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에 해당되는 글 56건

  1. 2019.02.13 Vilnius 84_옛 주차장 (1)
  2. 2019.02.07 Vilnius 83_카페 풍경 (1)
  3. 2019.01.31 Vilnius 82_창 밖 풍경 (7)
  4. 2018.10.31 Vilnius 81_겨울을 향해 (4)
  5. 2018.10.30 Vilnius 80_너, 그 자체. (1)
Vilnius Chronicle2019.02.13 07:00


구청사에서 새벽의 문을 향하는 짧은 길목. 이곳은 종파가 다른 여러 개의 성당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러시아 정교와 카톨릭 성당, 우크라이나 정교 성당을 등지고 섰을때 보이는 볼록 솟아오른 쿠폴은 바로크 양식의 카톨릭 성당이지만 화려한 제단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내부 장식이 남아있지 않은 성 카시미르 성당의 것이다. 제정 러시아 시절에 러시아 정교 성당으로 바뀌며 양파돔이 얹어지고 내부의 화려한 바로크 장식을 걷어내야 했던 이 성당은 소비에트 연방시절엔 급기야 무신론 박물관으로 쓰여지기도 했다. 평범한 건물도 세월이 흐르면서 소유주가 바뀌고 상점으로 쓰였다가 여관이 되기도 하고 카페가 되는 것이 특이한 일이 아니듯 점령자의 필요에 의해 때로는 와인창고가 되고 원정에 나선 군대의 병영으로 쓰여졌던 교회의 역사도 어찌보면 극히 자연스럽다. 건물들이 감싸고 있는 크고 작은 광장의 운명도 예외는 아니다. 성당에서 뜯겨져 나온 오래된 성상들과 십자가의 소각 장소가 되기도 했고 통치자의 거대한 동상이 세워지고 또 처참히 끌어 내려지기도 했던 곳, 종국에는 공공 주차장이 되어 좁은 구시가의 주차난을 해소하며 어떤식으로든 도시와 호흡한다. 작년 가을, 오랫동안 구시가의 흉물이라고 여겨졌던 내셔널 필하모닉 건너편 광장 주차장이 새 단장에 한창이다. 그 조차도 누군가의 동상을 세우기 위함이다. 역사에는 종착역이 없는데 그를 마주하고 있는 순간에는 모든게 그 자리에서 영원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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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9.02.07 07:00



요즈음 빌니우스 거리 곳곳에서 마주치는 캠페인. 펄펄 끓는 커피 포트나 다리미, 떨어져서 깨지기 직전의 도자기들을 배경으로 폭발 일보 직전의 자신을 뒤돌아보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커피 포트가 뿜어내는 연기가 불안감을 주긴 하지만 어쨌든 새로 문을 연 카페의 오렌지색 간판 때문에라도 구시가의 어떤 장소보다 이곳에 가장 잘 어울린다. 이곳은 내가 좋아하는 거리, 행인들이 안겨주고 가는 꽃다발로 한시도 외로울 틈 없는 로맹 개리의 동상과 러시아 드라마 씨어터가 자리잡은 바사나비치우스 거리이다. 문화부나 리투아니아 철도청 같은 주요 관공서들이 유서 깊은 건물들에 터를 잡은 꽤나 진지하고 격조있는 거리인데 이곳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몇몇의 거리들을 통해 곧장 빌니우스 대학과 대통령궁, 대성당까지 닿을 수 있음에도 이 거리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 비껴선 느낌이 있다. 이즈음에서 커피 생각이 나면 극장 앞에 자리잡은 키오스크의 커피를 마셔야했는데 그 키오스크 마저 작년에 사라졌고 그 자리엔 리투아니아의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은 참나무 한 그루가 심어졌다.



카페 창 밖으로 지어진지 150년이 넘은 드라마 시어터가 보인다. 대부분의 경우 러시아 극작가의 러시아어 연극이 올라가지만 때로 리투아니아어로 된 작품이 올라가기도 한다. 어쩌면 가장 많이 지나친 거리이고 가장 많이 멈춰선 횡단보도 일테고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때맞춰 깜박이다 사라지는 신호들과 함께였다. 카페가 뚝딱둑딱 공사를 시작했던 순간부터 이 모퉁이를 돌아 걸어가는 일상이 전보다 더 아늑했던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특정 풍경이 구축한 감성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간만이 쌓아 올릴 수 있는 감정이겠지. 구시가에 이 커피 체인점이 많은데 이 카페의 바리스타들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이 지점에서 저 지점으로 옮겨다니기도 한다. 이 카페는 뭐랄까. 그들 중 가장 오래도록 성실하게 일한, 어디에서라도 일사분란하게 커피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은 가장 분명한 여유로 충만한 어떤 바리스타들과 구시가의 모든 카페들을 전전한 커피 유목민들에게 주어진 일종의 명예의 전당 같은 느낌이다. 커피향이 스며들지 못한 자리를 야무지게 정복한 신선한 가구 냄새, 아직은 포실포실함을 유지하는 출입구 앞 발판 매트, 아직은 두리번거려야 하는 가 본 적 없는 화장실. 특별한것은 없다. 커피맛도 인테리어 원칙도 전부 똑같은 하나의 지점일뿐이지. 익숙해지는데 큰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과 새로움에 대한 강박을 버릴수 있다는 것 그 뿐이다.  



한국에 가기 전에 발행되기 시작했던  한 페이지 짜리 카페 매거진이 어느새 5호까지 나와 있었다. (https://ashland11.com/772). 필진이 계속 바뀔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고정된 작가 한 명이 계속 글을 쓰고 있네. 신기하게도 1호를 제외한 2호부터 5호까지가 모두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괜히 놓치고 못 읽으면 뭔가 나만 모르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집착하게 되는 것. 하지만 15호 정도가 넘어가면 33호, 45호 정도는 없었어도 알아채지 못한채 지나가겠지. 카푸치노 한 잔을 시켜선 그동안 읽지 못한 글들을 한 줄 한 줄 읽어내려 갔다. 재밌었던 글은 '이제는 심지어 젖소도 mo 라고 운다' 라는 제목의 2호. 이곳의 젖소들은 음메라기보다는 무우우 라고 운다. 그런데 그런 젖소들이 mo 라고 울기 시작하고 고양이들조차 miau 대신 mo 라고 우는 이유는 뭘까. 이것은 작년에 개관한 빌니우스의 모던 뮤지엄 일명 'MO 뮤지엄'의 가열찬 마케팅과 평범한 박물관 하나에 쏠렸던 과도한 관심에 대한 글이었다. 작가는 일관되게 냉소적인 어조로 빌니우스에 대해 써내려가고 있지만 그 한 켠에선 이 도시에 대한 아쉬움과 절박함을 내비치는것도 잊지 않는다. 지금의 빌니우스에 보헤미안이 남아 있는지 과연 이곳에 예술가들이 있긴 했었는지 애국을 부르짖는것도 유행이 되어버린듯한 빌니우스가 런던의 테이트나 파리의 퐁피두를 가질 수는 없겠지만 이런 뮤지엄이라도 가지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냉소하며 안도하는 글이었다. 이런 작가의 짧은 글도 계속 읽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10호에서 멈춰버릴지 모른다. 도시가 끊임없이 소재를 만들어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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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9.01.31 07:00


병원 복도를 무심코 지나치다 다시 되돌아가서 마주선 풍경. 새롭게 생긴 창이 아닐텐데 항상 그 자리에 있었을 굴뚝과 건물의 능선들을 이제서야 알아본 것이 조금 미안하게 느껴졌다. 주홍 지붕을 감싸안은 하얀 눈과 겨울 아침 특유의 잿빛 하늘이 간신히 포섭해 놓은 성 카시미르 성당의 쿠폴.  매년 3월의 첫 금요일, 구시가 곳곳에서는 성 카시미르의 축일을 기념하는 큰 장이 열린다. 성당의 쿠폴속으로 아낌없이 쏟아지던 어느 해 장날 아침의 하얀 햇살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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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8.10.31 08:00


짙어지는 것 두가지. 어둠과 빛. 아직 밝은 가운데에서도 짙게 느껴지는 빛. 어두운 낮의 계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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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8.10.30 08:00


늘상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좀 더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일때 아름다워지는 것. 도시도 예외는 아니겠지. 그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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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