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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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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의 미학, Bel far niente (Pisa_2010) 2010년. 상품으로 받은 티켓으로 날아간 이탈리아.  2주간의 단촐한 여행을 끝내고 친구가 살고 있는 밀라노로 돌아왔다. 친구는 항공사와 비행기 시간을 물어봤다. 알고보니 내가 타고 온 항공사가 부도가 났다. 항공사는 스타원 에어라인이라는 리투아니아의 저가 항공사였다. 한두대의 낡은 비행기를 가지고 단 몇군데의 취항도시를 가졌던 이제 막 날개짓하려는 그런 신생 항공사들이 리투아니아에서는 도약조차 하지 못하고 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쉽게도 여전히 리투아니아에는 라트비아의 에어 발틱(Air baltic) 과 같은 건실한 항공사가 없다. 당장 내일 타고 갈 비행기가 없다는것은 참으로 신기한 느낌이었다.  나의 실수로 놓친 비행기라면 아쉬워할 여지라도 있었을것이다. 이집트의 어느 도시에..
로테르담에서 만난 사람 (Rotterdam_2008)  암스테르담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온 로테르담. 원래는 브뤼셀까지 가보기로 했지만 비를 품은 듯한 우중충한 날씨가 왠지 로테르담이 더 어울리것 같아 중간에 내리고 말았다. 강풍과 폭우에 휘청이는 고공 크레인과 우산이 뒤집어져서 날아가는 상상을 하며 내렸지만 나를 맞이한것은 약간의 바람과 약간의 비.  그리고 이 사람.  '나를 내려줘' 혹은 '너도 올라올래?' 라고 말하는것 같았다.
암스테르담의 리알토 극장 (Amsterdam_2008)  암스테르담에서 알게된 인도네시아 여자가 한 영화제에서 '시크릿 션샤인' 이라는 한국 영화를 인상깊게 봤다고 했다. 처음에는 무슨 영화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영화 줄거리를 듣고 있다보니 이창동 감독의 '밀양'이었다.  그 영화를 봤었던게 참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아무도 미국인을 만나서는 '나 너네 나라 영화 스파이더맨 봤는데 너는 알아?"  라고 말하진 않을것이다. 왠지 아득하게 느껴지는 나라들, 쉽게 접하기 힘든 나라의 독특한 영화들, 음악들에 대해 넌지시 물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을때 그리고 소통이 이루어졌을때의 전율이란것이 있다. 나는 그 여인이 그 짤막한 대화에서 그런 희열을 느꼈을거라고 멋대로 짐작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3주라는 짤막한 시간에 타지에서..
몽마르뜨의 크레페리아 (Paris_2013)나는 일하는 도중에 나와서 혼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좋다. 뒷문의 후미진 골목에 쪼그리고 앉아서 쫓기듯 담배를 피우고 땅바닥에 멋없이 비벼끄는 사람들보다는 곧 돌아가야 할 일터를 등지고 먼곳을 응시하고 서서는 난 지금 쉬는중이요. 알았소? 라고 말하고 있는듯한 당당함이 좋다. 그들 대부분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거나 키친 클로스따위를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찔러 넣고 있었다. 가게 안은 그로 인해 텅 비어 있다. 대신 주문을 받아줄 수 있는 동료가 있는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항상 여유로워 보였다. 배가 고프오? 나는 담배가 고프오. 라고 말하고 있는것 같았다. 우리의 욕망은 충돌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나의 허기짐은 내 옆을 스쳐지나가는 거대한 운석을 ..
파리의 바그다드 카페 (Paris_2013) 파리의 어디쯤이었을까. 아마도 머물던 집을 나와서 센강 주변으로 이동할때 지나치던 길목중 하나였을것으로 짐작된다. 우리가 머물던곳은 파리 5구에 위치한 가정집이었는데 세탁소와 헌책방이 있는 평범하고 한적한 동네 어귀를 돌아 얼마간 걷다보면 당혹스러울만치 뜬금없었던 매우 커다란 이슬람 사원 (Mosquee de Paris) 이 나타났다. 그 사원은 우리가 여전히 길을 잃지 않고 노트르담 사원 (Cathedrale de Notre Dame de Paris) 이 있는 서쪽으로 향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하나의 이정표였다. 그렇게 서쪽으로 계속 걷다보면 골목의 초입부터 항상 북적북적되던 무프타르 거리 (Rue Mouffetard) 가 나왔다. 길게 늘어진 오르막길 양옆으로 간판에 그리스 국..
코르토나, 가게 아저씨의 망중한 (Cortona_2010)  근무중인 아저씨에게 망중한이라니. 좁디 좁았지만 없는게 없었던 학교 앞 문방구처럼 작은 팬틴 샴푸부터 줄줄이 매달린 감자칩, 잘게 썰린 하몽까지 없는게 없었던 코르토나의 작은 슈퍼. 우리를 포함한 몇몇의 관광객들은 낯선 도시가 내뿜는 영감을 놓치지 않으려 이리 저리 어깨를 부딪히며 주인없는 상점을 두리번 거렸다. 코르토나의 첫 날, 홍차 한 솥을 끓여 보온병에 담고 동네 산책을 나간 우리에게 필요했던것은 차와 함께 먹을 돌돌말린 케잌이나 달짝지근한 크래커 따위. 왜 아무도 계산을 해주지 않는거지 조급해했던것이 미안해질만큼 맛있게 담배를 피우고는 천천히 돌아오던 그 이탈리아인. 내가 발견한 롤케익만큼 그의 끽연도 달달하고 풍성했기를.
런던, Soho, Brewer street 얼마전 폴 레이먼드의 전기 영화  를 보고 런던 여행때 반나절 동안 어슬렁거렸던 소호가 떠올랐다. 여행 당시에는 그저 포르노 잡지를 취급하는 서점들과 스트립 클럽 몇개가 들어선 뭐랄까 그냥 그 특유의 영혼도 자존감도 없는 시든 야채 같은 장소라는 인상을 받았다. 런던시가 암스테르담의 홍등가만큼 이 소호라는 구역 자체를 귀하게 여기지도 자부하지도 않는것 같았다. 낮이라 그런지 몹시 한산했던 그 거리를 뚫고 중고 음반 가게를 발견해서는 영화 의 사운드트랙과 오아시스의 콘서트 디비디를 샀더랬다. 그래서 나에게 소호는 오히려 그 가게 지하 깊숙한곳에서 스믈스믈 흘러나오던 오래된 먼지 냄새를 떠올리게 한다. 런던 최초의 스트립 클럽을 열고 최초의 포르노 잡지를 발간하며 부를 축적해 소호 구역에 수십개의 상점을 지..
파리의 아랍 월드 인스티튜트 다시 가고 싶은 파리. 2년전 여행에서는 충실한 관광객이 되어 모두가 바삐 들르는 관광 명소들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다시 여행한다면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여긴 가봐야겠지?' 와 같은 모종의 부담감을 털어내고 한결 간편한 게으름뱅이의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파리에서 우리가 머물었던 곳은 파리 5구에 위치한 작은 아파트였다.빌니우스에서 저가항공을 탔기에 우리는 파리 보베 공항으로 입국했고 공항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 타고 5구에 위치한 숙소까지 이동해야했다.보베 공항에서 공항 버스를 타면 라데팡스가 출발역인 1호선의 Porte Maillot 역까지 이동한다. 보베 공항에 가려면 그러니깐 이 역에서 공항 버스를 타면된다.그곳에서 우리가 지하철을 갈아 타야하는 1,5호선 Bastille 까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