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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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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에펠탑 (Eiffel Tower) 파리는 한마디로 에펠탑으로 과잉된 도시이다. '에펠탑 과잉이라니. 에펠탑에 감히 과잉이라는 어감의 명사를 붙이는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라고 에펠탑이 보이는 발코니를 낀 코딱지만한 주택을 30년만기 대출을 받아 가까스로 구입한 사람은 펄쩍뛰며 대꾸할지도 모르겠다. 노트르담 근처의 기념품 가게에서 금빛 에펠탑 두개를 1유로에 샀다면 당신은 다음 날 루브르 근처에서 에펠탑 세개를 1유로에 파는 흑인을 만날지도 모른다. 그 다음 날 센 강변에서 1유로에 은빛과 빨강빛이 섞인 에펠탑 네개를 발견했다면 이번엔 몽마르뜨의 후미진 메트로 역사 바깥에서 이보다 더 저렴한 에펠탑은 본 적 없을것 이라는 시니컬한 표정으로 검지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다섯개의 에펠탑 열쇠고리를 짤랑거리는 또 다른 흑인을 만날것이다.
런던의 Lloyd's building 2010년 이주일간의 런던 여행. 둘만의 여행이 아닌 가족 여행이었기에 집을 나서면 항상 정해진 목적지로 부지런히 이동해야하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역시 여행에서 그냥 여기저기 어슬렁거릴 심산이라면 혼자이거나 마음이 맞는 둘이거나해야한다. 그날은 인파와 더위에 지친 다른 가족들이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가까스로 둘만의 시간이 생겨 런던 시내 이곳저곳을 걷던때였다.그러다가 마주친 건물. 아직 런던의 현대 건축물에 대한 안구 준비 운동이 덜 된 상태에서 마주친  내 상식에서는 꽤나 충격적인 외관을 보여주었던 이 건물.     2010년 런던 여행에서 가장 가슴이 벅찼던 순간을 떠올리자면 토요일 오후 텅 빈 런던 도심의 금융가에서 이 로이드 빌딩 (Lloyd's building)과 맞닥뜨렸을때이다. 관광객들로 붐..
파리의 퐁피두 센터 루브르 박물관에서 사온 엽서를 보고 있자니 2년전의 짧은 파리 여행이 떠올라 회상에 젖었다. 아니면 이 즈음의 온도와 습도가 파리로 떠나던때의 날씨와 오버랩되어 무의식중에 사진첩의 파리 여행 폴더를 열게 만든것일까? 정말 딱 2년전 8월의 이맘때에 우린 파리에 있었구나. 휴가철이라 주택가 깊숙한곳의 식당들과 상점들은 문을 닫은곳이 많아 아쉬웠더랬다. 반대로 파리 중심가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어쩌면 일년내내 이방인으로 북적이는 파리에서 정작 소외되는것은 파리 시민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아마 파리지앵들은 그토록 시크한것일지도. 프랑스 대통령 조르쥬 퐁피두의 이름이 붙여진 이 귀여운 건축물.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와 영국인 리차드 로저스가 설계한 이 곳. 내가 좋아하는 짙은 에메랄드 빛깔을 띤 길고 ..
파리의 레코드샵 욕조를 과감히 뜯어내면서 시작된 4평 남짓한 욕실 수리. 한달전에 주문한 타일이 도착했지만 아직 가지러 가지 못했다. 오래된 타일을 벗겨내자 깊은 구덩이가 드러났고 시멘트를 붓기 시작하면서 세탁기도 옮겨 버렸다. 이제 세탁기도 돌릴 수 없고 곧 화장실도 쓸 수 없을테니 더 이상 질질끌지 말고 빨리 끝내버려야 할 때가 된것이다. 마음 먹고 한다면 업자를 불러서 일주일만에라도 끝낼 수 있겠지만 그러기엔 우리가 가진 시간이 너무 많았다는것. 일주일에 하루 날 잡아 세시간 정도 일하고 먼지 닦는데 한 시간을 쓴다. 남은 6일동안 수리에 대한 강박은 지워버려야 하니깐. 조그만 집인데 너무 빨리 고쳐 버리면 나중에 아쉬울거라며. 욕실에서 물을 사용할 수 있을때 쯤 가을쯤 어디 잠깐이라도 여행 다녀올 수 있을까. ..
베르겐의 스테레오랩 어디로든 여행을 갈때마다 나와 함께 여행했던 밴드 스테레오랩. 이집트 여행때쯤이었나? 멤버 한명이 교통사고로 죽는 일이 있어서 조금 더 멜랑꼴리해졌던 기억이.  추억에 빠져들고 그것에서 헤어나오는데 걸리는 속도를 안다면 그들의 음악을 들을때에는 약간의 위험을 감수해야한다.하나의 음반이 마치 하나의 긴 노래와 같으며 여간해서는 곡명을 기억하기 힘들다. 기승전결이 불분명하지만 축축 늘어지지 않고 지나치게 음울하지 않으며 밝고 경쾌하고 귀엽기까지한 나만의 슈게이징. 계산 불가능한 사운드는 퀼트처럼 얽히고 섥혀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하나의 선명한 감정에 사로잡히기는 힘들다. 군데군데가 면도칼로 밀린 내 머리에 수많은 플러그가 반창고로 붙여져 있고  그 선이 연결된 기계의 스크린속으로 내 기억들이 줄줄이 입력된..
베르겐의 뭉크 떠나기 두 달 전부터 설정해 놓은 베르겐의 일기예보를 여행에서 돌아 온 지금도 여전히 확인하게 된다. 새로운 목적지가 생기면 그때 삭제할 수 있을것 같다. 한번은 일주일 내내 해가 쨍쨍 맑음이 표시되길래  베르겐에서 신세졌던 친구에게 '일주일 내내 날씨가 이렇게 좋다는데 그게 진짜야?' 라는 문자를 보냈다. 마치 토네이도 주의보라도 내려진 베르겐의 친구들이 염려스럽다는 듯, 믿기 힘든 날씨라는 듯 말이다. 친구도 금방 답문을 보내왔다. 정말 흔하지 않은 날씨라며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4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베르겐의 일반적인 기후를 간파하는데는 충분했다. 지속적인 강우로 항상 축축한 땅, 건너편 산 정상을 뿌옇게 감싼 안개, 수평선 위에 간신히 걸쳐진 구름.  숲은 각양각색의 초록으로 우거져 어두컴..
베르겐의 룬데마넨(Rundemanen) 저렴한 비행기 티켓덕에 매우 충동적으로 계획한 베르겐 여행. 여행전부터 왠지 이 여행이 몹시 마음에 들것같은 예감이 들었다. 내 짐은 초등학교 시절 토요일 책가방 정도의 무게였고 우리가 머물곳은 순조롭게 정해졌으며 두달 여의 시간동안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빌니우스와 베르겐의 날씨를 번갈아 확인하면서 내가 좀 더 북쪽으로 하지만 조금 더 따뜻한 곳을 향한다는 생각이 들자 미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큰 아버지와 큰 고모가 살고 계시는 강원도 양양과 경상도 통영의 정서를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엉뚱한 기대도 있었다. 물에 빠졌거나 배멀미를 한 기억 때문에 바다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었던 장소들이지만 어찌보면 내가 아무런 편견없이 가장 처음으로 바다를 접했던 곳도 그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파리의 데어데블 파리를 떠나기 전전날. 월요일. 베르사유를 방문하겠다는 계획으로 와인이며 도너츠며 사단 도시락까지 바리바리 싸서 집을 나섰지만 Gare d'Austerlitz 역 RER 창구의 매우 친절한 직원이 '월요일엔 베르사유에 가도 아무것도 볼 수 없단다' 라고 말했다. 파리에서 고작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베르사유 였지만 파리 시내를 잰걸음으로 걷는데 익숙해진 나머지 그곳은 TGV 쯤은 타야 도착 할 수 있는,작은 숙녀 링이 앤드류스를 타고 뛰어 놀던 만화 속 영지처럼 아주 아득하게 느껴졌고 나 자신은 가지않아도 상관없었지만 누군가의 염원이기도 한 베르사유라는 목적지에 마지막 날까지 다다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자 피로가 급습했다. 떠나는 날 당일 아침에 노트르담 성당을 오르는 대작전이 펼쳐질 줄은 꿈에도 모른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