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n Language2016.07.05 04:16



지난 달에 친한 친구 한명이 부다페스트로 떠났다. 3개월간 임시직으로 일하고 아무 문제 없으면 계속 남게 되는 모양이다. 떠나기 전 날 친구들 전부 모여서 언덕에 앉아 새벽까지 이야기했다.  이 친구와는 평소에도 자질구레하게 이것저것 얘기할것이 참 많았다. 그래서 당분간 못보게 된다 생각하니 섭섭했다. 이 날 친구가 참 마음에 드는 질문을 던졌다. '리투아니아 단어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단어가 있어?' 였다.  리투아니아 생활 8년째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질문을 던져온다. 어떤 경로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춥지는 않은지. 말을 배우는것은 어렵지 않은지가 가장 빈번한 질문이다. 자주 만나지 않는 사람들은 만날때마다 같은 질문을 두번 세번 던지는 경우도 있다.  뻔한 질문이라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화제가 번져 재밌는 이야기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으니 최대한 성의있게 대답하지만 사실 그다지 재미있는 질문들은 아니다.  타인을 알아가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다.  내가 던진 질문에 상대가 어떻게 대처하고 대답하는지가 보통 이겠지만 반대로 그 상대가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오는지로 상대를 알아가는 경우도 많다. 그런 경로가 나에게는 항상 더 매력적이었다. 난 친구의 질문에 세 단어를 말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배를 뜻하는 'Kriaušė' 였다. 좋아하는 단어를 물은것이 뭐 그렇게 특별하고 즐거운일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퍽이나 따스하고 상냥했던 질문이었다. 리투아니아어 어렵지 않니 라는 상투적인 질문보다 훨씬 세심하고 성의있는 질문으로 느껴졌다.  크리아우셰.  크리아우셰. 크리아우셰... 난 이 단어의 어감을 참 좋아한다.  한편으로는 크리아우셰하면 사각사각 한국배의 식감이 느껴지는것도 같지만 처음 서양배를 껍질째 깨물었을때의 그 물컹함과 달콤함때문에 한동안 배를 참 많이 먹었다. 그리고 이름과 모습이 신선하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아마도 오랫동안 보고 먹어온 배와는 다른 모습인 이 과일을 배라고 생각해야했을때 느꼈던 생소함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배들의 사진을 찍은 날은 토요일이었는데 그날만큼 마트에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배가 있었던적이 없어서 한참을 서서 상처나지 않은것들로 종류별로 하나씩 골라왔다. 저마다 자기 이름이 있다.  Conference, Vermont beauty, Red barlett, Abate, Lukas, Rosemarie...보통 전부 수입산이다. 가장 값싸고 흔하게 볼 수 있는것은 맨 오른편의 물러서 상처가 많이 난 conference 이다.  워낙 부드러워서 껍질째 먹기 가장 좋다. 가장 예쁘게 생겨서 먹기 아까운것은 오른쪽에서 두번째인 rosemarie이다. 가장 비현실적으로 생겼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6.06.30 06:29


폰의 스크린샷 기능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사진을 찍어서 어느 순간을 간직하는것과는 또 다른 감성이 있다. 두개의 버튼을 동시에 잘 눌러서 찰칵하고 저장되는 느낌이 참 좋다.  우연히 폰을 봤는데 시계가 자정을 가리켜서 또 꾹 눌렀다. 폰의 초기 화면에 저장된 여인은 <천국보다 낯선>의 에바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주인공이기도 하다.  검은 코트를 입고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고 텅 빈 거리를 터벅터벅 걷던 그녀. 내가 그토록 부다페스트를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그녀가 떠나온곳이 부다페스트였기 때문이다. 


화면 좌측 상단의 단어 bite(bitė 비떼)는 리투아니아어로 벌이라는 뜻이다. 리투아니아의 주요 이동 통신사이다.  리투아니아에서 여성을 애칭으로 부를때 보통 이름에 -tė 를 첨가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Eglė 면 Eglutė, Rasa 면 Rasytė,  Lina 면 Linutė 같은 식이다. bitė 의 정확한 어원은 모르지만 혹시 벌을 뜻하는 영어의 bee 에 애칭처럼 tė 를 붙인걸까 상상한다. 비떼마야라고 하면 꿀벌마야이다. 아 귀여워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6.06.14 08:00



리투아니아에서 이런 컨테이너를 마주친다면 병도 플라스틱도 아닌 종이만 집어넣어야한다. 다른 쓰레기들은 집어넣기 불편하게 입구의 폭도 우체통과 비슷하다. 페이퍼, 파피루스, 파피르.. 리투아니아어로는 Popierius. 포피에리우스.  R 대신 Ž 를 넣으면  Popiežius, 교황을 뜻하는 Pope 가 된다.  이런 비슷한 단어들을 보고 있으면 가끔 나만의 알파벳으로 나만의 언어를 만들수있지 않을까 상상해보게 된다. 특히 남성명사와 여성명사로 나뉘어서 반드시 특정 어미로 끝나야하는 리투아니아어의 경우 비슷한 단어들이 정말 많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6.06.13 08:00
 

 
(Panevėžys_2016)


리투아니아의 소도시 파네베지. 빌니우스에서 라트비아 리가행 버스를 탄다면 대부분의 경우 이 도시를 거친다. 어딜가든 모든곳이 쥐죽은듯 조용하다. 드문드문 더디게 나른하게 움직이는 건축 현장들만이 그래도 아직 이 도시가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말해준다. 이틀간 비가 오고 몹시 추웠다. 바람은 여전하지만 날은 화창해지고 있다. 파란 하늘 아래 단조롭게 줄지어선 가정집들 사이로 이따금 미용실이나 옷가게들이 뜬금없이 자리잡고 있다.  Kirpykla '키르피클라' 는 '자르다' 를 뜻하는 동사 kirpti 에서 만들어진 단어로 간단히 머리를 자를 수 있는 미용실을 뜻한다. 미용실이라는 단어를 몰랐더라도 입구위의 가위 장식을 보고 미용실이라고 단번에 알아차릴수 있었을까 한참 생각했다. 어쩌면 옷이나 가죽을 수선하는곳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뭔가를 이미 알고나면 아무것도 몰랐을때의 느낌이 어땠는지를 기억해내기 어렵다. 특히 어떤 언어를 배울때는 더욱 그렇다. 한때는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알파벳의 조합으로 다가오던 낯선 단어들이었지만 이제 그런 단어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감정을 가지게 됐는지.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n Language2016.06.08 08:00




맥도날드는 여행다닐때 밤차를 타고 새벽에 내리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식당이었기에 추억이 많다. 편의점이나 24시간 운영되는 김밥집 같은곳이 전무한 유럽지역에서는 특히 그렇다. 물론 필요이상으로 일찍 도착해서 심지어 그 맥도날드도 청소시간이라고 아직 문을 열지 않았던 운이 나쁜 경우도 종종 있었다. 여튼 화장실을 돈을 내고 가지 않아도 되는곳이고 밤기차나 버스에서 불편한 밤을 지새우고 낯선 도시에 툭 떨궈졌을때 마음을 추스리고 숙소를 찾을 에너지를 충전할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 옛 여행을 추억하고 싶을때 맥도날드에 아침을 먹으러가면 좋겠다 싶을때가 종종 생긴다. 여행다닐때처럼 꼭두새벽에 일부러 일어나서 가기에는 너무 게으르니 보통 아침메뉴가 끝이 나기전 10시 이전에 가까스로 들어간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햄버거 드실 수 있거든요' 하고 맥치킨이나 빅맥 찾는 손님에게 설명하는 직원도 종종 보인다.  새벽 6시부터 10시까지 베이컨이나 달걀후라이가 들어간 맥머핀만을 판다. 그런데 리투아니아의 맥도날드 아침 메뉴 이야기를 하려는것은 아니고 사실 리투아니아의 아침인사에 대헤서 쓰려는것임. 쟁반에 놓인 종이에 아침인사가 적혀 있었기때문이다.  Labas 라바스 는 한마디로 good,  buon, bon, 같은것에 해당하는 아침 점심 저녁 인사말에 들어가는 '좋은' 이라는 뜻이다. rytas 리타스 는 아침이라는뜻. 좋은 아침, 굿모닝, 부온죠르노, 봉쥬르. 근데 이런 구체적인 아침 인사 대신 비슷한 연배의 아는 사람을 길거리에서 만났을때, 항상 만나는 사람에게 그냥 안녕 하고 인사하고 싶다면 아침 단어를 빼버리고 그냥 Labas 라바스! 라고 하면 된다.  



+인사 아래의 문구는 '아침드시러 오세요' 라는 뜻임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