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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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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0_시골집 옆 마당. 참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에. 자주 못 만난다. 자주 못 간다. 그런 표현들. 그런데 내가 경험할 수 있는 횟수가 어렴풋이 이미 정해져 있는듯 보이는 그런 상황들이 있다. 김치를 담그지는 않지만 이를 테면 김장 같은 것. 여권 갱신 횟수 따위들. 한국에 가는 일 같은 것. 그런것들을 떠올리고 있으면 자주 라는 단어는 힘을 잃는다. 모든 것이 이미 내 인생 속에서의 정해진 횟수 중의 한 번 이라는 이미 고정된 찰나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미 벌어진 기억에 더해지는 한 번이 아닌 뺄셈으로 사라지는 한 번의 뉘앙스가 때로는 마음을 움츠리게 한다. 시골 큰 집의 장독대는 이번에도 다른 색이었다. 그것도 내가 많이 좋아하는 색.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드나들 곤 하는 집안 구석구석을 항상 열심히 칠하고 돌보시..
서울 19_지나가는길 종로에서 집까지. 짧은길이 아닌데 참 많이 걸어다닌 길.
서울 18_인생부대찌개 세번째 집이라는 이름의 남산의 한 대안공간. 난방도 안되고 수도꼭지도 없고 화장실도 없는 매우 사랑스러운 공간이다. 서울에서 가장 추웠던 날을 고르라면 아마 이곳을 처음 방문했던 그 날일거다. 실제 날씨는 그렇게 춥지 않았지만 나로써는 실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커다란 추위였다. (http://ashland11.com/501) 세채의 집이 멋들어지게 연결된 이 공간은 근사한 마당을 가지고 있는데 날씨가 좋아도 해가 마당의 가장자리에만 길게 걸리는 위치라서 가장 추웠던 날로부터 한달이 지나서 다시 갔어도 곳곳에 녹지 않은 눈이 남아있었다. 첫째날은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약수역으로 내려가 닭갈비를 먹었고 두번째 간날은 날이 많이 풀렸으니 실내에 머물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음식을 배달해서 먹었다. 배달앱..
서울 17_다같이커피 5년만에 갔던 한국. 한국에 제일 먼저 도착하면 내가 하고 싶었던것은 공항에서 다같이 커피를 마시는거였다. 그것이 아마도 여행을 실감하게 하는 가장 상징적인 상상이었던것 같다. 생각해보니 바깥에서 가족 누구와도 커피를 마셔본 기억이 없었던것이다. 그 커피는 얼마나 맛있을까. 우유 거품이 어떻고 커피가 시고 쓰고의 느낌들은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설자리를 찾지 못할것이다. 한참이 지나도 수다를 떠느라 커피는 줄지조차 않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때 내가 상상했던 풍경은 오히려 비행기를 타기 이전의 풍경에 가까웠던것 같다. 뭔가 이제 짐도 다 보내고 탑승권을 쥐고 탑승만 기다릴때의 홀가분함으로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의 북적북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평화로운 공항의 카페에 앉아 온 몸으로 노곤함을 느끼는 그런. 하지만..
서울 16_동네 분식집 Seoul_2017 집에 가는 길에 떡볶기 집이 있었다. 그런데 이 떡볶기 집은 보통의 그것과는 좀 달랐다. 가게속에 딱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것도 아니었고 반년간 거의 매일 지나다녔지만 떡볶이를 먹는 사람을 본적이 없는데도 넙적한 팬에는 항상 요리된 떡볶이가 있었고 그 떡볶이라는것도 표면이 거의 바짝말라있고 팬 한구석에는 잘게 썰어진 양배추가 가득했다. 양배추에서 물이 나와서 오래된 떡볶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듯이 양배추는 항상 싱싱해보였다. 지하철역의 철길을 지나와서 집까지 쭉 이어지는 길에서 가장 늦게까지 불이 켜져있는곳도 이곳이었다. 딱 한번 퇴근중인것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서 라면을 먹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이 분식집 주인 아주머니는 떡볶이 만드는 일 외에도 항상 분주하셨다. 커피 자판기를..
서울 15_버스밖으로 아빠가 뜬금없이 비디오 영상을 보내오셨다. 이렇다할 코멘트도 없이 비디오 전송만 하셨다. 마음에 드는 한 순간을 캡쳐해보았다. 이른 아침에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중에 찍으셨는데 보통 창밖 풍경에 촛점을 맞추시다 버스가 멈추자 뒷자석에서 내려다보이는 버스 전경으로 카메라를 옮겨가셨다. 버스는 용두역을 지나 마장동 축산물 시장을 지나고 있었다. 버스 창문은 얼마나 깨끗하게 닦여있던지 아직 차들이 많이 다니기 직전 바깥 공기의 청신함이 느껴졌다. 물론 미세먼지가 있었다고 하겠지만 풍경만으로는 말끔한 시골 공기를 떠올리게 했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몇 안되는 승객들은 머리를 숙인채로 약간의 미동과 함께 잠을 자고 있는듯 했다. 졸릴법한 와중에 영상을 찍으시는 모습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하루 세..
서울 14_주의사항 (Seoul_2017) 우리가 같은 곳을 볼때 전부 같은 생각을 할거라 오해해선 안된다. 가끔은 서로를 봐줘야 할꺼고. 그리고 가끔은 다른 어딘가에 마음쏟는 이의 뒷모습을 아무생각없이 응시할 줄도 알아야겠지. 나 역시 누군가에게 등을 보이고 있다 생각하며.
서울 13_종각 (Seoul_2017) 서울에 사는동안 가장 많이 내렸던 지하철역은 1호선 종각역이다. 처음에는 주로 역에서 연결된 서점에 가기 위해서였지만 그 후에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 그리고 학원을 다닌다거나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의 여러가지 목적들이 추가되었다. 아주 이른 새벽의 종각도 늦은 밤의 현란한 종각도 평일 오전의 한산했던 종각도 어제일처럼 생생하다. 이번에 와서도 가장 많이 내리게 된 지하철역은 종각역이었다. 주요 장소로의 접근성이 좋아서 유모차때문에 환승을 최소화 하고 싶었던 우리에게 내려서 걷기 가장 좋은 역이었다. 어느틈으로 파고들어도 마치 일부러 찾아온듯한 느낌을 주는 장소들이 많아 별다른 목적지 없이 걸어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한 정거장씩이라도 갈아타서 가던 장소들을 이번엔 거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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