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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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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etarian Cannibal> Branko Schmidt (2012) 일부러 찾아서 본 영화라던가 잘 알려진 영화들이 아니고선 영화를 보고 나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줄곧 까먹는다. 가끔가다 예전에 적어 놓은 영화에 대한 글들을 읽고 있자면 내가 정말 이렇게 느꼈나 싶어 웃길때가 있고남이 써놓은 글을 읽을때처럼 낯설때가 있다.시간이 흐르면서 영화의 줄거리와 장면들이 희미해지는것처럼 나의 감정과 느낌도 흐릿해진다.만약에 같은 영화를 다시 본다면 줄거리는 선명해지겠지만 나는 절대 처음과 똑같은 느낌을 받지 못할것이다.오늘 사물을 보는 관점과 내일의 세상을 대하는 자세는 어제의 그것에서 대략 일 밀리미터 정도 떨어진 먼 곳에 있으니 말이다. 나의 바뀐 시선과 관점으로 똑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서 새로운 느낌을 기대하는것에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쓰기에는새로운 영화를 보고자하는 ..
<디레일드 Derailed> Mikael Håfström (2005) 나는 이 배우의 이름을 클라이브 오웬이라고 쓰고 영국인 제라르 드 파르디유라고 읽기로 했다.'겉만 멀쩡하고 뭔가 응큼하고 엉성하다'라는 이미지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완전히 굳어졌는데사실 이 영화는 내가 지금까지 보아 온 그의 몇몇 영화들 보다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나름 괜찮은 옛날(?)스릴러인데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이후의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이 영화에서 구축된 이미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제라르 드 파르디유는 누구와도 유사하지 않은 나름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졌지만 이 두 배우가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은 뭔지 너무 흡사하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내가 억지로 갖다 붙이는 걸수도 있다.ㅋ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낙타의 표정과 어정쩡한 동공의 위치는 말할것도 없고뭉툭한 콧날은 한대 때려주고..
<캡틴 필립스 Captain Phillips> Paul Greengrass (2013)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카트린느 드뇌브 같은 배우들이 한때 절대미의 기준이었고 많은 이들의 뮤즈였겠지만더 아름답고 멋있게 나이 들어가는 배우는 캐서린 키너나 샤를롯 램플링 같은 배우들 같다.중성적인 생김새와 낮은 톤의 목소리, 목소리에 객관적 혹은 중립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게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정이 절제된 캐서린 키너의 목소리는 항상 상황을 관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위험에 처한 남편과의 절절한 통화나 무사 귀환한 남편과 온 가족이 부둥켜 안고 조우하는 뻔한 장면은 없었고캐서린 키너가 톰 행크스와 나누는 짧고 굵은 포옹과 남편을 내려주고는 쌩하고 사라지는 첫 장면은마치 3인칭 관찰자의 느낌을 주는 캐서린 키너의 무덤덤한 시선까지 더해져서이 영화가 평범한 미국 시민의 영웅담을 보여주는 감상적..
<투 마더스 Adore> Anne fontaine (2013) '나이 들어도'라는 속좁은 수식어는 덧붙이지 말자.90년대 헐리우드 여배우 이미지를 지녔지만 파니 아르당 같은 프랑스 여배우의 우아함도 지닌 아름다운 로빈 라이트이다.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교보문고에 수입 오리지널 영화 포스터를 파는 코너가 있었다.중학생에게 수입 포스터들은 너무 비쌌고 아쉬운대로 한 두장씩 사오곤 했던게 바로 포스터 근처에 놓여진 영화 엽서였는데실제 영화 포스터보다 훨씬 감각적이고 강렬했으며 마치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한 장처럼 완전 오리지널 분위기를 풍겼다.개인 소장품으로 회고전에 대여된 옛날 한국 영화의 포스터들처럼 혹은 밀러 맥주에 붙어있는 Genuine draft 표기처럼 말이다. 비닐도 채 벗겨지지 않은채 서랍속에 쌓여갔던 나의 엽서들은 누구에게로 보내졌는지 한 장도 ..
<드라이브 Drive> Nicolas Winding Refn (2011) 라이언 고슬링은 얼핏 조셉 고든 래빗과 계속 헷갈리다가 이제서야 정확하게 이름과 생김새가 매치되기 시작했다.둘 중의 하나를 남은 하나와 착각한 적은 없지만 이들은 아무리 주연으로 출연해도 내 인상에는 남지 않는 공통점이 있었다.배우들이 무게를 잡는 영화를 보면 특히 그것이 남자들의 영화라면 자동적으로 마이클 만의 를 떠올리게 된다. 역의 비중과는 상관없이 모든 배우들이 존재감 있는 연기를 펼쳤던 를 보며 항상 감독의 역량에 대해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배우들이 그의 영화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것은 아닐것이다.영화를 볼때마다 캐스팅에 대한 과대 망상에 빠져드는 나로써는 오늘도 변함없이 명감독을 위한 캐스팅 목록을 작성한다.난 를 보고 조셉 고든 래빗에서 라이언 고슬링을 구별해 낼 명분을 찾았고 마이클 ..
<디스커넥트 Disconnect> 헨리 알렉스 루빈 (2013) 90년대의 피시 통신 유니텔부터 현재의 카카오 톡까지. 내가 웹상에 남기는 글들과 인터넷과 스마트 폰을 통한 소통에 유난히 관심이 많아지는 요즘이다.현실에서 맺어진 관계를 그대로 사이버 상으로 옮아가는 패턴과 반대로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한 각종 공식을 현실이라는 실험실로 옮겨가는 패턴.그리고 실생활이면 실생활, 웹이면 웹으로 하나의 공간에 고정 된 인간관계도 있다.겉뜨기 안뜨기처럼 규칙적으로 짜이던 이전의 인간관계와 달리 요즘의 그것은 뭐랄까 복잡한 패턴의 수편물 같기도 하고 코가 빠져서 헝클어졌거나 벌레 먹어서 구멍 난 스웨터 같기도 하다.현재의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대화의 루트를 가지고 있고 필요 이상의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자신이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것들을 아낌없이 쏟아내지만 새..
<오프라인 Offline> Peter Monsaert (2012) 예전에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다가 피식 웃었던적이 있다. 포카리스웨트의 자몽농축과즙이 이스라엘산이었기때문이다.이온음료를 즐기는것은 아니었지만 매번 그 음료를 마실때마다 '아 내가 지금 이스라엘산 자몽을 먹고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 밍숭맹숭 비누맛같은 음료수를 들이키며 지구 반대편의 물 귀한 나라를 떠올리는것이 항상 있는 일은 아니다.벨기에산 씨쉘 (sea shell) 초콜릿을 먹을때도 비슷한 기분이 든다.내가 해마모양 초콜릿을 집을때마다 '아 네가 벨기에에서 자랐다는 그 해마구나' 라는 생각은 물론 하지 않을거다.하지만 오리지널리티를 무시하기란 쉽지않은 일임이 분명하다.요즘 같은 글로벌시대에 물건이나 음식의 국적을 따지는것은 무의미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우리가 집과 직장만 왔다갔다하면서도 알게모르게 지구촌 ..
<더 퍼지 The Purge> James De Monaco (2013) 영화를 볼때 잔뜩 기대를 하고 보는 몇가지 경우.예를 들어서 마이클 만이나 코엔 형제같은 감독들이 내놓는 신작들을 기계적으로 보는것 자체가 기대로 충만하다는것이고곱게 나이들어가는 다이앤레인이나 장만옥의 얼굴을 훔쳐봐야겠다는,거만한 눈초리의 잭블랙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기대로 골라보는 영화들은마치 새로운 맛의 과일 맥주나 처음 먹어보는 빵을 집을때의 설레임처럼 멋진 배우들에 의존하는 경우이다. 처럼 광고를 엄청 할법한 헐리우드 신작들은 왠만큼 강렬한 시나리오가 아니면 시선을 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살인을 포함한 모든 범죄가 허용되는 12시간'이라는 한 줄의 문구에 완전 꽂혀버렸다.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칠판 한 가득 롹의 계보를 적어놓고 열변을 토했던 의 잭 블랙처럼 대략 백여편의 영화로 이루어진 범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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