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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n 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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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어 29_하얗다 Balta 화창한 7월의 중순. 빌니우스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인파로 한가득했던 날이었다. 대성당 근처의 공원 모래밭에서 한참을 놀고 돌아왔다. 자주 가는 장소인데 평소와는 다르게 내가 모르는 의미의 얼굴들로 가득했다. 주말이니깐 작정을 하고 나들이를 나와서 잠시 머물고 가는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퇴근후에 아이를 만나서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들러서 놀다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여러 가족들이 약속을 잡아 모인 느낌이라 평소와는 다른 종류의 소음으로 떠들썩한것이다. 방학이 끝나고 새학급에 들어섰을때나 특별활동 시간에 다른반아이들과 섞일때 느꼈던 낯설음 같은것들. 그런 느낌을 어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느낀다는것이 신기할뿐이다. 돌아오는 길에 못보던 간판이 보였다. 멀리서 봤을땐 얼핏 린..
리투아니아어 28_임대 Nuoma 임대 표시가 붙은 점포를 보면 그 전에 어떤 가게가 있었는지부터 생각해보게 된다. 기억에 남지 못한 장소였기때문에 결국 또 임대를 하고 있다는것으로 결론이 난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올드타운인데 금세 문을 닫는 식당이나 가게들도 은근히 많다. 그런데 또 이렇게 임대를 하는곳은 새로운 가게가 생겨도 잘 되지 않는곳이 많다. 이곳이 어떤 공간이 될지 두고볼 생각이다. 그렇게 열고 닫는 가게들과 함께 빌니우스에서의 하루도 지나간다.
리투아니아어 27_왕국 Karalystė 버스타는것을 별로 안좋아하는데. 우선 멀미가 날것 같고. 항상 더 오래 걸리는것 같고. 덜컹거리니깐 잘 휘청거리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하철에 너무나 익숙해진탓이다. 지하철에 익숙해진 이유는 물론 앞의 세가지이유 때문에 버스를 피해다녔기 때문이지만. 빌니우스에는 지하철이 없다. 유동인구도 적고 한때 지하철 관련 이야기들이 떠돌아다니기도 했는데 조소로 가득찬 반응에 그 이야기는 쏙 들어가버렸다. 빌니우스에 살면서도 버스를 탈일은 거의 없다. 병원이든 우체국이든 역이든 관공서든 어디든 길어야 30분정도 걸으면 다 닿을 수 있다. 그래도 버스를 타야 할일이 간혹 생긴다. 꼬마 아이의 생일 잔치에 가느라 오랜만에 버스를 탔는데 역시나 먼 동네들이 짊어지고 있는 투박하고도 음울한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어 돌아왔다...
리투아니아어 26_Gėlė 꽃 6개월간 집을 비우고 돌아와보니 건물 내부 벽과 천장들이 수리 되어있고 누군가가 정성스레 가져다 놓은 화분도 보였다. 사실 한국에 가기전에 계단에 칠할 페인트 색상과 마감재 재질까지 같은 층 사람들과 전부 합의를 한 상태였긴 하지만 막상 돌아와서 말끔하게 수리 되어있는 모습을 보니 건물 외벽 리노베이션이나 단열 작업 같은것도 시간이 걸릴뿐 거주자들과 충분한 이야기가 되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고 있는 아파트는 60년대 초반에 지어진 건물이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오래된 아파트 리노베이션이 빈번한데 집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건물 전체의 외관을 정비하는 것이라서 단열재를 보강하고 벗겨지고 부서진 외벽을 다듬어서는 도색을 다시 하는 식으로 해서 새건물처럼 만드는 작업이라고 보면된다. 그리고 그런 ..
리투아니아어 25_Kava, Kavalierius 커피와 기사 파네베지에 머무는 내내 날씨가 따뜻하고 좋았다. 그리고 비가 내릴듯 말듯 날씨가 흐렸던 어느날 커피를 마시러 갔다. 4월에 왔을땐 날씨가 추워서 거의 집에만 있느라 몰랐는데 이번에 보니 파네베지에도 카페도 많이 생기고 전과 다르게 도시에 생기가 돌았다. 새로지어지는 집들과 말끔하게 정돈되는 일부 거리들도 그렇고 정말 줄어들었던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라도 한걸까. 이 카페에서는 빌니우스의 Tastemap (http://ashland.tistory.com/232) 이라는 로스터리에서 로스팅한 커피를 사용하고 있었다. 요새 빌니우스 마트에도 보면 특정 카페들이 로스팅한 커피콩을 파는 추세인것 같다. 아무튼 시선을 끌었던것은 카페 이름이었는데. 커피의 Kava 를 살리고 lierius 를 덧붙여서 Kavalier..
리투아니아어 24_Kasa 매표소 파네베지는 작은 도시이다. 처음 이곳에 버스를 타고 도착했을때 내 눈 앞에 미끄러져 지나가던것은 과연 언젠가 작동이 된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낡고 오래된 풍차들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 풍차들에게서 이질감을 느끼곤 한다. 이곳에선 비단 그 풍차뿐만이 아니라 모든 장소들이 단 하나의 원칙적인 기능외로는 변주될 여지가 없어보이는 세트장 같은 인상을 주었다. 드라마 하나가 끝이나야 그제서야 건물 위치도 조금 바뀌고 간판도 바뀌고 사람들의 의상도 바뀔것같은, 이 도시를 뒤덮은 태생적인 수동성 같은것이 있었다. 사람이 적은 작은 도시를 여행하면 으례 영화 트루먼쇼의 느낌을 받는다.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정해진 동선위를 수학 기호같은 표정으로 걸어다니던 세트장 속 엑스트라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적막이..
리투아니아어 23_Stiklas 유리 작년인가 파네베지에 왔을때에도 Popierius (종이) 가 적힌 쓰레기통 사진을 올린적이 있다. 이런 쓰레기통들은 빌니우스 에도 널렸는데 왜 꼭 파네베지에서만 찍게되는지 모르겠다. 아니다. 알것같다. 사람도 차도 소음도 절대적으로 적은 적막한 파네베지의 휑한 거리에 움직임없이 서있는 이 쓰레기통들 만큼 이곳 역시 사람이 사는곳임을 느끼게 하는것이 없기때문이다. 좀 더 안락해보이는 삶을 위해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 학생이 부족해서 문을 닫는 학교들이 있어도 여전히 누군가는 쓰레기를 버리고 치워가고 쓰레기통을 뒤진다. 허리를 넘겨 무성하게 자란 잡초들로 버려진 땅처럼 보였던 곳들엔 정원을 가진 좋은 단독 주택들이 지어진다. 외국에 살며 돈을 번 사람들이 돌아와서 살 집을 짓거나 그들이 돌아오고 있거나 어느..
리투아니아어 22_Prieiti po vieną 한명씩 차례대로 병원이든 어디든 줄을 서서 기다리는 접수 창구 같은 곳이나 은행의 자동입출금기가 놓여진 장소 등등 약간의 익명성이 요구되는곳에서 으례 발견할 수 있는 말. '한명씩 차례대로' . Prieiti 는 어떤 장소로 가까이 다가서는 것을 의미하는 동사인데 리투아니아어도 러시아어와 비슷하게 동사원형에 다양한 접두사가 붙어서 동작의 경로나 완료 방식, 정도, 횟수등의 뉘앙스가 변한다. '과식하다'. '입가심으로 조금만 먹다'. '너무 먹어서 질린다'. 등의 먹는다 동사의 뉘앙스가 동사 앞에 붙는 접두사로 다 표현이 된다. 한편으로는 참 편리한 구조인데 언어가 생소할때에는 그 뻔해보이는 차이 조차 감지해내기가 힘들때가 있다. 그런 시기들을 지나고 실수조차 하기 힘들정도로 그런 동사들이 상황에 맞게 입에 착착 붙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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