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니우스'에 해당되는 글 64건

  1. 2019.10.29 10월의 토닉 에스프레소
  2. 2019.07.21 Vilnius 101
  3. 2019.05.24 Vilnius 95_모든 성자들의 성당 (2)
  4. 2019.04.30 Vilnius 91_오늘 아침 (2)
  5. 2019.04.17 Vilnius 90
Coffee2019. 10. 29. 23:01

빌니우스는 사실 그다지 작지 않지만 중앙역과 공항이 구시가에서 워낙 가까워서 구시가만 둘러보고 돌아가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에겐 작고 아담하다는 인상을 준다. 중앙역에 내려 배낭을 매고 호스텔이 있던 우주피스의 언덕을 오르던 때가 떠오른다. 한때는 꾹꾹 눌러쓴 연필자국처럼 짙고 선명했던 여행의 많은 부분들은 이제 서너장 넘긴 공책 위에 남은 연필의 흔적처럼 희미하지만 그럼에도 역에 내려 처음 옮기는 발걸음과 첫 이동 루트는 한 칸 들여쓰는 일기의 시작처럼 설레이고 선명하다. 몇 일 집을 떠나 머물었던 동네는 공항가는 버스가 지나는 곳이었다. 낮동안 오히려 더 분주하게 날아다녔을 비행기이지만 막 이륙한 비행기인지 착륙을 시도하는 비행기인지 그들이 내뿜는 굉음이 오히려 밤이 되어 한껏 더 자유분방해진채로 어둠을 뚫고 미세하게 들려왔다. 그런데 그 소리가 어둡고 고요한 밤 집 앞의 호텔을 향해 여행자들에게 끌려나가는 캐리어의 바퀴 소리와 놀랄만치 유사했다. 허공을 가르는 비행기의 날개짓과 땅 위를 구르는 여행 가방의 바퀴소리라니 결국 목적을 가진 그것의 뿌리는 같은것일까. 새벽녘, 건물 복도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흘러나오는 딩동 소리는 밤새 좁은 비행기 좌석에서 뒤척이다 뻑뻑해진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날때즈음 착륙하기 전 마지막 기내식의 준비를 알리는 신호음과 또 비슷했다. 기내의 옅은 조명과 함께 착륙까지의 시간을 조곤조곤히 알리는 기장의 잠긴 목소리가 밤 사이의 긴 여운을 흩뜨려 버리는 그 순간 말이다. 나의 여행 그리고 누군가의 여행을 상상하는것만으로도 나는 늘상 여행의 시작에 서 있음을 실감한다. 한편으로는 나는 누군가가 나를 향해 떠나올 수 있는 곳, 원한다면 그들을 향해 나도 떠날 수 있는 아주 멀지만 이상적인 곳에 살고 있다 느낀다. 따지고보면 모두가 그렇다. 때로는 그 물리적 거리감이 동네 어귀의 수퍼마켓을 가는 정도로 한 없이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별하고 사라져버리고 나면 마치 존재조차하지 않았던처럼 거짓같기만 한 어떤 만남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행복한 순간들을 위한 영원한 조력자이자 달콤한 소품, 좋아하는 공간속의 어떤 커피들. 올 해 들어 딱 두 잔의 토닉 에스프레소를 마셨는데 10월의 토닉 에스프레소를 너무나 반가운 친구들과 마셨다. 이제 더 이상 이 커피는 다음 만남까지의 타임캡슐에 봉인해서 그냥 잊고 싶을만큼 더 없이 청량했던 에스프레소. 내 전화기로는 나올 수 없는 프로페셔널한 화질의 커피 풍경이다. 내 인생에서 영원히 고화질로 남았으면 하는 날. 그리고 그 날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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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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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2019. 7. 21. 06:00


아주 어렴풋하지만 자주 보는 장면이니 사실 정말 거의 안 보여도 나로서는 그냥 다 보인다고 생각되어지는. 이 정도 위치가 빌니우스로 여행을 오는 사람이라면 보통 들르는 세 장소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맨 앞의 대성당 종탑과 대성당. 대성당 지붕 위로 굴뚝처럼 솟아 있는 벽돌색 게디미나스 성과 그로부터 오른쪽으로 펼쳐진 숲 속 가운데에 하얀 세 개의 십자가가 세워져 있다. 여기저기 전부 관광객이라 걷다보면 그냥 나도 관광객모드가 된다. 음악 소리는 기본이지만 그 음악 소리를 뚫고 나오는 것이 노천 식당의 칼질하는 소리. 냉장고에 맥주병 채워 넣는 소리이다. 그리고 뭔가 냉동 감자, 야채, 생선볼 같은 것 튀긴 냄새도 자주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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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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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2019. 5. 24. 20:34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고개를 돌려 위를 보았을때 마주치는 풍경. 이 나무들 밑으로 여러번 비를 피했었는데 우르르쾅쾅 비가 올 조짐을 보였지만 큰 바람이 불고도 어제는 비가 오지 않았다. 따뜻한 기온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 올해의 첫 수박을 먹었다. 성당 안의 공기가 가장 차갑고 청명하게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놀이터 모래 상자 속에서 모래 바람이 불어 온다. 누군가에게는 맨발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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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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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무 아래에서 정말로 비를 피할수 있군요. 저는 소심해서 나무에 벼락떨어질까봐 덜덜 떨지도.. :)

    2019.06.23 22: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Vilnius Chronicle2019. 4. 30. 18:13

노란 창문이 박힌 벽에 뚫린 그 '어떤 대문'을 지나면 이런 풍경이 나온다. 오늘 아침에 이 곳을 지나왔다. 이제는 새벽 6시 정도만 되면 자명종처럼 새가 지저귄다. 어쩌면 그보다 이른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잘까 깨어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30분 정도가 흐른다. 그러다 잠시 잠이 들면 건너편 건물에 반사되어 들어오는 햇살이 7시 정도를 알린다. 저 나무 뒤로는 정오가 지나면 아주 강한 햇살이 고인다. 하지만 12도 남짓으로 조금은 쌀쌀해서 아직은 옷을 여미고 스카프를 둘러야 하는 이런 아침이 결국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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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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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늦잠꾸러기 게으름뱅이이지만 이런 아침이라면 꾸준히 산책하고 싶어요

    2019.05.01 20: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저도요. 모든 늦잠꾸러기 게으름뱅이의 로망입니다. 저런 아침이 드물어서 게으름뱅이가 되는거에요..

      2019.05.02 18:00 신고 [ ADDR : EDIT/ DEL ]

카테고리 없음2019. 4. 17. 16:43

내가 아는 가장 정다운 노란 창문이다라고 말하고 싶다가도 빌니우스 어딘가에 또 내가 모르는 노란 창문이 있을 수도 있을까? 생각한다. 이제는 도서관이 수리를 해서 더이상 삐그덕거리는 마룻바닥을 걸을 일이 없지만 예전에는 그 마루 위를 조심조심 걷다가 창 밖으로 눈을 돌리면 항상 저 창문을 마주치곤 했다. 최고 기온이 18도까지 올라갔지만 나는 여전히 춥다. 개나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도 가장 부지런한 꽃덤불은 노랑이다. 가로수 아래로 파릇파릇 새싹이 돋는 것도 보인다. 곧 민들레도 나타나겠지. 밤나무에도 꽃봉우리가 올라왔다. 그러고나면 라일락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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