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ypt (14) 썸네일형 리스트형 Egypt 14_룩소르행 펠루카는 만선 얼마 전에 생각지 못한 기회로 이라는 한국 연극을 온라인으로 보았다. 극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한국 연극이 아마 박광정과 권해효 배우가 나왔던 였으니 거의 20년 만에 본 한국 연극이다. 노트북 화면에 대사를 하는 배우들이 클로즈업되는 게 가장 신기했다. 실제 극장에서 연극을 보게 되면 누가 대사를 하는지와는 상관없이 내가 보기를 원하는 '연기중'이지만 대사 없는 배우들을 훔쳐보며 그들의 시점에서 다른 배우들의 대사들을 느끼는 묘미가 있는데 갑자기 화면 속에서 사라지는 배우들이 있어서 좀 당혹스럽긴 했다. 화면을 최대한 클로즈업해서 그냥 무대를 풀샷으로 보여주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은 아들 셋을 바다에서 잃고 딸도 밀린 배삯대신 팔려갈 위기에 처했지만 대담하게 다시 배를 빌려 바다로 나아가는 어부 .. Egypt 13_생각나지 않는 대답 '오늘 소 물을 먹이는데 글쎄 저기 언덕 위에서 도적놈 3명이 내 소를 한참을 훔쳐보더라구''말도 마, 그 놈들이 얼마전에 내 양 세 마리를 훔쳐갔다고'얼마 전에 본 이란 영화 속에서 마을 사람들이 찻집에 모여 저마다의 걱정거리를 얘기할때. 내 시선은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의 대화들로 가득했던 과거의 어떤 장소들로 고스란히 옮겨갔다. 올드 카이로 시장통의 찻집, 지중해를 품은 알렉산드리아의 노천카페, 물담배 뽀글거리는 소리가 연기와 함께 피어오르던 사막 도시 시와의 찻집으로. 시와의 찻집에는 피타빵을 손으로 주무르는 사람, 사막 투어에 합류하겠냐고 말을 거는 사람, 어느 나른한 오후 두 사람 사이에 오가던 피 튀기는 설전, 손안에 든 패에 집중하면서도 중간중간 추임새를 넣으며 말싸움에 참견하던 사람.. Egypt 12_함께 오르는 사막 이집트의 시와에서 남쪽으로 아부심벨 신전이 있는 룩소르까지 가는 동안에는 모래사막부터 백사막과 흑사막이 차례로 펼쳐진다. 투어 차량들이 줄지어 있을 거라 예상하지도 않았지만 깃발 하나를 꽂은 채 짐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바이크를 움직이는 일본인 한 명을 본 것 말고는 대체로 싱겁고 척박했던 도로 풍경. 그렇다고 다카르랠리처럼 쫙쫙 뻗어나갈 수도 없는 것이 사막 투어 차량들의 운명이다. 예정된 시간과 할당된 끼니와 사막의 추위와 하늘의 별들에 대해 지불된 돈이 있으니. 룩소르까지 기차를 타고 곧바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소수인원을 모아 차량을 대절하면 운전기사가 해주는 음식을 먹으며 짧게는 하루 길게는 나흘에 걸쳐서 사막을 이동할 수 있다. 그때 이집션 운전사를 제외한 우리는 5명이었다. 그중 두 명은 이탈리.. Egypt 11_카이로의 쿠샤리 여기는 카이로의 프랜차이즈 쿠샤리 가게였다. 이층이 따로 있어서 연신 구경을 하며 아랍 음식 특유의 매콤함에 경도되었다. 대략 설명하자면 짧은 버미셀리가 섞인 바스마티류의 쌀밥에 바삭하게 튀긴 양파며 콩이며 마카로니를 섞은 베이스 위에 알싸한 향신료들이 섞인 토마토 소스를 한 국자 퍼서 넣어주면 섞어서 먹는 음식. 아직 고집스러운 미각이 자리잡기 이전엔 모든게 꿀맛이었다. 음식이 맛있으려면 사실 미각조차도 중요한것이 아닌걸 알아버렸지만. Egypt 10_팔라펠 아저씨 마트에 팔라펠 믹스가 새로 나왔길래 사 와서 만들어 보았다. 물만 붓고 조금 기다리면 반죽이 걸쭉해져서 바로 숟가락으로 떠서 튀길 수 있게 되어있다. 룩소르의 골동품 시장에서 팔라펠을 만들고 있던 아저씨가 생각났다. 그때 난 아마 조그만 일인용 원형 양탄자를 사고 기분이 몹시 좋았던 순간이었다. 인생 첫 팔라펠은 유난히 초록색이었고 아마 벌어진 피타빵 속에 토마토 오이 샐러드와 같이 넣어 먹었을 거다. 뷰파인더를 통해서만 주변을 관찰할 수 있었을 땐 그만큼에 해당하는 박자와 예의 같은 것이 따로 있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나 하면 막상 또 그런 것 같지도 않다.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사람의 내면에 자리 잡는 속도와 마음가짐은 결국 그 자신이 20대에 누렸던 가장 안락한 지점에 수렴되는 것 같다. Egypt 09_사막에서 똥 언젠가 이집트 사막 이야기를 했더니 누군가가 사막에서 똥 이라는 강산에 노래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사막에서 똥눠봤나 깜짝놀랐어'라는 후렴구를 가진 노래인데. 얼핏 깜짝놀랐다는 그 느낌이 무엇일지 알것 같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공감이 되었다. 별빛만이 흥건한 깜깜한 밤에 모래가 그나마 덜 빠지는 허허벌판을 찾아 용무를 해결하고 그 다음날 여기쯤이었을까 하고 찾아가도 마치 부도가 나서 문닫고 사라진 사무실처럼 아무런 흔적조차 보여주지 않을 곳. 그런데 온전히 혼자임을 허락하는 그 순간에 어둠 속 어딘가에 혹시 누군가가 나와 함께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생각하면 그것은 묘한 일체감이 아닌가. 사진은 다른 오아시스로 이동하는 중의 사막 검문소 근처에 있던 화장실인데 그 모습이 너무 힙(?)하여 아마 사진으로 남.. Egypt 08_카이로의 방 카이로에 도착하여 우연히 찾아든 호스텔은 문을 연지 얼마되지 않아 무척 깨끗했지만 값도 싸고 손님이라곤 나와 일행들뿐이었다. 세탁하는 법, 곤로를 쓰는 법들을 학습하고 주인이 끓여준 민트티를 마시고 침대 옆 탁자에 스피커와 씨디플레이어를 셋팅했다. 오아시스 도시들과 다합까지 여행하고 다시 카이로에 돌아왔을때도 또 이곳에서 지냈다. 여행지에서 시간차를 두고 어떤 도시에 두번 들르면 분명 같은 도시였겠지만 전혀 다른 곳처럼 보인다. 이른 아침 숙소를 나서며 들렀던 동네 식당 사람들도 다시 돌아온 여행자를 환영해준다. Egypt 07_1월 1일의 시와 오랜만에 갑자기 이집트 생각하면서 왜 이집트에 대해 생각하게되었는지도 열심히 생각해보니. 빌니우스 하늘에 가장 많은 열기구가 떠올랐던것이 14대인데 (여름 저녁 하늘의 열기구를 세기 시작한 철저히 개인적인 순간부터) 여기도 카파도키아처럼 작정하고 형형색색의 많은 열기구를 띄우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다 아마 이집트에서 만난 터키 여행자가 기억을 헤집고 나온것일거다. 마치 트루먼이 헤엄쳐 나가려다 저지당한 가짜바다처럼 이 작은 오아시스는 멋진 지프를 타고 사막 투어를 떠나는 누군가를 위해 투어 에이전시의 막내 아들이 힘겹게 퍼다놓은 수돗물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 물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던 그 날은 공교롭게도 새해 첫 날이었다. 아마 그랬을거다. 나이가 더 들어서 다시 가도 자전거를 빌려서 도중에 숨겨놓..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