 결국 이 쪽 동네로 흘러 들어오기 위한 하나의 정거장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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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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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밥하다 태워버린 법랑냄비 갑자기 대왕공감 중.. 전 지금도 법랑을 안좋아함다 ㅋㅋ 저 11월 초중순에 잠깐 뻬쩨르 가요 최악의 날씨 최악의 시기 흑 ㅋ

    2019.10.05 00: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포스팅 첫 문장에서 심장이 덜컥 쿵쿵 하네요. 제게 이번 빌니우스 여행이 진짜 그랬거든요. 민스크는 인디안 썸머 시간이 왔나봐요 이틀째, 아주 많이 따뜻한 햇살 내리는 좋은 날씨입니다. 지난주까지 패딩 꺼내입다가 어제는 후드티 하나 걸치고 나가는....... 아이의 옷을 어찌 입혀야 하나 큰 고민거리를 주는 시간이요 ㅎㅎ마음의 여유를 내어 빌니우스에서의 짧아 아쉬웠던 날을 일기장에 남기며 문뜩문뜩 영원한 휴가님 생각을 하네요 ^^ 모두 평안하시지요?

    상트는 제가 무척 아껴두고 있는 도시에요. 모스크바 살면서 몇일 일정으로 다녀올 기회는 많았지만 그리 조급하게 다녀오고 싶지 않아!라는 우습지만 도도한 ㅎㅎ 다짐을 하게 한 곳. 영원한 휴가님께도 그리 좋은 곳이라 하니 왠지 더 믿음이, 마음이 가네요.

    2019.10.21 14: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Daily2019.10.01 18:48


세수를 하다가 살짝 젖은 소매가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는 요즘. 더이상 커피를 시키면서 얼음이 채워진 유리잔을 부탁 할 필요가 없어졌고 카페 바깥에 놓인 테이블과 의자 위에는 아침에 내린 빗방울이 달리 어디로 굴러가야할지 몰라 그저 고여있는 그런 형상들. 새벽 햇살에 자연스레 눈이 떠지는 시기는 한참 전에 지났지만 그래도 아침이면 여전히 지저귀는 새들이 있어서 좋다. 통상 이곳의 겨울 난방은 10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 낮 기온이 10도 정도로 3일간 지속되면 시작되지만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지다가도 어느날은 낮기온이 15도를 넘겨버리는 중이라 빌니우스는 아직 난방을 망설이는 분위기이다. 4월의 중순 정도, 이제는 난방 끌만도 해 라는 생각에 이르기까지 장장 6개월간 지속되는 난방이니 만큼 벌써부터 난방비 내기 시작하는 것도 좀 그렇고 며칠 좀 춥더라도 최대한 천천히 시작됐으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이따금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라디에이터를 만져보며 겨울의 첫 온기를 기대하는 이 시기 특유의 모순된 정취가 있다. 전기 포트 대신 가스레인지에 올린 주전자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끓여내는 커피와 차, 하루종일 목욕 가운을 입고 꿀을 찾아 배회하는 곰의 기분으로 어슬렁거리는 나태함, 추움에 임박해서 떠올려보는 추운 영화들과 추운 소설들. 좁은 발코니 바닥으로 하나 둘 떨어지는 잎사귀들을 틈새로 밀어서 거리로 쓸어 버리는 하루하루. 이따금 소장용으로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은 러시아 소설들을 오프라인 중고서점 사이트에서 검색해보곤 하는데  지난 여름에 동생이 가서 사다 놓았던 열 권 남짓한 책들 중 한 권을 며칠 전에 받았다. 오랜만에 다시 펼쳐보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뻬쩨르부르그 연대기의 공교로운 시작을 잠깐 옮겨보자면.

'4월 27일.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뻬쪠르부르그 사람 하면, 잠옷에다가 침실용 모자를 쓰고 꼭 닫힌 방 안에서 두 시간마다 무슨 약인가를 한 스푼씩 떠서 먹는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그러나 마침내 태양이 빛을 발하고 있고, 이는 다른 어떤 소식들보다도 값지다. 마지못해 침실용 모자를 벗어 버리고 생각에 잠긴 채 몸단장을 하고는 드디어 산책하러 나가기로 결심한다. 물론 스웨터에 털외투를 입고 방수 덧신을 신는 등 완전 무장을 한 채로 말이다. 그는 따스한 공기와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에게서 풍겨 나오는 어떤 축제 분위기.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마차들이 내는 고막이 터질 것 같은 소음 등에 약간은 놀라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병에서 회복 중인 그가 마침내 네프스키 거리의 신선한 먼지를 마시게 된 것이다!. 그의 심장은 고동치기 시작하고 그때까지만 해도 의심쩍은 듯, 믿지 못하겠다는 듯 굳게 닫혀 있던 입술은 미소를 머금은 듯 약간 삐뚤어진다. 질척이는 진흙탕과 공기 중의 진한 습기가 사라진 후 날아다니는 뼤쩨르부르그의 첫 먼지는 물론 달콤함에 있어 옛날 고향의 화덕에서 피어 오르던 연기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그래서 산책을 하는 그의 얼굴에서는 의혹의 표정이 사라지고, 마침내 그는 봄을 맘껏 즐기기로 결심한다. 봄을 즐기려고 결심한 뻬쩨르부르그 주민에게는 흔히 선량하고 순진한 그 무엇인가가 있어서 도대체 그와 기쁨을 함께 나누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뼤쩨르부르그 연대기,열린책들-'

켜켜히 쌓여있었을 긴 겨울의 눈이 다 사라지고 난 후 눈 위에 지속적으로 쏟아 부어졌던 모래들이 만들어내는 봄 특유의 먼지들이 이곳에도 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살 던 시기에도 지금과 같은 제설작업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겨울이 물러서는 4월의 중순은 먼지 조차 칭송할 수 있는 시기. 난방이 시작되기도 전에 다시금 상기시키는 뻬쩨르의 4월, 내 가장 가까운 미래의 봄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왠지 이번 겨울은 전에 없이 더 온순하고 정적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난 그의 소설이나 메모들에 기록된 구체적인 날짜들과 날씨 묘사들이 좋다. 그것이 내가 저곳이 아닌 이곳에 있다는 것을 좀 더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빌니우스에서 며칠을 머물고 당도한 드레스덴을 따뜻한 이탈리아보다 훨씬 더 좋아하며 오래 머물렀고 어떤 메모에서는 심지어 베를린과 뻬쩨르가 닮았다고 적어 놓기 까지했다. 그들 모두는 조금씩은 닮았다. 언젠가 관광객들의 구태의연한 동선에 목이 졸리듯 휘감겨있던 피렌체 시내에서 뉴델리의 부산스러움과 폭발하는 열기를 감지하고서 향긋한 추억에 젖었던것처럼 기억을 연장시키고 공고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습도와 온도 바람들이 만들어내는 공기의 예민함이다. 빌니우스에서의 생활에 안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내 마음이 아주 오래전부터 러시아 소설들이 내포하고있는 원시적이고 역설적인 아늑함에 많은 자리를 내어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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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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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설마

    그곳으로 떠나가길 기다리고 있는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를 펼쳐야 할거 같은 밤.

    2019.10.04 00:21 [ ADDR : EDIT/ DEL : REPLY ]
  2. 이 글이 넘좋아요. 문장도 분위기도.
    근데 저는 뻬쩨르에선 4월과 10월이 젤 힘들었어요 난방 안해주고 춥고 음습하고 비오고 진눈깨비 ㅋㅋ

    2019.10.05 00: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Daily2019.05.02 06:00

우리 엄마 세대들이 혼수로 장만해오곤 했다는 카스텔라 제빵기.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간혹 엄마가 만들어주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 이사를 가면서 버리신 건지 그 이후론 먹은 기억이 없다. 엄마가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거품을 내던 모습이 기억에 남았는지 언젠가 친구와 그걸 해 먹겠다고 프라이팬에 따라 하다가 친구 집 가득 연기를 피웠던 적이 있다. 폭신한 카스텔라 대신 달걀 우유 밀가루가 섞여서 질척하게 익은 반죽을 먹었다. 이 음식은 식빵을 토스트 해서 알맞은 크기로 잘라 쌓아 올린 후에 그 위에 달걀과 바닐라 익스트랙트를 넣고 섞은 우유를 식빵이 잠기도록 붓고 물이 담긴 용기 위에 오븐 용기를 넣어서 구우면 된다. 맨 아래 조금 덜 익은 곳에서 친구와 만들었던 그 카스텔라 맛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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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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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설마

    달걀냄새가 가득했던 빵
    어린시절 특별했던 추억.
    다시 먹고 싶네..

    2019.05.02 17:19 [ ADDR : EDIT/ DEL : REPLY ]
  2. 우오 울집에도 있었어요 엄마는 그걸 그냥 '오븐'이라 부르셨어요 카스텔라 반죽해서 구워주시는 날이랑 '도나스' 반죽하고 링 만들고 안의 동그란 공 찍어내서 튀기는 날이면 넘넘 행복했었는데

    2019.05.03 22: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따옴포 속 도나스의 위엄...마지막으로 엄마가 도나스 만들어 준 때가 또렷하게 생각이 나는데 그 집으로 이사가면서 저 '오븐'은 버리신것 같아요. 그러고보니 우리 어머니들의 베이킹은 그 카스텔라와 도나스였네요.

      2019.05.08 18:43 신고 [ ADDR : EDIT/ DEL ]

Daily2019.04.18 06:00

어린이 도서관에 카드 게임이 여러가지 있는데 동물 발바닥 연결하기, 수십 종의 고양이 연결하기, 영화 주인공과 영화 연결하기 등등 여러가지 시리즈에 이어 꽃 관련 카드도 나타났다. 이 카드 자체의 촉감도 말랑말랑하고 혹시 향기가 나는 기적이 일어날지 몰라 꼬 끝에 대 봄. 몸은 여전히 추운채로 손 안에 가득 쥐어진 꽃 카드들이 정말 화사하고 따스하게 느껴졌다. 리투아니아어로 올리브를 알리부아게 alyvuogė 라고 하는데. uogė, uogas는 열매, 베리 뭐 그런 단어로 쓰이니깐 풀어 말하면 alyva 나무의 열매라는 것이다. 게다가 리투아니아에서는 라일락을 alyva 라고 부른다. 그게 항상 이해가 안됐는데 실제로 라일락이 올리브 계열이란다. 라일락의 고향은 발칸 반도라고. 라일락 꽃과 연결되는 그림은 엉뚱하게도 관을 장식하고 있는 라일락이었다. 예전에는 시체의 악취를 감추기 위하여 라일락을 관속에 넣었두곤 했는데 그래서 어찌됐든 죽음과 관련된 라일락을 집에 들여다놓는것을 금기시하는 미신이 생겼다고 한다. 곱게 피어있는 라일락을 꺾기는 좀 그렇고 한 꼭지라도 떨어져있는 아이들이 있으면 집으로 가져오곤 했는데 이제 가져오려면 저 미신이 떠오를거다. 몰랐어도 좋았을 것을 알아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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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TAG 라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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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악 라일락 엄청 좋아하는데!!! 저도 알고 싶지 않은 걸 알아버렸군요! 전 라일락 향수도 있는데 으아아아앙

    2019.04.28 21: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Daily2019.02.27 07:00


지금 생각해보니 오래 전에 부모님이 명절을 쇠러 가시면 시골집에서 항상 얻어 오시던 새하얀 찹쌀 음식이 부꾸미였다. 팥이 들어있진 않았고 기름에 지지면 쩍쩍 늘어지던 그 음식을 조청에 찍어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 팥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에 서울에서 처음 먹어 본 수수 부꾸미는 정말 신세계였다. 아마도 그런 식감을 좋아하나보다. 빌니우스로 돌아오던 날, 트렁크를 집에 들여놓자마자 가방을 열어 선물 받은 냉동 부꾸미를 냉동실에 집어 넣었다. 조청이 없어서 시럽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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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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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설마

    언젠가 한번은 꼭 먹어보리라 다짐하게 되는..
    그 맛이 무지 궁금하네요..

    2019.03.01 21:38 [ ADDR : EDIT/ DEL : REPLY ]
  2. 크으 수수부꾸미 맛있죠. 저는 기름에 지진 부꾸미보다도 그냥 수수팥경단을 더 좋아했었어요. 팥도 좋아하고~ 아아 먹고프군요

    2019.03.03 01: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