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에 해당되는 글 66건

  1. 2020.01.12 바르보라의 디저트
  2. 2020.01.07 Vilnius 110_1월의 아침 (2)
  3. 2019.10.29 10월의 토닉 에스프레소
  4. 2019.07.21 Vilnius 101
  5. 2019.05.24 Vilnius 95_모든 성자들의 성당 (2)
Coffee2020. 1. 12. 07:00

 

 

리투아니아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불리우는 역사 속 인물이 있다. 지그문트 아우구스트라는 대공주와 그의 두번째 부인 바르보라 라드빌라이테이다. 라드빌라이티스 가문은 우리나라로 치면 파평 윤씨나 풍산 홍씨처럼 그 여식을 왕궁에 들인 권세 가문이었다. 바르보라는 아우구스트와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의 비밀 연애를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두번째 부인이 되지만 병으로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죽는다. 그 죽음이 며느리를 싫어했던 이탈리아 혈통의 시어머니의 음모라는 설도 있지만 어쨌든 그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고 그로 인해 대가 끊긴 리투아니아에는 마치 상속자가 없는 거대한 기업에 외부 인사가 수장으로 임명되듯 다양한 유럽 출신의 귀족들을 데려와 왕으로 앉히는 연합국 시대가 열린다. 구시가의 가장 드라마틱한 거리 스티클리우 거리에 있던 오래 된 카페가 작년부터 아우구스트와 바르보라 라는 이름으로 새 단장해서 문을 열었다. 러브 스토리 카페라는 컨셉이 추가 된 카페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해서 카페 외벽을 온갖 핑크가 난무하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몄다. 그 내부도 파스텔톤의 핑크를 군데군데 배치하고 카페 한 켠에는 보석가게가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다. 어느 어두운 아침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잠시 들어갔다. 개인적 취향과는 거리가 먼 분위기였지만 대중적으로 리메이크된 익숙한 재즈 음악들과 은은한 조명에 둘러싸여 앉아있다보니 꽤나 안락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이런것이 취향을 불문하고 어필하는 컨셉인가 싶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망고 크림이 올라간 디저트 한 조각을 조금씩 조금씩 긁어내면 결국 무너져내리는 모래성을 생각하며 더이상 잘라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얇은 조각이 될때까지 포크 옆 날로 잘라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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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2020. 1. 7. 00:54

 

 

 

 

1월6일 오늘은 12월 24일부터 시작된 크리스마스 기간이 상징적으로 끝나는 날로 예수 탄생을 축하하러 찾아 온 3인의 동방박사를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다. 리투아니아의 가정집 현관문에 종종 K+M+B 라고 적힌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처음에는 그것이 방을 의미하는 'Kambarys'의 줄임말인줄 알았다. 절묘하게도 같은 알파벳 세개가 들어가니 막 리투아니아어를 배우기 시작하던 나에게 가장 기본단어중 하나였던 그 단어가 자연스레 뇌리에 꽂힌것이다. 하지만 이 알파벳들은 각각의 동방박사를 뜻하는 Kasparas, Baltazaras, Merkelis 를 뜻한다. 카스파르, 발타자르, 멜키오르의 리투아니아 식 표현이다. 이들 이름의 약자를 1월 6일 대문에 다시 한 번 적는것으로 한 해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기도한다. 원칙대로라면 오늘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도 걷어내고 이 시즌과도 작별해야하겠지만 방금 막 해가 떠오른 아침의 빌니우스 거리를 밝히는 것은 여전히 크리스마스 조명과 장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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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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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설마

    동방박사에게도 이름이 있었구나.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 낯설게 느껴진다.
    사라져버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찾으러 언젠가 한번은 꼭 빌니우스에서 크리스마스를...

    2020.01.10 06:50 [ ADDR : EDIT/ DEL : REPLY ]
  2. 사진 이뻐요. 저 단어 전 프라하에서 첨 봤었어요 첨엔 저게 뭐야 했던 기억이 ㅎㅎ

    2020.01.19 23: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Coffee2019. 10. 29. 23:01

빌니우스는 사실 그다지 작지 않지만 중앙역과 공항이 구시가에서 워낙 가까워서 구시가만 둘러보고 돌아가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에겐 작고 아담하다는 인상을 준다. 중앙역에 내려 배낭을 매고 호스텔이 있던 우주피스의 언덕을 오르던 때가 떠오른다. 한때는 꾹꾹 눌러쓴 연필자국처럼 짙고 선명했던 여행의 많은 부분들은 이제 서너장 넘긴 공책 위에 남은 연필의 흔적처럼 희미하지만 그럼에도 역에 내려 처음 옮기는 발걸음과 첫 이동 루트는 한 칸 들여쓰는 일기의 시작처럼 설레이고 선명하다. 몇 일 집을 떠나 머물었던 동네는 공항가는 버스가 지나는 곳이었다. 낮동안 오히려 더 분주하게 날아다녔을 비행기이지만 막 이륙한 비행기인지 착륙을 시도하는 비행기인지 그들이 내뿜는 굉음이 오히려 밤이 되어 한껏 더 자유분방해진채로 어둠을 뚫고 미세하게 들려왔다. 그런데 그 소리가 어둡고 고요한 밤 집 앞의 호텔을 향해 여행자들에게 끌려나가는 캐리어의 바퀴 소리와 놀랄만치 유사했다. 허공을 가르는 비행기의 날개짓과 땅 위를 구르는 여행 가방의 바퀴소리라니 결국 목적을 가진 그것의 뿌리는 같은것일까. 새벽녘, 건물 복도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흘러나오는 딩동 소리는 밤새 좁은 비행기 좌석에서 뒤척이다 뻑뻑해진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날때즈음 착륙하기 전 마지막 기내식의 준비를 알리는 신호음과 또 비슷했다. 기내의 옅은 조명과 함께 착륙까지의 시간을 조곤조곤히 알리는 기장의 잠긴 목소리가 밤 사이의 긴 여운을 흩뜨려 버리는 그 순간 말이다. 나의 여행 그리고 누군가의 여행을 상상하는것만으로도 나는 늘상 여행의 시작에 서 있음을 실감한다. 한편으로는 나는 누군가가 나를 향해 떠나올 수 있는 곳, 원한다면 그들을 향해 나도 떠날 수 있는 아주 멀지만 이상적인 곳에 살고 있다 느낀다. 따지고보면 모두가 그렇다. 때로는 그 물리적 거리감이 동네 어귀의 수퍼마켓을 가는 정도로 한 없이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별하고 사라져버리고 나면 마치 존재조차하지 않았던처럼 거짓같기만 한 어떤 만남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행복한 순간들을 위한 영원한 조력자이자 달콤한 소품, 좋아하는 공간속의 어떤 커피들. 올 해 들어 딱 두 잔의 토닉 에스프레소를 마셨는데 10월의 토닉 에스프레소를 너무나 반가운 친구들과 마셨다. 이제 더 이상 이 커피는 다음 만남까지의 타임캡슐에 봉인해서 그냥 잊고 싶을만큼 더 없이 청량했던 에스프레소. 내 전화기로는 나올 수 없는 프로페셔널한 화질의 커피 풍경이다. 내 인생에서 영원히 고화질로 남았으면 하는 날. 그리고 그 날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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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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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2019. 7. 21. 06:00


아주 어렴풋하지만 자주 보는 장면이니 사실 정말 거의 안 보여도 나로서는 그냥 다 보인다고 생각되어지는. 이 정도 위치가 빌니우스로 여행을 오는 사람이라면 보통 들르는 세 장소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맨 앞의 대성당 종탑과 대성당. 대성당 지붕 위로 굴뚝처럼 솟아 있는 벽돌색 게디미나스 성과 그로부터 오른쪽으로 펼쳐진 숲 속 가운데에 하얀 세 개의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여기저기 전부 관광객이라 걷다보면 그냥 나도 관광객모드가 된다. 음악 소리는 기본이지만 그 음악 소리를 뚫고 나오는 것이 노천 식당의 칼질하는 소리. 냉장고에 맥주병 채워 넣는 소리이다. 그리고 뭔가 냉동 감자, 야채, 생선볼 같은 것 튀긴 냄새도 자주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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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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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2019. 5. 24. 20:34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고개를 돌려 위를 보았을때 마주치는 풍경. 이 나무들 밑으로 여러번 비를 피했었는데 우르르쾅쾅 비가 올 조짐을 보였지만 큰 바람이 불고도 어제는 비가 오지 않았다. 따뜻한 기온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 올해의 첫 수박을 먹었다. 성당 안의 공기가 가장 차갑고 청명하게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놀이터 모래 상자 속에서 모래 바람이 불어 온다. 누군가에게는 맨발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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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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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무 아래에서 정말로 비를 피할수 있군요. 저는 소심해서 나무에 벼락떨어질까봐 덜덜 떨지도.. :)

    2019.06.23 22: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