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휴가 (931) 썸네일형 리스트형 리투아니아어 43_공항 Oro uostas 주말에 버스 터미널에 마중 나갈 일이 있었다. 공항 가는 버스 타는 곳이 표시가 되있었는데 글씨가 잘 안보이네. 저렇게 작아서 안 보일줄은 몰랐다. 빌니우스 구시가지에서 국제 공항까지 엄청 가깝다. 빌니우스 시외 버스 터미널을 기준으로 하면 택시로는 10분정도 시내 버스 타고도 30분이 안걸려서 도착할 수 있다. '공항 방면'이라고 리투아니아어 영어 러시아어 순으로 써있다. 문득 토끼님도 내일 공항가시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Oro uostas 는 날씨, 공기, 공중을 뜻하는 Oras 에 항구를 뜻하는 Uostas 가 결합된 합성 명사이다. 명사앞에 į 라는 전치사가 붙으면 동작의 주체가 그 명사를 향하고 있음을 뜻한다. 공항 가고 싶다. 마중을 위한 공항이든 떠남을 위한 공항이든. 나 조차도 낯선 .. 리투아니아어 42_Raudonėlis 오레가노 윗집에 사는 리투아니아 여인이 키프로스로 일주일 간 휴가를 가면서 고양이를 부탁했다. 하루에 한 번 물을 열고 들어가서 물과 먹이를 갈아주고 고양이 화장실 청소를 해주는 것. 덕분에 한 번도 열일이 없을 것 같았던 캔에 든 고양이 습식 사료도 열어 보고 그 캔을 열심히 다 비우는 내숭없는 고양이도 구경 할 수 있었다. 휴가에 다녀 온 여인이 페타 치즈, 코코넛 디저트 스틱 같은 이런 저런 귀여운 식품들과 함께 기념품으로 사다 준 것은 오레가노 였다. 내가 허브 중에서 오레가노를 가장 좋아한다는 것을 절대 알 리가 없는데 사다 주셨다. 저번에 베를린에서도 사온 예쁜 동그란 통의 오레가노도 아직 개시조차 하지 못했는데 또 다른 오레가노가 생겨 버린 것이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것인데도 이상하게 쉽게 줄지 않.. 누군가의 커피 2 농축된 인스턴트커피 속에서 거침없이 녹아내리는 빙하들은 혀를 데일 위험이 없는 상냥한 온도의 커피를 남겨놓고 사라지곤 한다. 한 꺼풀 한 꺼풀 시간을 두고 덧입혀지는 옷들은 좀 더 웅크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안고 서서히 겨울을 맞이한다. 겨울은 생각만큼 급진적이지 않다. 오히려 앙칼진 바람은 아직 난방이 시작되지 않은 이 시기의 방구석으로부터 불어온다. 자비롭지 못한 것은 한겨울의 눈보라라기보다는 인기척 없는 한밤중에 정체되어 있던 10월의 실내 공기이다. 언제나 좀 더 쌀쌀맞은 것은 스카프를 잊은 초가을이고 장갑을 포기한 늦봄이다. 겨울은 결백하다. 겨울의 유배지는 그래서 겨울 그 자신이다. 10월의 방구석은 아직 늦여름에 멈춰져 있는 잠옷을 탓한다. 서랍 깊숙한 곳에서 겨울 니트를 꺼내 입는.. 리투아니아어 41_불꽃놀이 Fejerverkai 여의도에서 불꽃 축제가 열렸다는데 신기하게도 빌니우스에서도 같은 날 불꽃 축제가 열렸다. 9월 30일이 세계 불꽃 축제의 날이라도 되는건가. Fejerverkai 는 '페예르베르카이' 로 읽는데 아무래도 그냥 영어의 Firework 를 비슷하게 리투아니아어로 옮긴게 아닌가 싶다. 영어의 w를 보통 v 비슷하게 발음하고 r 을 '에르' 처럼 두드러지게 발음하는 식이라 파이어보르크 에서 폐예르베르카이 가 된 것 인듯. 축제가 열리는 공원이 멀지 않아서 폭죽이 터지면 집에서 보이겠지 했는데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했겠지 뭐. 리투아니아어 40_시간 Valanda 거의 4년동안 사용하지 않고 있던 식당 은행 계좌를 다시 사용하겠다고 해서 기억이 날리 없는 코드 생성기 접근 번호를 새로 발급받기 위해 매우 오랜만에 은행에 다녀왔다. 결국은 잊고 있던 옛 번호를 그대로 받았는데 번호를 보니 너무나 익숙해서 신기했다. 앞의 네 자리만 이라도 기억했더라면 뒷자리는 기억해낼 수 있었을까. 리투아니아의 은행은 사람이 별로 없어도 오래 기다려야 할 때가 많고 사람이 많아도 창구의 절반만 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의 은행 시스템에 대해 이제는 잘 모르지만 옛 기억에 의존해서 비교하자면 리투아니아에서는 은행 내부에서 처리하면 더 비싼 수수료를 물어야 할 때가 많고 현금 출입금기에 돈을 입금해도 기본 수수료와 입금 금액에 따른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저금 하는데 돈을 내야한다.. Berlin 26_Berlin cafe 08_Five Elephants 그날은 비가 내렸다. 갑작스럽고도 짧은 비로 하루 온종일 후덥지근함이 지속되었다. 왠지 모든 탓을 비로 돌려야만할 것 같은 날의 그런 가엾은 비들이 있다. 비 내리는 횡단 보도를 건너 현금 지급기가 여러 대 놓인 은행 건물로 들어섰을 때 손수 문을 열어주고는 자신의 동전통을 내미는 아저씨가 있었다. 섹스 피스톨즈의 시드 비셔스를 떠올리게 했던 차림의 그 아저씨, 하지만 시드 비셔스처럼 취해있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는 모아진 동전으로 무얼 했을까. 빌니우스에는 꽤나 알려진 거리의 여자와 남자가 한 명씩 있다. 매우 화려한 화장과 옷차림으로 매일 빌니우스 근교 도시에서 기차를 타고 빌니우스로 출근을 해서 보통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동전을 부탁하거나 그녀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는 사람들과 포즈를 취하.. 리투아니아어 39_신발을 닦읍시다 Valome Batus '신발을 닦읍시다' 이런 문구는 보통 성당 입구에 붙어 있다.위에서부터 차례대로 리투아니아어, 러시아어, 폴란드어. 이 문장에서의 폴란드어의 동사는 러시아어와 비슷하고 명사는 리투아니아어와 비슷하다. 빌니우스에는 폴란드어와 리투아니아어 미사가 번갈아 가며 진행되는 성당들이 많다. Antis_Kazkas atsitiko (1985) 오랜만에 펄프의 '디스코 2000' (http://ashland11.com/631) 을 듣고 있자니 뒤를 이어 귀에 들러붙는 리투아니아 노래 한 곡. 디스코 2000 이 보컬의 개인적 경험에서 기인한 것이 분명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자비스 코커의 생동감 있는 보컬과 그 절절한 가사로 다시금 잊고 있던 첫사랑과 청춘에 대한 회한으로 가득 찬 변성기가 한참 지난 굵은 목소리들의 떼창으로 이어질 때 그런 많은 남성들이 혹시 품고 있을지 모를 자기 연민과 몹쓸 희망에 또 다시 찬물을 들이 부으며 정신차리라고 뒤통수를 내리치는 듯한 느낌의 이 곡. 지금은 해체된 그룹 Foje 와 함께 리투아니아의 국민 그룹이라고 해도 무리 없는, 그 연륜에도 불구하고 리투아니아의 여름 락페에는 항상 메인 스테이지에 이름을 올리는.. 이전 1 ··· 62 63 64 65 66 67 68 ··· 1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