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휴가 (910) 썸네일형 리스트형 Slowdive_Machine gun 하루에 하루를 더하는 삶속에 반복되는것들이 여러가지 있다. 예를들어 지속적으로 구멍이 나는 고무장갑 같은것들. 오늘은 표면히 거칠거칠한 철제 찜기용 삼발이(?)를 닦다가 이렇게 세게 닦다간 새로 산 고무 장갑에 구멍이 나지 않을까 살짝 겁이났다. 그런데 왠지 조심해서 닦고 싶지가 않았다. 구멍이 나려치면 작은 생선 가시조차도 감당해 내지 못하는 이 장갑들에 그렇게 연연할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날 구멍이라면 지금이든 나중이든 차이가 있을까. 차라리 이런 일상적인 배반들을 저당잡아 요즘의 나를 사로잡은 강렬한 감정을 영원으로 지속시켜 나갈 수 있는 절대권력 같은것을 보장받았으면 좋겠다. 그게 안된다면 그 감정에 대한 기억만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슬로우 다이브의 이 노래는 슈게이징 명반 souvlaki 중 .. 카페 메타포 (Seoul_2017)어제 티비에서 극한직업이라는 프로그램을 봤다. 라오스의 커피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작은 체구의 사람들이 질퍽한 진흙탕길을 걸어 들어가 기계가 들어가지 못하는 빽빽한 커피 나무 숲에서 허리춤에 큰 광주리를 차고 하루종일 커피 열매를 딴다. 여인들은 울긋불긋한 커피 열매를 채반에 넣고 근처 개울에서 흔들어 씻으면서 쓸만한 콩들을 분류해 햇볕 아래에서 말렸다. 골고루 잘 마를 수 있도록 몇십번을 뒤집으며 또 분류해서는 자루에 담아 작은 트럭에 싣는다. 갑자기 내린 비로 여기저기 움푹 패인 1 킬로미터 남짓한 거리를 움직이는데 다들 밀고 끌며 급기야는 바퀴가 걸린 트럭을 견인하러 다른 트럭이 도착해서야 긴긴 작업은 끝이났다. 말린 콩은 장작위의 커다란 드럼통속에 넣고 .. Blue is the warmest color_Abdellatif Kechiche_2013 (Blue is the warmest color_2013) 꽤나 이슈가 되었던 영화이던데 이 영화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하다가 얼마전에 크라이테리언 인스타계정에 영화 포스터가 몇번 계속 등장하길래 호기심에 적어놨다가 찾아 보았다. 이 계정에는 크라이테리언 사무실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폴라로이드 사진이나 어떤 배우의 생일이나 기일을 기념하면서 배우의 출연작 포스터가 올라오거나 가끔씩 오늘 어떤 영화를 보겠냐는 살가운 질문들도 올라온다. 환호와 애정 일색의 짧은 코멘트들을 읽고 있으면 동호회같은 기분이 들어 재미있고 가슴이 따뜻해지고 그런다. 이 영화의 포스터속에는 눈부시게 밝은 파랑 머리를 한 레아 세이두가 있었다. 고개를 약간 들고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듯 반쯤 감긴 눈은 매혹적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완.. 가장 많이 갔던 곳, 종각 (Seoul_2017) 서울에 사는동안 가장 많이 내렸던 지하철역은 1호선 종각역이다. 처음에는 주로 역에서 연결된 서점에 가기 위해서였지만 그 후에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 그리고 학원을 다닌다거나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의 여러가지 목적들이 추가되었다. 아주 이른 새벽의 종각도 늦은 밤의 현란한 종각도 평일 오전의 한산했던 종각도 어제일처럼 생생하다. 이번에 와서도 가장 많이 내리게 된 지하철역은 종각역이었다. 주요 장소로의 접근성이 좋아서 유모차때문에 환승을 최소화 하고 싶었던 우리에게 내려서 걷기 가장 좋은 역이었다. 어느틈으로 파고들어도 마치 일부러 찾아온듯한 느낌을 주는 장소들이 많아 별다른 목적지 없이 걸어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한 정거장씩이라도 갈아타서 가던 장소들을 이번엔 거의.. Maggie's plan_ Rebecca Miller_2015 출연 배우들의 조합에 혹해서 보게 된 영화. 의 그레타 거윅이 예술 경영을 전공한 젊은 대학 강사로, 앞서 많은 영화속에서 소설가를 연기했던 에단 호크가 또 다시 어딘지모르게 궁색한 소설가로, 무슨 배역을 맡아도 배역 그 자체가 되어버리는 능청스러운 줄리안 무어가 보호 본능 자극하는 에단 호크의 까칠한 인텔리 부인으로, 미드 의 주인공 라그나르역의 트래비스 힘멜은 뜬금없이 수제피클에 페티쉬를 가진 피클 가게 사장님으로 등장한다. 심지어 감독인 레베카 밀러가 특정 배우들의 전작을 꼼꼼히 살펴보고 그들이 연기한 배역들의 연장선상에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낸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물들은 생생했다. 영화는 몹시 수다스럽고 마치 많은 영화들을 거쳐오면서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캐릭터들이 자신의 존재의 .. 고로케 매순간들은 돌아가면 그리워질것들에 관한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하지만 돌아가면 오히려 생각나지 않을거다. 그리워질법한것들은 어디에나 있기때문이다.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는것이 마음이 편하다. The Girl on the Train_Tate Taylor_2016 그냥 짧게라도 기록해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밀리 블런트를 좋아하니깐. 에밀리 블런트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액션 영화에 등장하는 여주에게서 흔히 볼 수 없는 눈빛으로 톰 크루즈가 눈에 잘 안들어오게 했던 배우였고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에서 완전히 반해버릴 만한 연기를 하더니 이 영화에서 정점을 찍는것 같은데 굉장히 이성적인듯 차가워 보이지만 완전히 무너져버릴 수 있는 그런 역할들 잘 소화해내는것 같다. 아쉽게도 포스터는 촌스럽다. girl on 으로 시작하는 영화가 사실 너무 많아서 제목이 식상한 이유도 있다. 그런데 너가 보고 있는것이 널 다치게 할 수 있다는 문구는 마음에 들었다. 정말 딱 그런 영화다. 기차에는 무력감과 패배감에 젖은 눈빛으로 차창밖을 응시하며 휴대용 물병에 담긴 보드카를.. 르코르뷔지에의 작은 집 (Seoul_2017)약수동의 The 3rd place 라는 전시공간 옆에 있던 또 다른 공간. 비교적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꼬레아트라는 곳 바로 건너편에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와서 보고 듣고 기억에 남겨지는 많은것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며 이야기를 만들고 또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들어 이 집을 봤을때 그냥 기뻤다. 많은 경험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파편이 되어 흩어져 자취를 감추지만 비슷한 놈들을 만나면 자석에 빨려들어가는 쇳가루처럼 달러붙어 존재를 과시하기 마련이다. 작은 집 Une Petite Maison 은 르 코르뷔지에가 쓴 동명의 책이기도 한데 그가 남긴 많은 건축 저서와 비교하면 몹시 얇고도 짧고 소박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그의 여행기 동방여행처럼 두고두고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 이전 1 ··· 73 74 75 76 77 78 79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