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173) 썸네일형 리스트형 <오프라인 Offline> Peter Monsaert (2012) 예전에 포카리스웨트를 마시다가 피식 웃었던적이 있다. 포카리스웨트의 자몽농축과즙이 이스라엘산이었기때문이다.이온음료를 즐기는것은 아니었지만 매번 그 음료를 마실때마다 '아 내가 지금 이스라엘산 자몽을 먹고 있구나'란 생각을 했다. 밍숭맹숭 비누맛같은 음료수를 들이키며 지구 반대편의 물 귀한 나라를 떠올리는것이 항상 있는 일은 아니다.벨기에산 씨쉘 (sea shell) 초콜릿을 먹을때도 비슷한 기분이 든다.내가 해마모양 초콜릿을 집을때마다 '아 네가 벨기에에서 자랐다는 그 해마구나' 라는 생각은 물론 하지 않을거다.하지만 오리지널리티를 무시하기란 쉽지않은 일임이 분명하다.요즘 같은 글로벌시대에 물건이나 음식의 국적을 따지는것은 무의미한 일이 되어버렸지만 우리가 집과 직장만 왔다갔다하면서도 알게모르게 지구촌 .. <더 퍼지 The Purge> James De Monaco (2013) 영화를 볼때 잔뜩 기대를 하고 보는 몇가지 경우.예를 들어서 마이클 만이나 코엔 형제같은 감독들이 내놓는 신작들을 기계적으로 보는것 자체가 기대로 충만하다는것이고곱게 나이들어가는 다이앤레인이나 장만옥의 얼굴을 훔쳐봐야겠다는,거만한 눈초리의 잭블랙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기대로 골라보는 영화들은마치 새로운 맛의 과일 맥주나 처음 먹어보는 빵을 집을때의 설레임처럼 멋진 배우들에 의존하는 경우이다. 처럼 광고를 엄청 할법한 헐리우드 신작들은 왠만큼 강렬한 시나리오가 아니면 시선을 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살인을 포함한 모든 범죄가 허용되는 12시간'이라는 한 줄의 문구에 완전 꽂혀버렸다.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칠판 한 가득 롹의 계보를 적어놓고 열변을 토했던 의 잭 블랙처럼 대략 백여편의 영화로 이루어진 범죄영화.. <사랑도 통역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소피아 코폴라 (2003) 24시간을 초단위로 잘개 쪼개어서 그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 매순간 머릿속을 파고드는 단어와 소리, 이미지들을 빠짐없이 기록해 나가야한다면 어떨까. 가만히 앉아서 머리를 굴리는 그것은 어쩌면 상상을 기반으로 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유에 가까운것일지도 모른다. 집밖을 나서서 내가 마주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단어와 섞이는 나의 단어를 포착하고 그들의 눈빛과 감정에 부딪힌 후 돌아오는 나의 오감들을 내 감정의 서랍에 차곡차곡 쌓아가는것은 단순한 사유와는 좀 다르다. 각기 다른 감정들을 비슷한 색깔로 분류하고 적정량의 놈들이 모여졌을때 서랍장 입구에 견출지를 붙이는것. 서랍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의 감정을 담아내지 못할때 우리의 감정은 세분화되고 서랍의 개수는 늘어난다. 그리고 그 감정을 적절한 단.. <바그다드 카페 Bagdad cafe> 퍼시 애들론 (1987) 트렁크와 함께 단 둘이 남겨진 주인공들에 본능적으로 끌린다. 그들이 방황하는곳은 캘리포니아 사막 한가운데일수도 있고 '아프리카'라는 이름의 카페일수도 있다.(그린카드) 때로는 프로레슬링 체육관 앞을 서성이기도 하고(반칙왕) 전설의 명검을 지닌채로 강호를 떠돌기도 한다.(와호장룡) 혼자인것에 익숙하고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그들을 무의식중에 동경하는 내가 가끔은 불편하게 느껴지지만 외톨이 같은 그들과 함께 고독의 미학을 깨달아가는것이 우리 삶의 유일한 과제라는 생각이 가끔 든다. 혼자라는것의 정의는 과연 누가 어떤 단어로 내려줄 수 있는걸까. 그것이 100퍼센트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독에 대해 얘기하는것은 엄청난 모순이 아닌가. 마치 설탕이 단지 쓴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충치의 고통에 대해 논하는것처럼 말이.. <텐텐 轉轉 Adrift in Tokyo> 미키 사토시 (2007) 하얼빈에서 1년반정도 기숙사 생활을 한것말고는 혼자서 살아 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자취생활에 대한 로망같은게 있다. 자취생활에 어떤 환상을 가지고 무턱대고 동경한다기 보다는 누군가에겐 불가피했지만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생활에 대한 일종의 호기심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갈 곳 없이 방황하다 얼떨결에 정착해버린듯한 의 장기투숙자들은 엄밀히 말하면 하숙생들이고 의 춘희도 의 윌리도 의 트래비스도 의 앨리도 의 소년과 소녀도 결국은 근본적으로 자취생들이 아닌가. 물질적 풍요와 안정적 삶과는 동떨어진, 혹은 그것들과 철저하게 격리되어 있을때에만 오히려 구겨진 신발 뒤축을 뚫고 나오는 듯한 특유의 자유와 의도된 고독. 그리고 그 모든것을 향한 흑백의 냉소들에 철부지 같은 동경을 품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나는 짧은.. <열혈남아 As tears go by> 왕가위 (1987) 을 보면 뉴욕에 머물던 에바가 숙모가 사는 클리블랜드로 떠나기 위해 짐을 싸는 장면이 있다. 뉴욕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보낸 길지 않은 시간동안 이미 그녀가 익숙해지고 그리워하게 된것들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데 바로 체스터필드 한 보루를 트렁크에 집어넣으면서 '이 담배, 딴 도시에 가도 있을까?'라고 윌리에게 묻는 장면이다. 낯선 곳으로 떠날때 우리는 늘 우리가 나중에 그리워하게 될 지 모르는것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한다. '갑자기 그 음악이 듣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씨디를 굽고 '그래도 머리맡에 놓고 두고두고 읽을 책 한권쯤은 챙겨야지' 하는 생각에 헌책방을 향하고 적응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계산해보고는 삼분카레 세네봉지를 구겨넣는다. 갑자기 보고싶어졌는데 아무곳에서도 다운을 받을 수 없.. <중경삼림 Chungking express> 왕가위 (1995) 원하는 영화를 그때그때 찾아서 볼 수 있는 요즘같은 세상에 살고 있는것에 감사해야한다. 오래전에 다운받아놓은 영화도 시간과 용량에 구애받지 않고 오랫동안 남겨둘 수 있는 거대한 저장공간이 보장되어있고 정말 재밌게 봤는데 절대 기억안나는 영화도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찾아낼 수 있는 검색엔진과 imdb 같은 사이트들이 있으니 마음에 드는 단역들 이름을 알아내려고 흐릿하게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을 붙잡고 씨름하지 않아도 되고 비디오 대여점에서 비디오 고르는 재미는 만끽할 수 없지만 연체료 걱정에 황급히 신작 비디오를 돌려줘야 할 번거로움도 없고 월요일 아침에 비디오 반납함 앞에서서 꾸역꾸역 주말 동안 빌려 본 비디오 테잎을 집어넣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것이다. 방과 후 비디오 가게에 들려 고심고심해서 영화를 .. <카페 드 플로르 Cafe de flore> 장 마크 발레 (2011) 지난번에 을 보고 바네사 파라디가 떠올랐더랬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어떨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조니뎁이 아니고선 독자적으로 잘 거론되지 않는 배우. 그녀를 볼때마다 일종의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조니뎁이 별로 멋있지도 않고 그가 케케묵은 매력으로 수년간 어필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니뎁과 그토록 오랫동안 짝으로 지냈었던데에는 그녀에게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었기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되는것과 심지어 '그렇게 앞니 사이가 벌어져서도 조니뎁과 가정을 꾸릴 수 있다니'라고 더더욱 못난 생각을 하게 되는것. 그러니 앞니가 빠진 여자는 예쁘지도 않고 그런 여자는 멋진 남자와 살 수 없다는 외모지상주의에 근거한 몹쓸 편견에 조니뎁이 멋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도 결국은 그가 사랑한 여자는 뭔가 특별..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