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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

그저 다른 커피

 

 

 

 


미리 약속시간을 정하는 것이 지루하고 소모적으로 느껴질때가 있다. 만나려는 목적이 아주 단순할경우엔 더욱 그렇다. 그럴 땐 그저 내가 걷고 있는 지점에서 누군가가 생각났는데 설상가상 그 어떤 집과 내가 서 있는 곳 중간 즈음에 빵집이라도 있다면 그냥 시간이 있냐고 넌지시 물어봐서 그렇다고 하면 빵을 사서 향하면 된다. 3월 들어 집에서는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그래서 커피를 갈아본지도 오래. 친구에게 '커피(라도) 내가 갈게' 말했더니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밀을 돌리며 그 날의 힘을 측정한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농담을 하며 커피를 간다. 어떤 잔에 얼마큼 태운 콩으로 얼마큼 진하게 마실 것인가에 대한 단순한 이야기가 믿기 힘들 정도로 유려한 롱테이크가 될 때가 있다. 짧은 단편 소설 속의 공들인 프롤로그처럼 그 서막이 던져놓은 인상이 너무 강렬하여 본론을 회피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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