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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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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land 05_어떤 부엌 암스테르담에서 뜻하지 않게 많은 이들의 부엌을 훔쳐 보았다. 자전거가 빼곡하게 들어찬 거리에 어둠이 깔리면 많은 집들이 부엌에 은은한 조명을 켜둔 채 지나는 이들의 관음을 즐기고 있었다. 내가 빌니우스에서 살기를 시작한 집의 부엌은 오랜동안 누군가의 암실로 쓰여졌던지라 물품과 사진 자료들로 가득차 있어서 복도에 놓인 작은 인덕션에서 음식을 해먹었는데 오븐도 부엌도 없던 시절에 이 가게에서 빨간색 코코떼와 모카포트와 미니 거품기를 사가지고 돌아왔다. 코코떼는 처음부터 변함없이 그저 소금 그릇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제는 아담한 부엌의 가스불 위에서 모카포트로 커피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덕션 위에서 대책없이 솟구치던 최초의 커피가 기억난다. 그리고 손잡이가 반쯤 녹아내린 12년 된 모카포트..
Holland 04_01시 09분 불빛의 움직임이 줄어들고 발걸음이 사그라드는 순간에도 빗방울은 시간을 모르고 떨어졌다. 그즈음의 암스테르담 날씨가 빌니우스의 그것과 너무 비슷했어서 10월이면 늘상 암스테르담 생각이 난다. 지금은 5월이지만.
Holland 03_23시 40분 익숙해진 길을 놔두고 괜히 먼길로 돌아돌아 숙소를 향할때에도 어김없이 지나쳐야 했던 곳. 저 시간은 어쩌면 그렇게 아낌없이 홀로 배회하는 자들에게 아직 그렇게 밤이 깊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토닥거림의 표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Holland 2_로테르담에서 만난 사람 (Rotterdam_2008) 암스테르담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온 로테르담. 원래는 브뤼셀까지 가보기로 했지만 비를 품은 듯한 우중충한 날씨가 왠지 로테르담이 더 어울리것 같아 중간에 내리고 말았다. 강풍과 폭우에 휘청이는 고공 크레인과 우산이 뒤집어져서 날아가는 상상을 하며 내렸지만 나를 맞이한것은 약간의 바람과 약간의 비. 그리고 이 사람. '나를 내려줘' 혹은 '너도 올라올래?'
Holland 1_리알토 극장 (Amsterdam_2008) 암스테르담에서 알게된 인도네시아 여자가 한 영화제에서 '시크릿 션샤인' 이라는 한국 영화를 인상깊게 봤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영화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영화 줄거리를 듣고 있다보니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었다. 그 영화를 봤었던게 참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아무도 미국인을 만나서는 '나 너네 나라 영화 스파이더맨 봤는데 너는 알아?" 라고 말하진 않을것이다. 왠지 아득하게 느껴지는 나라들, 쉽게 접하기 힘든 나라의 독특한 영화들, 음악들에 대해 넌지시 물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을때 그리고 소통이 이루어졌을때의 전율이란것이 있다. 나는 그 여인이 그 짤막한 대화에서 그런 희열을 느꼈을거라고 멋대로 짐작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3주라는 짤막한 시간에 타지에서 일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