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에 해당되는 글 68건

  1. 2022.01.10 1월의 핫초콜릿
  2. 2022.01.01 2021 년의 햇살
  3. 2021.11.12 서점 (2)
  4. 2021.11.11 몇 권의 책 (3)
  5. 2021.08.22 여름 종료 (2)
Daily2022. 1. 10. 08:39

3호선 버터플라이의 노래 중에 스모우크핫커피리필 이란 노래가 있다. '스모우크.핫.커피리필, 달이 뜨지 않고 니가 뜨는 밤'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 그런데 유독 커피도 아닌 핫초콜릿을 마실 때 이 노래가 보통 떠오른다. 하루하루 가장 짙은 어둠을 향해 달려가는 12월에 온 정성을 다해 끓이는 한 잔의 핫초콜릿은 남아있는 온 겨울을 녹여줄 듯 짙고 따뜻하지. 그래서 1월만 되어도 별로 맛이 없는가 보다. 그러니 이것은 오히려 약발이 떨어진 핫초콜릿 속에 달 대신 떠오른 예쁜 마쉬멜로우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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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4) 2021.05.31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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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2022. 1. 1. 06:45

낮이 급격히 짧아지고 어둠이 어둠 그 이상으로 어두워져서 이 시각 이 계단에 내리쬐던 이 햇살을 보려면 해를 넘겨서도 더 많이 기다려야한다. 그 순간을 계절과 시간으로 특정하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아 이 느낌이었지!' 하고 어떤 기억이 온 몸에 전류처럼 흐르는 순간에 도달하려면 사실상 딱 저 자리에 위치하는 순간과 함께 아주 까다롭고 미세한 조건들이 충족 되어야한다. 정리되지 않은 복잡한 전선들 아래로 페인트칠이 벗겨진 벽을 따라 오래된 먼지와 담배 꽁초가 나뒹구는 계단이지만 층계참에 남쪽 건물 마당을 향해 내어진 창은 여지없이 이 햇살을 끌어와선 단단히 붙들어 놓는다. 이와 비슷한 풍경의 계단을 오르내리며 살아갔을법한 사람들이 등장했던 많은 이야기들. 오래 전 그들로부터도 어쩌면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의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간다. 위층에서부터 술냄새를 풍기며 비틀거리며 내려오는 일군의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벽을 향해 몸을 당기면 옷 자락이 스치며 벗겨진 페인트 칠이 떨어져나간다. 다양한 인간들의 제각각의 사정으로 의견 일치를 보기 힘든 이런 곳은 변화도 방치도 부식조차 모두 더디다. 모든것이 아주 천천히 이따금 변하다보면 역설적으로 그 변화의 울림이 너무 거대하여 서서히 파괴되는 것들엔 오히려 연민의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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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2021. 11. 12. 07:03

 

구시가에 검은 개가 사는 헌책방이 있고 고양이가 사는 헌책방이 있는데 이 고양이는 보통 소리 없이 다가와 신발을 핥고 있던가 책 위를 사뿐사뿐 걸어 다닌다.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 존재를 알게 된 이상 결국 들어서는 순간 어디 있나 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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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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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1.14 17:23 [ ADDR : EDIT/ DEL : REPLY ]

Daily2021. 11. 11. 07:54

2년 전쯤인가. 문득 올해 이즈음에 뻬쩨르에 가게 된다면 참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구시가에 헌책방이 많은데 러시아어 책들이 꽤 많아서 돔끄니기 간다는 느낌으로 가끔 찾아간다. 고양이 한 마리가 온 사방 책을 누비며 기어 다니는 어떤 책방에서 지난달에 발견한 몇 권의 책들. 마치 어린이 도서관에 제일 찾기 쉽게 생긴 안데르센이나 그림 형제 동화 모음집처럼 두껍고 큰 판형의 책은 '죄와 벌'과 '가난한 사람들', '아저씨의 꿈'이 함께 수록되어있는 독특한 조합의 책이고 두 번째는 그가 보낸 서신의 일부를 모아놓은 책. 그리고 마지막은 겉표지의 일러스트가 눈에 들어왔던 '멸시받고 모욕당한 사람들'. 이 책은 오래전 리투아니아어로 꾸역꾸역 날림으로 읽고 비교적 최근에 한글로 다시 읽어서 느낌이 남달랐다. 나타샤와 이흐메네프가 다시 조우하면서 포옹하는 장면, 이반이 먼 곳에서 목도하는 다리 위에서 구걸하는 넬리의 모습이 앞표지와 뒤표지에 나란히 그려져 있다. 이 책방에는 유난히 러시아어 책들이 많고 특히 서점 가장 깊숙한 곳의 책장에는 주요 작가들의 다양한 판본의 작품들이 거의 전집처럼 모여있는데 최대한 생김새가 다른 책들을 골라왔다. 이 책들을 한글 읽듯 술술 읽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지만 눈감고 펼쳐보는 어떤 페이지에서 그럭저럭 해석되는 몇 문장을 바탕으로 어림짐작하여 한글 버전이나 리투아니아어 버전의 같은 부분들을 찾아 하루에 몇 페이지씩만이라도 비교하며 읽어보곤 한다. 아주 짧고 일상적인 문장들이라도 그가 손수 써나간 문장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독특한 일체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그가 정말 언젠가 존재했다는 것이 실감 나기도 한다. 영원히 알 수 없을것 같은 누군가를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에 용기를 필요로하는 존재를 소개받았다는 것은 내게 주어진 지나친 행운이다.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생일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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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익명

    비밀댓글입니다

    2021.11.14 17:19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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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댓글입니다

    2021.11.14 17:20 [ ADDR : EDIT/ DEL : REPLY ]

Daily2021. 8. 22. 05:55

 

8월이 끝을 향한다. 저녁에 부엌 창가로 더 이상 볕이 들지 않는 대신 아침은 한층 어두워져 건너편 병원의 불빛이 훨씬 도드라졌다. 언젠가 십자가 언덕에 다다르는 와중에 쏟아지던 우박과 몰아치던 폭풍 그리고 얼마 후 거짓말처럼 내리쬐던 햇살을 떠올린다. 그 이후로 8월 이면 그런 우박과 햇살을 한 번쯤은 기다리게 된다. 그런데 이번 8월은 우박 없이 지나가려나보다. 비는 지속적으로 내리고 기온도 줄곧 떨어진다. 주말이면 사람들은 버섯 채집을 하러 이동한다. 정류장에서 양동이 가득 노란 버섯을 들고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았다. 끓인 다음에 양파와 판체타랑 잘 볶아서 크림에 졸여서 먹으면 정말 맛있는 버섯이다. 옛날 러시아 소설 읽다 보면 버섯 이야기는 단골이다. 말린 버섯을 할머니가 실에 꿰고 있는 장면이라던가 레빈의 형이었나 어떤 여인과 숲을 걸으면서 청혼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데 갑자기 서로 버섯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청혼이 물 건너가 버린다거나. 생각이 난 김에 어린 시절 집에 있었던 64권짜리 세계문학전집을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금성출판사에서 80년대 중반에 개정판이 나왔던 이 전집은 전쟁과 평화도 가난한 사람들도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도 마지막 잎새도 심지어 삼국지도 분량이 전부 한 권으로 똑같았으며 신동우 화백의 삽화가 섞인 주니어용 문학전집이었다. 아마 네흘류도프도 베르테르도 햄릿도 전부 똑같이 생겼었을 거다. 64권의 목록을 살펴보고 있자니 분명 다 읽은 책들인데 기억에 없는 책들이 많다. 바늘 없는 시계며 사랑의 삼중주며 피와 모래 같은 책은 도대체 어떤 책이었을까. 사실 이런 아동용 전집들은 읽었어도 읽었다고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그런 와중에도 그 시기에 마음에 확 새겨진 작가들과 장면들이 있는 것을 보면 그 연령의 감수성은 충분히 건드릴 수 있는 수준의 편집이었나도 싶다. 성인이 되어서 다시 찾아 읽은 작품들도 많지만 다시 한번 한 권씩 찾아서 읽어보고싶다. 요즘 들어 커피 자주 마시게 된다. 아침마다 커피밀 돌리는 게 귀찮아서 분쇄커피 한 봉지를 오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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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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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8.27 20:57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