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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n 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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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어 83_기적 Stebuklas 거리거리에 남겨진 재밌는 물건들. 누군지 거의 알 것 같았지만 그래도 누구지 하고 쓰윽 눈을 밀어내본다. '요한 바오로 2세의 기도서에는 결코 눈이 쌓이지 않더랍니다.' 17세기였더라면 기적이 되었을 텐데. 곧 부활절이다.
리투아니아어 82_장갑 Pirštinės 겨울이면 주인을 잃은 장갑이 지천인데 사실 주인을 잃어서라기보단 제 짝을 잃은 것 같아 처량하다고 하는 편이 옳다. 보통 한 짝만 덩그러니 남아있기 때문이다. 장갑이야 한 짝을 잃으면 운 좋게 남은 한 짝도 거의 쓸모가 없어지니 하나를 잃든 둘을 잃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남은 장갑 한 짝 탓에 잃어버린 장갑이 잊히지 않고 계속 생각나니 차라리 두 짝을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아예 양 손바닥이 줄로 이어져 절대 서로 이별할 수 없었던 아동용 장갑은 그야말로 주인을 잃었다. 날이 따뜻해져서 장갑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게 되었고 저렇게 작은 손바닥을 지닌 아이라면 분명 다음 겨울엔 저 장갑이 맞지 않을거다. 그나마 장갑은 지난겨울 한 철 제 할 일을 다했으니 주인도..
리투아니아어 81_돌 Akmuo 내일 ''그 돌 앞에서 만나자.' 라고 말하면 만날 수 있다. 돌 하나도 이정표가 되는 빌니우스 구시가.
리투아니아어 80_사과 Obuolys 한겨울 이 거리에는 빌니우스의 여느 많은 거리에서 그러하듯 주인을 잃은 장갑 한 짝이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렇게 사과를 잃어버릴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왠지 더 이상 장갑을 끼지 않은채로 사과를 깨물어 먹고 다닐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명백한 시기가 된 것이다. 사과 나무 한 그루 정도는 심어져 있는 섬머 하우스를 가진 사람들이 많고 또 그런게 없어도 누군가는 항상 사과를 나눠준다. 여름이 되면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들이 색이 옅고 농약을 치지 않아 상처도 많고 울퉁불퉁한 사과를 먹고 있는 모습이 흔하다. 누군가가 준 사과를 또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그렇게 리투아니아의 사과들은 사방으로 굴러다닌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사과는 사과나무 멀리까지 굴러가진 않는다' 라는 리투아니아 속담이 있다. ..
리투아니아어 79_양귀비씨 Aguonos 올해가 가기 전에 부엌 서랍 속의 양귀비씨를 다 먹어 없애야겠단 생각에 보통 크리스마스에 만드는 양귀비씨 우유를 오늘 만들어보았다. 보면 주인공들이 부상당하거나 아프거나 하면 양귀비씨 우유를 마시고 고꾸라지는데 이걸 크리스마스 명절 내내 마셔도 절대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기때문에 그 우유와 이 우유는 성분상의 차이점이 있을듯하다. 이 우유는 양귀비씨를 사용한 수많은 달고 맛있는 음식들 중 하나이자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의 12가지 메뉴 중 하나를 당당히 차지하는 디저트이기도 하다. 양귀비씨를 잘 불려서 블렌더로 계속 갈다보면 하얀 빛깔의 물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것을 미리 끓여서 식혀 놓은 물과 설탕과 섞어서 달게 만든다. 보통은 시리얼을 먹듯 양귀비씨를 넣고 구운 저런 네모난 조각의 과자를 넣어서 떠먹는다..
리투아니아어 78_디저트 Desertas 얼마전에 동네 산책하다 발견한 개업 준비 중인 디저트 가게. 얼핏 내부를 들여다보니 엑스선 촬영 장치며 큰 식물들이 하얀 도자기 약통 같은데 담겨있고 커다란 비커며 실린더 뭐 이런 것들이 놓여 있었다. 케이크가 샬레에 담겨서 나오고 홍차에 따로 넣을 우유를 스포이드로 짜서 넣거나 뭐 그래야 하는 곳은 아니겠지 이런 생각을 하다 오늘 지나는 길에 문을 열었길래 떠먹을 수 있게 작은 병에 담긴 티라미수 한 병을 사왔다. 알고보니 설탕 안쓰고 정제된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는 등등의 노력을 하는 디저트들이란다. 커피는 아직 팔고 있지 않았는데 나중에 지나다가 커피 기계가 보이면 한 잔 사서 마셔보기로 했다.
리투아니아어 77_지붕 Stogas 요즘, 정확히 말하면 딱 오늘까지 빌니우스의 옥외 광고에서 볼 수 있었던 문구. Menas be stogo. 직역하자면 '지붕없는 예술' 이란 뜻이다. 코로나로 인한 긴 봉쇄 기간동안 갤러리들이 문을 닫아 전시를 할 수도 전시를 볼 수도 없는 상황이 되자 '100명의 작가, 100개의 작품, 100개의 장소' 라는 컨셉으로 진행된 야외 전시 프로젝트이다. 작품 아래에 QR 코드가 있어서 원한다면 다른 작품을 구경할 수도 있고 작품이 마음에 들면 작가로부터 직접 구매도 할 수 있게 만들어 놨다. 하지만 사실 지붕이라는 단어 Stogas 를 볼 때 내가 항상 떠올리는 것은, 특히 화재로 지붕 자체가 없이 방치된 건물이 있는 바로 시장 근처의 이 장소에서 떠올렸던 것은 'Stogas važiuoja' 라는 리..
리투아니아어 76_커런트 Serbentai 며칠 전 시장에서 모듬 커런트를 만났다. 블루베리와 구즈베리,체리 몇 알이 마치 실수처럼 딸려들어간 검고 빨갛고 하얀 커런트들의 총집합. 리투아니아어로 세르벤타이라고 한다. Serbentai. 시골길을 걷다보면 어느집 담장 근처의 낮은 덤불속에 아기자기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들. 이런 커런트들은 보통 재래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데 그마저도 흔하지 않고 심지어 유리병이 아닌 이런 상자에 이렇게담아 놓은 것은 온전히 채집한 자의 센스이다. 리투아니아 마트에서 커런트를 만난다면 보통 카시스라고 적힌 예쁜병에 담긴 수입 시럽이나 잼의 형태일 것이다. 씹을 만한 적당한 과육과 대체 불가능한 분명한 맛을 지닌 딸기나 블루베리 체리등이 뭔가 교양있고 예절바른 느낌이 있다면 이들 커런트는 그냥 한꺼번에 입에 털어넣고 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