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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동전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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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라 20센트 동전 - 유럽의 또 다른 소국 안도라(Andorra), 유럽 소국 경기 대회, 안도라의 로마네스크 성당들. 산마리노에 대해 알아가던 5월, 몇 문장 속에 등장했던 안도라(Andorra)라는 곳에 잠시 한눈을 팔았을 때 공교롭게도 그 시기에 안도라에서는 재밌는 스포츠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바로 유럽에서 2년마다 열리는 유럽 소국 경기 대회 (Games of the Small states of Europe)가 지난 5월 26일부터 5월 31일까지 안도라에서 열린 것인데 이 유럽의 미니 올림픽은 1984년에 유럽의 대표적인 소국들인 안도라, 키프로스,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룩셈부르크, 몰타, 모나코, 산마리노의 올림픽 위원회가 대회 창설에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2025년 유럽 소국 경기 대회에서는 9개국의 800명 남짓한 선수들이 총 12개의 종목 160개의 경기에 참가해서 승부를 겨뤘다. 육상,농구,사..
산마리노 20센트 동전 - 이탈리아 속의 작은 나라, 산마리노(San marino), 티타노 산과 세개의 탑 그리고 성 마리누스. 가진 게 너무 많은 이탈리아에게 유로 동전이 8개뿐이라는 건 너무나 잔혹하다. 그래서 2년 전 이 동전을 거슬러 받았을 때엔 당연히 이탈리아가 발행한 기념주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이탈리아 속에 자리 잡은 내륙국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공화국, 산마리노(San marino)의 동전이다. 유로존 20개국을 제외하고도 유로를 쓰는 곳이 몇 군데 더 있으니 바로 모나코, 바티칸, 안도라, 몬테네그로, 코소보, 산마리노이다. 모나코, 바티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낯설고 산레모(San remo), 산지미냐노(San gimignano)와 같은 비슷한 명칭의 이탈리아 도시들과 유사한 인상을 풍기지만 산마리노는 도시가 아닌 엄연한 주권 국가이다. 그렇다면 산마리노는 어떤 풍경의 나라일까. 잘 익은 산마르자노..
오스트리아 1센트 동전-알프스의 야생화, 보라빛 겐티아나, 용담으로 빚은 약주들 5월 1일부터 리투아니아에서는 1센트와 2센트 동전을 더 이상 거슬러주지 않는다. 지불 총액이 0이나 5로 끝나도록 반올림하는 방식으로 점차적으로 1센트 2센트 동전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내야 할 돈이 1.12유로라면 버림해서 1.1유로가 되고, 2.78유로가 나오면 올림 해서 2.8유로를 내게 된다. 카드 결제를 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조정 없이 결제한다. 때에 따라서 현금 결제로 일말의 센트를 절약할 수 있는 듯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저런 금액이 나오지 않도록 물건 가격들이 조정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생활 물가는 오른다. 그렇다고 소액 동전을 아예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집에 1센트가 신라 고분처럼 쌓여있어서 어찌할 방법을 모르겠다면 1센트를 왕창 들고 다니면서 100개를 모아 1유로를..
독일 5센트 동전 - 독일 동전 속 참나무 가지, 히틀러의 참나무 유로 동전을 볼 때마다 세상에 과연 영원한 것이 있을까 생각한다. 체제, 민족. 국경. 나라처럼 일견 굳건해 보이는 것들도 언제든 완전히 흔적없이 사라질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에 얽힌 개인의 삶이 공중에 붕 뜨는 것에 대해선 말할 것도 없다. 세계 지도는 지금도 계속 변화중이고 어떤 나라의 유로 동전은 구경도 해보기 전에 사라질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평균 직경 20밀리의 쇳조각 안에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뭔가를 고심 끝에 새겨 넣는다. 그래서 흘끔 거리게 된다. 어떤것이 세상의 중심에서 강렬하게 존재할때 보다는 그 중심에서 벗어나서도 두고두고 기억되는 동안의 생명력을 좀 더 지지하게된다. 핀란드 2유로 동전을 포함해서 식물 도안의 유로 동전들이 몇 종류있다. 특히 이 여섯 종류의 오스트리아동전과 독..
슬로베니아 50센트 동전 - 슬로베니아의 상징, 트리글라우 (Triglav) 유로 동전 디자인의 몇 가지 스타일이라면,인류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정신이 새겨진 동전, 방문해서 구경 가능한 문화유산이 들어간 동전, '영국 말고 우리나라에도 왕이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입헌 군주국의 동전, 지금보다 강성했던 역사적 부흥기를 이끌었던 인물이나 민족의 상징을 앞세우는 동전, 그리고 국가가 끊임없이 부침을 겪는 동안에도 우직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연 유산을 담은 동전.자연 유산을 새기면 물론 그 나라의 관광 소득을 올리는데도 일조를 하겠지만 오히려 그를 통해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려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나라가 힘이 없어 대대로 강대국들에 휘둘렸고 민족 구성원도 종교도 다양하다. 멀쩡했던 나라가 세계 지도 속에서 갑자기 사라지기도 하고 할머니가 살았던 나라와 손자가 살았던 나라..
이탈리아 2센트 동전 - 토리노의 몰레 안토넬리아나, 몰록과 비체린 뭔가 아련하고 신비로운 동전 속의 이것은 거뜬히 10원짜리 속의 다보탑과 자매결연을 맺을 수 있을듯한 모습이다. 마트에서 라임 3킬로를 사면서 거슬러 받았고 AAA 사이즈 에너자이져를 사는데 쓰이며 어딘가로 영영 떠나버린 이것. 넌 널 위해 살거라. 그 옛날 화산 폭발로 사라졌거나 오스만 투르크에서 박살 냈거나 왠지 왕좌의 게임의 피의 결혼식 같은 대량살상이 이곳의 돔 아래에서 벌어졌을 것만 같다. 어쩌면 정어리를 잡던 시칠리아의 소년 어부가 가라앉은 배에서 발견한 명문가의 도장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를 때에 이런 생각을 한다. 한껏 줌을 당겨 간직하는 동전들의 모습은 대체로 평면적이지만 햇살을 받는 동전은 시시각각 다른 인상을 자아낸다. 이 동전의 첫 인상은 인상파 화가가 그린 풍경화 같았다. 번잡..
오스트리아 50센트 동전 - 빈 분리파, 클림트, 제체시온 이렇게 똑같이 생겨서 심지어 태어난 해도 같은 생소한 동전들이 서로 떨어져서 굴러다니고 있으면 다른 것들을 옆으로 제쳐 두고 만나게 해주고 싶다. 이 동전은 무덤처럼 보이기도 하고 신에게 제사 지내는 곳 같기도 하고 중동의 사원 같기도 하다. 근데 막상 왕의 묘지라고 생각하면 좀 너무 뻔하다. 가령 왕은 되지 못했으나 후대에 오래도록 회자된 덕망 있는 대군의 묘지라든가 할머니 무릎 위에 올라앉은 세손을 나무라는 며느리 중전에게 괜찮다고 안심시키는 인자한 대왕대비마마처럼 왕의 주변에 머물 뿐이었지만 훌륭한 능을 가져 과연 그들의 삶은 어땠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묘처럼 뭔가 다른 사연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싶다. 그것은 아마 동전에 새겨지는 것이 늘 가장 위대하고 가장 유명한 정점의 과거만은 아님을 ..
오스트리아 1유로 동전 - 모짜르트 손바닥 위에 나타난 모차르트를 보고 이 동전이 그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 적도 없고 있다고 들어본 적도 없는 동전인데 마치 기다려낸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 아마 동전을 본 그 짧은 순간에 모차르트의 탄생이든 죽음이든 그것을 기리는 기념주화는 충분히 주조할만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기념주화는 아니었다. 오스트리아인들은 그들의 신동을 진작에 1유로에 새겼다. 유럽연합 가입때와는 달리 유로화 도입을 1년 남겨둔 시점에서도 오스트리아인들은 유로화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동전 디자인에도 여론 조사가 동원되었다. 동전 속의 모짜르트가 딱히 어색하진 않지만 모차르트 그 자신의 음악가적 카리스마보다는 마치 넬슨 제독 같은 인상을 풍긴다. 1유로 표시 아래에 피아노 건반 같아 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