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n Language (131) 썸네일형 리스트형 리투아니아어 75_청어 Silkė 몇년 전 우리집에 머물었던 일본여인은 씨르케를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몇 번을 말했었다. 씰케. 바로 헤링이다. 그 친구는 청어 절임을 너무나 맛있게 먹었었다. 일본인들이 생선을 많이 먹는다고는 해도 염장된 청어의 맛이 아시아인들에게도 먹히는 맛이라는 것에 당시에는 약간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스웨덴의 하지 축제를 다룬 영화 미드소마에 보면 땡볕아래에 앉아 있는 주인공에게 긴 생선 한마리를 가져와서 삼키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 자체가 워낙에 고어하고 짖궂어서 그 생선이 굉장히 끔찍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리투아니아에서도 일상적으로 먹는 형태이다. '씰케는 생선이 아니다. 씰케는 씰케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그렇듯 청어는 이곳에서도 별미로 통한다. 나에게 청어는 오랫동안 .. 리투아니아어 74_사람 Žmogus 좁은 동네에서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적고 그들의 동선도 거의 비슷해서 오며 가며 스치던 사람들이 마치 아는 이가 되고 그들 중 어떤이들은 종종 자잘하고도 솔깃한 이야기들을 건네오기도 한다. 어린 딸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여인과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니 '놀이터에 사람들이(Žmogeliukai) 엄청 많아요'라고 말했다. 사람을 칭하는 Žmogus의 지소체 단어žmogeliukai 를 써서말이다. 사람의 형태를 한 작은 것들, 아기들을 칭하고 싶을 때, 사람이라는 단어 자체에 어떤 친근함과 주관적인 감정을 담고 싶을때, Žmogeliukas처럼 어미를 바꿔서 쓰는 것이다. 지소체의 어감은 뭐랄까. 한 뚝배기 하실래요? 의 그 뚝배기나 차표 한 장 손에 들고의 그 차표에 특정 어미를 붙여 친근하게 말하면 듣.. 리투아니아어 73_Nealkoholinis 무알콜 2018년부터 주류 광고가 분명 불법인데 오히려 술광고는 더 늘어난 것 같음. 뭔가 얍삽한 무알콜 맥주 광고. 리투아니아어에서 Ne는 분명 네 라고 읽지만 (니예에 가깝지만) 엄연한 부정이다. 평일 오후 8시 이후에는 주류판매도 금지라 보통 냉장고에 블라인드를 내려놓던가 아예 주류 코너에 못들어가게 쇠사슬을 걸어놓는 경우도 있는데 완전 오픈된 공간에 일반 음료수들과 놓여진 맥주들이 있다면 그것도 물론 무알콜맥주이다. 0.0퍼센트 무알콜이라고 분명 써있지만 의외로 굉장한 혼돈을 주는 존재. 신비스럽게도 합법적으로 맥주를 사먹을 수 있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실수로 그 무알콜을 집어오는 경우가 있다는 것. 리투아니아어 72_책을 옮기는 사람 Knygnešys 리투아니아어 단어 중에 좋아하는 단어가 세 개 있는데 Kriaušė (https://ashland11.com/389), Batsiuvys 그리고 Knygnešys 이다. 이 단어들이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거나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고 사실은 어감 때문이다. Batsiuvys와 Knygnešys는 흔한 복합명사로 직역하면 신발을 만드는 사람(Batai+siuvėjas), 책을 옮기는 사람 (Knyga+nešėjas)이란 뜻인데 보통 많은 단어들이 자모의 규칙적인 배합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서 이 단어는 두 단어의 자음과 자음이 만나는 흔치 않은 단어라서 그 어감이 독특하다. 두 개의 성깔 있는 자음이 만나서 입 속에서 울려 퍼지는 작지만 고집스러운 충돌이 이 단어 자체의 성격을 규정하는 느낌마저 .. 리투아니아어 71_자신 Save 세이브아니라 '싸베' 라고 읽어야한다. 문이란 '당기세요' 라고 써있어도 무심코 밀기 시작하는 것. 열려 있는 줄도 모르고 열쇠를 넣어 돌려 다시 잠그고 마는 것. 세번을 돌리고 돌려야 열릴 때도 있는 것. 리투아니아어에서 Į 는 4격이 붙는 방향의 전치사로 뒤따라오는 단어를 향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저 문은 '자신을 향해' 당겨서 열면 된다. 리투아니아어 70_누구 그리고 무엇 Kas Kas 는 누구 그리고 무엇을 의미하는 의문대명사이다. 리투아니아어와 문법적으로 유사한 러시아어에선 이 두 단어가 개별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재밌는일이다. 전깃줄에 걸린 신발을 보자마자 튀어나오는 많은 질문들의 시작이 그랬다. 저게 뭐야. 누가 던졌을까. 누가 저기 올라갈 수 있을까까까. Kas, Kas, Kas, 줄 위를 걷다가 벗어놓고 온 신발이면 좋겠다라는 바램으로 대화는 끝이 났다. 리투아니아어 69_빛 Šviesa 오래되고 새로운 것, 초라하고 멋진 것을 상관하지 않으며 힘들이지 않고 뚫고 들어오는 것. 빛은 단 한순간도 낡은 적이 없다. 리투아니아어 68_고슴도치 Ežiukai 같은 밀가루 덩어리에서 나왔는데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니 진시황의 병마용을 떠올리게 하는 자태인가? 하긴 눈을 감고도 매번 1 그램의 오차도 없는 쌀밥을 집어 오물조물하는 스시 장인의 초밥도 어디 모두 같은 모습이겠냐마는. 그리고는 이들 밀가루 음식의 이름대로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예쁘다는 말을 최종적으로 되새겼다. 가장 평범한 밀가루 반죽을 가장 평범하게 떼어내어 치즈 강판의 뒷면에 쑥 밀면 탄생하는 리투아니아의 가장 평범한 밀가루 음식. 그리고 이렇게 평범한 음식인데 각 가정마다 다른 레시피가 존재 한다는 것이 이들 평범함들이 지닌 비범함일 것이다. 이전 1 ··· 5 6 7 8 9 10 11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