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173) 썸네일형 리스트형 <파리 5구의 여인 The women in the fifth > 파벨 포리코프스키 (2011) The women in the fifth 이 영화를 본지 한참이 지났는데 최근 들어서야 내가 본 영화가 이 영화란것을 알았다. 가끔 그럴때가 있다. 뚜렷한 동기없이 우연히 봤는데 재밌었던 영화들에 대해 누군가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그게 무슨 영화인지, 내가 본 영화인지 아닌지 헷갈릴때가 있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때 문장성분의 배열때문이었는지 엉뚱하게도 바네사 파라디가 나왔던 가 바로 떠올랐고 제목속의 숫자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전체적으로 영문 제목이 그다지 인상적이지도 않았다. 최종적으로 다운로드 버튼을 눌렀던 이유는 아마 스쳐지나간 에단 호크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이름때문이었을거다. 실제 제작년도는 2011년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국에서는 최근에야 개봉을 했다. .. <비포 선셋 before sunset> 리차드 링클레이터, 2004 before sunset, 2004 다시 쌀쌀해진 날씨. 주말 오후 집에 틀어박혀 론니 플래닛을 뒤적여본다. 비행기표를 워낙에 일찍 사놓아서 여행까지 반년 정도면 기초 프랑스어를 배워도 남겠다고 생각했는데 밍그적거리는 사이에 여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물론 살 방을 구해 놓은것 말고는 해놓은것도 없다. 지도위에 표시된 축척을 따라 손가락으로 아무리 에펠탑과 개선문 사이의 거리를 재어 보아도 쉽게 와닿지 않지만 이렇게 백지상태에서 내멋대로 상상할 수 있는것이 어쩌면 현재의 나의 특권인지도 모른다. 나중에 여행을 하고나면 지금 머릿속으로 그리는 파리의 모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테니깐. 부록으로 딸린 지하철 노선도를 뜯어서 펼쳐놓고 보니 그나마 방향 감각이 생긴다. 예를 들면 라데팡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투스카니의 태양 Under the tuscan sun> 오드리 웰스 (2003) 언제나처럼 나는 주제와는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들로 이 기나긴 일기를 시작하려한다. 블로그의 유입로그를 들춰보면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는 날들이 가끔씩 있다. 지난 주말 같은 경우에는 유입 키워드의 대부분이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였다. 알고보니 작가 김영하가 공중파 토크쇼에 출연한 것. 전세계 20여개국중 리투아니아어로도 번역된 그의 소설이 있으니 하루키같은 글로벌 작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농후한 한국의 작가는 정말 김영하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것은 키보드에 손을 올리면 마치 뇌가 손가락 끝에 달린것처럼 글이 술술 써진다는 그의 말이었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판타지와 현실로부터 얻은 영감들을 논리적으로 연결해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 <북촌방향> 홍상수 (2011) 내가 언젠가 거닐던 익숙한 풍경들은 흑백의 필터를 통해 시간의 정체성을 잃고 나만의 공간이 아닌 모두의 추억처럼 모든 이들의 눈동자에 아로새겨졌다. 영화 이 그랬던것처럼 역시 타인의 눈을 통해 나의 추억을 더듬는 기분이 들어 묘했다. 은행이 노랗게 물들면 유난히 아름다웠던 이 곳 정독도서관. 600원이면 한 그릇 뚝딱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던 도서관 식당의 가락국수. 전부 읽지도 못할거면서 꾸역꾸역 대출해서 결국은 그대로 반납하곤 하던 소설들. 도서관 무료 상영회에서 동생과 배꼽잡고 보았던 . 그리고 그 웃음을 뒤로하고 문제집이라는 현실로 돌아와야했던 우울한 시간들. 내 기억은 내가 보낸 시간의 일부이고 그 일부의 기억을 우리는 평생 추억하며 살아간다. 을 따라가는 카메라속에 나의 십대와 이십대 초반의 .. <다른 나라에서> 홍상수 (2011) 이번에는 '모항 해수욕장'이 배경이다. 영화 시작부터 노골적으로 팬션간판을 보여주는데 이런 팬션도 협찬받은게 아닐까 그냥 혼자 생각중. 배우들이 하도 홍상수 영화는 노개런티라고 떠들고 다닌 영향도 있고 설상가상 김상경이 무릎팍도사에서 소주도 자비로 샀다는 얘기를 한마당에 그래도 절에서 기와에 소원 적는거는 돈내고 했겠지 또 혼자 생각해본다. 그의 영화중에서는 그래도 서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곳이 배경이구나 했는데 는 제주도가 배경이었으니 그건 아니고 아무리 소주에 삼겹살을 구워먹어도 외국배우가 출연을 해서인지 정서적으로 한국같지 않다는 느낌을 주었나보다. 한마디로 모항 해수욕장에서 올 로케로 촬영된 이다. 이런 시나리오로는 샤를롯 갱스부르를 섭외했어도 성공하지 않았을까. 오롯이 '세명의 안느'를 연기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홍상수 (2008) 새해 다짐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되도록이면 이러진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해본것이 몇가지 있다. 단지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된다는 생각으로 정해진 시간에 자려들지 말자. 저녁을 먹었다는 이유로 야식을 피하려들지 말자. 내일 쉬는 날이어도 머리가 가려우면 그냥 감자. 뭐 이런 별 쓰잘데기없는 다짐들인데 한마디로 본능에 충실하자 그런거다. 내 자신에게만이라도 좀 덜 설명하는 생활을 해야하지 않을까 해서다. 자잘한 욕구들을 억누르기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자정넘어서 또 폭풍쉐프질. 얇은 스파게티면을 삶는데에 고작 6분의 시간이 필요한데 가스렌지 앞에 서기까지 한시간을 망설이는것은 죄악이다. 마늘과 토마토가 익는 시간동안 창밖으로 대여섯대의 차가 지나갔다. 음식을 먹고 빈.. 만춘 晚春 (1949) 6년전인가 이 영화를 하얼빈의 기숙사에서 처음 보았다. 복제디비디를 쌓아놓고 파는 가게들이 몇군데 있었는데 단속이 뜨면 며칠이고 장사를 안해서 혹시라도 문을 닫을까봐 진심으로 걱정하곤 했다. 영화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었지만 대략 6위안이면 고화질의 영화 DVD 를 살 수 있었는데 그때 운좋게 구입한것이 바로 크라이테리언 콜렉션의 이클립스 시리즈중 '오즈 야스지로' 시리즈였다. , <생활의 발견> 홍상수 (2002) 무릎팍도사에 김상경이 출연했다. 김상경이 게스트로 출연했던 개그콘서트의 편을 떠올려보면 토크쇼 출연이 그렇게 뜬금없는것 같진 않다. 단지 속의 김상경은 속된말로 찌질했어도 수다스럽진 않았는데. 김상경의 입담에서 박중훈의 위트를 기대했던것이 사뭇 민망해졌다. 김상경 스스로는 자기가 정우성과 송강호의 중간 지점에 있는 배우같지 않냐고 되물었는데 물론 도사들은 그 중간에 이병헌이 있지 않나요 하고 받아쳤지만. 하하하. 김상경은 자신이 가진 평범하고 생활 밀착적인 캐릭터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했던것 같다.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거나 살인을 할 만한 극적인 캐릭터가 사실 그에겐 없다. 송강호는 정우성보다 분명 못생겼지만 의 무능력한 회사원을 연기해도 그는 평범해 보이지 않는다. 김상경은 검사에 의사까지 엘리트를 연기.. 이전 1 ··· 16 17 18 19 20 21 2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