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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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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16_낮잠 Paris_2013 '아주 오래 전' 이라는 말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쓸 수 있는 말일까. 5년,10년 혹은 20년 전, 어쩌면 일주일 전, 하루 전, 한 시간 전. 똑딱똑딱 흘러가는 시간이 눈에 보일 정도로 간절할때, 단지 이미 지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없었던 것 처럼 느껴지는 어떤 순간들을 위한 말일 것이다.
Paris 15_안경 (Paris_2013) 작년에 서울에 가기전에 새로 한 안경에는 현재 임시방편으로 파란 철사테가 휘감겨져있다. 오래쓰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서 빨리 가서 테를 새로해야할텐데 그래도 1년은 버텨야 진작에 수명을 다한 안경테에 대한 예의라는 이상한 생각. 실상은 게으름과 돈아까움.
Paris 14_몽마르뜨의 크레페리아 (Paris_2013) 나는 일하는 도중에 나와서 혼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다. 뒷문의 후미진 골목에 쪼그리고 앉아서 쫓기듯 담배를 피우고 땅바닥에 멋없이 비벼끄는 사람들보다는 곧 돌아가야 할 일터를 등지고 먼곳을 응시하고 서서는 난 지금 쉬는중이요. 알았소? 라고 말하고 있는듯한 당당함이 좋다. 그들 대부분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거나 키친 클로스따위를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찔러 넣고 있었다. 가게 안은 그로 인해 텅 비어 있다. 대신 주문을 받아줄 수 있는 동료가 있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항상 여유로워 보였다. 배가 고프오? 나는 담배가 고프오. 라고 말하고 있는것 같았다. 우리의 욕망은 충돌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나의 허기짐은 내 옆을 스쳐지나가는 거대한 운석을 그..
Paris 13_파리의 바그다드 카페 (Paris_2013) 파리의 어디쯤이었을까. 아마도 머물던 집을 나와서 센강 주변으로 이동할때 지나치던 길목중 하나였을것으로 짐작된다. 우리가 머물던곳은 파리 5구에 위치한 가정집이었는데 세탁소와 헌책방이 있는 평범하고 한적한 동네 어귀를 돌아 얼마간 걷다보면 당혹스러울만치 뜬금없었던 매우 커다란 이슬람 사원 (Mosquee de Paris) 이 나타났다. 그 사원은 우리가 여전히 길을 잃지 않고 노트르담 사원 (Cathedrale de Notre Dame de Paris) 이 있는 서쪽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하나의 이정표였다. 그렇게 서쪽으로 계속 걷다보면 골목의 초입부터 항상 북적북적되던 무프타르 거리 (Rue Mouffetard) 가 나왔다. 길게 늘어진 오르막길 양옆으로 간판에 그리스 국기..
Paris 12_아랍 월드 인스티튜트 (Institut du monde arab) 다시 가고 싶은 파리. 2년전 여행에서는 충실한 관광객이 되어 모두가 바삐 들르는 관광 명소들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다시 여행한다면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여긴 가봐야겠지?' 와 같은 모종의 부담감을 털어내고 한결 간편한 게으름뱅이의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파리에서 우리가 머물었던 곳은 파리 5구에 위치한 작은 아파트였다.빌니우스에서 저가항공을 탔기에 우리는 파리 보베 공항으로 입국했고 공항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 타고 5구에 위치한 숙소까지 이동해야했다.보베 공항에서 공항 버스를 타면 라데팡스가 출발역인 1호선의 Porte Maillot 역까지 이동한다. 보베 공항에 가려면 그러니깐 이 역에서 공항 버스를 타면된다.그곳에서 우리가 지하철을 갈아 타야하는 1,5호선 Bastille 까지는 ..
Paris 11_파리의 에펠탑 (Eiffel Tower) 파리는 한마디로 에펠탑으로 과잉된 도시이다. '에펠탑 과잉이라니. 에펠탑에 감히 과잉이라는 어감의 명사를 붙이는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라고 에펠탑이 보이는 발코니를 낀 코딱지만한 주택을 30년만기 대출을 받아 가까스로 구입한 사람은 펄쩍뛰며 대꾸할지도 모르겠다. 노트르담 근처의 기념품 가게에서 금빛 에펠탑 두개를 1유로에 샀다면 당신은 다음 날 루브르 근처에서 에펠탑 세개를 1유로에 파는 흑인을 만날지도 모른다. 그 다음 날 센 강변에서 1유로에 은빛과 빨강빛이 섞인 에펠탑 네개를 발견했다면 이번엔 몽마르뜨의 후미진 메트로 역사 바깥에서 이보다 더 저렴한 에펠탑은 본 적 없을것 이라는 시니컬한 표정으로 검지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다섯개의 에펠탑 열쇠고리를 짤랑거리는 또 다른 흑인을 만날것이다.
Paris 10_퐁피두 센터 ( Pompidou Centre) 루브르 박물관에서 사온 엽서를 보고 있자니 2년전의 짧은 파리 여행이 떠올라 회상에 젖었다. 아니면 이 즈음의 온도와 습도가 파리로 떠나던때의 날씨와 오버랩되어 무의식중에 사진첩의 파리 여행 폴더를 열게 만든것일까? 정말 딱 2년전 8월의 이맘때에 우린 파리에 있었구나. 휴가철이라 주택가 깊숙한곳의 식당들과 상점들은 문을 닫은곳이 많아 아쉬웠더랬다. 반대로 파리 중심가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어쩌면 일년내내 이방인으로 북적이는 파리에서 정작 소외되는것은 파리 시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마 파리지앵들은 그토록 시크한것일지도. 프랑스 대통령 조르쥬 퐁피두의 이름이 붙여진 이 귀여운 건축물.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와 영국인 리차드 로저스가 설계한 이 곳. 내가 좋아하는 짙은 에메랄드 빛깔을 띤 길고 ..
Paris 09_파리의 마블발 욕조를 과감히 뜯어내면서 시작된 4평 남짓한 욕실 수리. 한달전에 주문한 타일이 도착했지만 아직 가지러 가지 못했다. 오래된 타일을 벗겨내자 깊은 구덩이가 드러났고 시멘트를 붓기 시작하면서 세탁기도 옮겨 버렸다. 이제 세탁기도 돌릴 수 없고 곧 화장실도 쓸 수 없을테니 더 이상 질질끌지 말고 빨리 끝내버려야 할 때가 된것이다. 마음 먹고 한다면 업자를 불러서 일주일만에라도 끝낼 수 있겠지만 그러기엔 우리가 가진 시간이 너무 많았다는것. 일주일에 하루 날 잡아 세시간 정도 일하고 먼지 닦는데 한 시간을 쓴다. 남은 6일동안 수리에 대한 강박은 지워버려야 하니깐. 조그만 집인데 너무 빨리 고쳐 버리면 나중에 아쉬울거라며. 욕실에서 물을 사용할 수 있을때 쯤 가을쯤 어디 잠깐이라도 여행 다녀올 수 있을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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