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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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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의 리가 바르샤바와 리가는 빌니우스를 중심으로 반대방향이다. 바르샤바 가는 길이 서울로 전학 간 친구를 보러 가는 느낌이라면 리가는 연락이 닿지 않는 먼 친척이 사는 바닷가 도시 구경 가는 느낌. 좀 고약하고 냉정한 제삼자의 시선에서 바르샤바는 꽉 막힌 사람들이 괴롭힘 당한 도시의 인상이 있고 리가는 셈에 능한 사람들이 단물을 빨아먹은 도시의 느낌이 있다. 그 외의 다른 점이 있다면 버스 옆으로 감자를 실은 화물차 대신 목재 화물차가 지나갔다는 정도.. 목적이 없는 여행이 어디 있겠냐마는 리가엔 이전에 꽤나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여러 번 왔었다. 그리고 볼일만 보고 아무런 미련도 없이 발길을 돌리곤 했다. 하지만 발길은 미련이 남아도 돌려야 하는 놈이고 미련은 발길을 안 돌리면 안 남으려는 놈이라는 걸 끊임없이 ..
지난 시즌의 테킬라. 올해 볼 연극 공연들을 예매하고 나니 지난 시즌의 테킬라들이 떠올라서 회상한다. 작년 2월에 구시가의 청년 극장에서 연극 '아연' (https://ashland.tistory.com/1258)을 봤었다. 손님이 몰리기 직전의 한산한 멕시코 식당에서 공연에 대한 설렘을 안고 간단한 타코 한 조각에 테킬라 한 잔을 마셨다. 그날의 테킬라가 진정 너무 맛있었기에 그 이후로 일종의 테킬라 한 잔의 전통이 생겼다. 어떤 테킬라를 마주하든 친구와 그날의 테킬라를 회상하고 분석하며 감탄했다. 딸려 나온 자몽에는 시나몬과 케이언페퍼를 비롯한 각종 매콤한 가루가 뿌려져 있었고 호세 페르난도 알레한드로가 할머니 찬장에서 꺼내준 듯한 저 호리호리한 잔은 밀집된 향에 코를 박고 작은 양을 나눠마시기에 완벽한 구조였다. 무엇보..
2023년 12월의 반려차들 반갑고 고맙게도 친구가 보내준 차력 (어드벤트 티 캘린더를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 매일매일 짧게나마 기록한 12월의 반려차들. 12월이 되었다. 본격적인 겨울의 시작. 생각보다 일찍 갑자기 큰 눈이 와서 급하게 아이들 방수되는 겨울부츠와 옷을 장만하느라 허둥댔다. 해가 더할수록 뭔가를 미리 준비하기보단 코 앞에 닥쳤을 때 해치우는 것에 크나큰 쾌감을 느끼게 되었다. 12월 1일 오늘은 유치원에 초대되어 나뭇가지와 상록수들의 잎사귀를 엮어 어드벤트 리스를 만들었다. 오래전에 리가를 처음 여행할 때 중앙역 근처 대형 마트에서 이 회사의 50그램짜리 딸기향 홍차를 샀었다. 커다란 딸기 두 개가 그려진 귀여운 빨간 틴케이스였는데 그것이 아마 내 돈 주고 산 첫 차가 아니었는지. 부엌에 놔두고 양념통으로 쓰..
늦여름의 노란 자두 푸르고 빨간 자두는 마트에 팔지만 신호등 사탕 만한 이 노란 야생 자두는 오며 가며 걸어 다니다 바짓가랑이에 쓱쓱 닦아 먹을 수 있는 빌니우스 거리의 과실수 중 하나이다. 구시가의 지름길을 찾아 남의 집 마당을 지나다 보면 꼭 한 그루 정도는 있어서 잔뜩 떨어져 있는 자두를 보면 아 8월이구나 하고 봄이 되어 모든 나무들 중 가장 먼저 꽃을 피우면 아 이것이 자두꽃이었지 한다. 그리고 겨울이 되어 앙상해지면 지난봄의 초입과 8월의 자두를 회상하는 것이다. 지난달에 동료가 바람이 불어 마당에 노랑 자두가 많이 떨어졌는데 그걸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주겠다고 했다. 20년 넘게 그 집에 사는 친구가 자두의 용도를 모를 일이 없다. 이제는 다 귀찮아서 자두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이다. 며칠 후에..
8월의 레드 오랜만에 간 극장. 이 빌니우스의 토종 극장에선 거의 7년전에 레오 까락스의 소년, 소녀를 만나다를 봤었다. 이날은 이타미 주조의 회고전에서 탐포포를 보았다. 일정 기간마다 기억해서 꺼내보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본다는 것, 극장에선 볼 기회가 전혀 없었던 좋아하는 옛날 영화를 다시 극장에서 접한다는 것은 독특한 즐거움이다. 모든것이 지나가고 또 지나가는 가운데 아직 남았다면 그것이 모든 영역의 클래식이다. 탐포포가 라멘 육수를 끓이다 좌절하며 거대한 육수냄비를 뒤엎는 장면의 그 열기는 끈적했던 8월의 어느날 관객으로 꽉 찬 냉방이 되지 않는 극장 속으로 여과없이 뿜어져나오며 예상치 못한 고통을 유발했다. 늘 따끈한 라멘을 먹고 싶다는 욕구를 부추겼던 이 귀여운 영화가 빌니우스에서도 찜통 열기를 떠올릴수 ..
누구의 바다도 아닌 발트 홍상수 감독이 영화 제목은 참 잘 짓는다 생각했다.
빌니우스의 테이글라흐 구시가의 필리모 거리의 유태인 회관 건물에 겸한 베이글 카페. 직장에서 가까워서 오래전에 자주 가던 곳인데 뜸해졌다 요새 간혹 다시 간다. 예전부터 필리모 거리에 있는 폴리클리닉에서 아침 일찍 굶은 채로 피검사를 하고 나면 하나의 의식처럼 배를 채우러 가던 곳이 두 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이다. 우선 병원에서 가장 가깝고, 딱히 맛있지는 않은 커피와 디저트가 있고 가정식에 가까운 음식을 파는 곳들. 이곳은 베이글 샌드위치나 샥슈카 같은 간단한 음식만 팔았었는데 오랜만에 가보니 뒷공간을 완전히 터서 꽤 전문적인 유대 음식점이 되어있었다. 이들의 간혹 얄미울 정도로 합리적이며 얄미움을 느꼈다는 것에 나름의 자책을 하게 만드는 알고 보면 딱히 잘못한 것 없이 그저 철두철미 한 것일 뿐인 그런 자기 확신에 찬 본..
부활절 지나고 먹은 파스타 회상 부활절을 보내고 일정상 혼자 하루 먼저 일찍 돌아와서 아무것도 없는 냉장고를 뒤져서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며 영화 컨트롤을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컨트롤은 조이 디비전의 프론트 맨이었던 이안 커티스에 관한 영화인데 결정적으로 흑백필름이고 음악이 많이 나오고 음악을 했던 사람이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므로 명명백백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이다. 비록 실재했던 그 영화 속의 삶은 암울하기 짝이 없지만. 무슨 계기로 이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진 건진 한 달이 지나니 그 경과가 또렷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아마 더 웨일에서 사만다 모튼의 피폐한 연기를 보고 이 영화가 생각난 것도 같고 지난달 한창 듣던 본즈 앤 올의 영화 음악 때문에 그랬던 것도 같다. 새로운 음악을 접하는 가장 쉬운 경로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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