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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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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8_동네 전시장 서울은 가히 의자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찍어 온 의자 사진만 수백장이다. 잠깐만 앉아 가라고 말을 걸어오는 의자들은 대개 날아갈 듯 가벼워 보였다.
한국 27_쉬는 날 오래 전 인도의 뉴델리 코넛 플레이스를 걸을때이다. 맥도날드 앞에 경비원이 보초를 서던 꽤나 번화가였는데 저울을 앞에두고 우두커니 앉아있는 깡마른 할아버지가 있었다. 집에 체중계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게 길거리에서 체중을 잰단다. 얼마전에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라는 이란 영화를 보았다. 그 영화 속에도 그런 할아버지가 있었다. 뉴델리에는 없었던 활활타는 장작이 그 옆에 함께였다. 지나가는 여주인공을 붙잡고 체중을 재보라고 하는데 55킬로가 나간다는 여자에게 78킬로그람이라고 우긴다. 체중계를 고치셔야겠다는 여자의 말에 할아버지가 그런다. '저울일은 이틀에 한 번 만이야. 내일은 구두를 닦을거야.' 가위와 칼을 갈던 이는 그날 무슨 다른 일을 하러 갔을까. 이곁을 지나면 만두 찜통에서 뿜어져나..
한국 26_어떤 학원 나는 서울에서는 가희 피아노 학원을 10개월, 천안에서는 리듬 피아노 학원을 2년을 다녔다. 쇼팽 피아노 학원이나 모차르트 피아노 학원이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많은 것들이 자취를 감춘 와중에 유난히 남아있는 피아노 학원들이 많아서 신기했다.
한국 25_어떤 마당 초등학교 입학하고 4년 동안 살았던 이 집 마당을 서울에 갈 때마다 찾아가서 들여다보곤 했다. 3층에 살던 주인집 할머니는 꽃을 정말 좋아했다. 마당은 거의 항상 젖은채였다. 마당엔 장미 나무가 있어서 가시를 떼어 내어 코에 붙이고 코뿔소 놀이를 했고 물방울이 떨어져도 묻어나지 않고 서로 모이고 모여 큰 물줄기가 되어 떨어지던 잎이 넓적했던 화초를 비롯해서 마당에는 화분이 가득했다. 화초를 돌보는 할머니와는 이야기를 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의 며느리는 어머니가 또 화분에 물을 주시는 모양이구나 하는 시크한 표정으로 항상 말없이 계단을 올라갔다. 집으로 들어가는 어두운 복도에는 어김없이 귀뚜라미들이 뛰어다녔다. 뒤쪽으로 향하는 저 큼지막한 계단에 서있던 동생의 사진을 쥐고 창원 친척집에 놀러 가서 눈물..
한국 24_어떤 물건 서울에서 내가 살 던 동네는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서 많은 주민들이 이미 이사를 가고 난 후였다. 그들이 버리고 간 물건들은 대부분 가져가기에는 너무 무겁고 오래 된 가구였고 그리고 의외로 밥상이 많았다. 밥상은 내가 몹시 가져오고 싶은 물건인데. 들어서 옮길 수 있는 식탁이라니. 밥상은 별로 무겁지도 않은데 왜 버리고 가는 것일까.
한국 23_어떤 기준 어릴때 큰 고모댁에 가면 안방에 고모부 곁에 항상 있던 목침. 저렇게 딱딱한 것을 베고 테레비를 봐도 아프지 않으면 어른인가보다 생각했던 어린 시절.
한국 22_벽 속의 신전 서울 2018분명히 서울 우리 동네.
한국 21_서울의 맑은 날 서울_2018 몽타주인가. 미세먼지를 당당히 파헤치고 나온 북악산도 10원짜리 동전의 다보탑보다 작아 보이는 광화문도 합성된 조감도 같다. 한 번의 도움닫기로 북악산 기슭까지 튕겨져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저 트램펄린은 또 무엇인지. 무엇보다도 가장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내가 저순간 설문지에 이름을 적고 솜사탕을 먹고 있었다는 것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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