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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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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프랭키와 쟈니 (Seoul_2017)집에서 가깝고 조용하고 해가 좋을때 가면 두시간이고 세시간이고 널찍한 곳에 빛이 쬐어 놀기 좋아 자주갔던 한국 예술 종합학교. 나만의 추억을 떠올리게했던 각양각색의 포스터들, 졸업 작품을 찍는 학생들, 학교 이름이 적힌 길고 긴 검은 패딩을 입고 삼삼오오 걸어다니던 학생들, 커피 믹스를 가져와서 학교 극장 정수기에서 커피를 타서 드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들, 교회 관련 전단지를 나눠주던 여인들, 잣나무, 새소리, 처음보다 짙어진듯한 느낌이 드는 콘크리트 건물들 등등등 많은 추억이 생겼다. 로버트 드니로와 알파치노에 관해 나눴던 짤막한 대화도 생각난다. 알파치노가 좀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그가 영화속에서 사랑했던 많은 여인들때문이리라. 대부의 마이클도 칼리토의 칼리토 ..
르코르뷔지에의 지중해 (Seoul_2017)르 코르뷔지에 전시장 맨 마지막 섹션에 그가 아내와 여생을 보낸 4평 남짓한 작은 통나무집이 실평수 그대로 재현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통나무집 창문 밖으로는 파도가 부서지는 지중해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문득 바다에는 끝과 시작이 있다고 여겨졌다. 흘러온 곳과 흘러가는곳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아니다. 그가 바라보았던 니스에서의 지중해와 내가 언젠가 반대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바라본 지중해는 한편으로는 접촉면적이 아주 넓은 바다의 끝과 시작이 아닐까 싶었다.
르코르뷔지에의 오픈핸드 (Seoul_2017)15년전 인도의 챤디가르에서 오픈 핸드를 보았을때의 느낌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보다 좀 더 이전에 서점 한 켠의 건축가의 도록속에서 그것을 처음 보았을때의 감동도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이렇게 만들고 이렇게 쓰고 그려서 표현할 수 있다는것에 대한 매료는 몹시 순간적이다. 오히려 무엇인가에 반하고 마음을 빼앗기는 현상의 근본에는 우리가 뭔가를 이토록 열렬히 좋아할 수 있음을 깨달았을때의 감동이 자리잡고 있는것 같다. 나는 내가 몇 페이지의 콘크리트 건물 그림을 보고 인도에 가서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그 자체에 충격을 받았다. 얼마 전 3호선 버터플라이ㅇ 콘서트가 끝난 후에 밤거리를 걷다가 옷가게에 걸려있던 르 코르뷔지에의 전시회 포..
합정의 야구연습장 (Seoul_2017)합정의 어느 골목 끝에 서서 고개를 들었을때 내 눈에 스르륵 다가와 담기던 풍경. 이번에 와서 아직 인사동에 가보지 않았는데 그래서 인사동 들어가는 입구에 있던 그 야구 연습장이 아직 있는지 모르겠다. 여행을 가면 첫째날이든 둘째날이든 조금 높은 곳에 올라가서 대략 가보고 싶은 곳, 걸어가보고 싶은 장소를 손가락으로 여기 그리고 저기 그러면서 찍어 보는 경우가 있다. 건물의 높낮이가 다채롭고 숨어있는 좁은 골목이 많은 서울 같은 곳에서는 굳이 어디에 올라가지 않고 아무곳에나 서있어도 불쑥 불쑥 솟아 있어서 저기 까지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끔 하는 곳들이 많다. 그런데 내가 정말 공간 감각이 없는건지 어쩔때엔 저만치쯤 있을거라 생각했던 건물은 이미 지나쳐왔고 생각지도 ..
홍콩이 남겨준 엽서들 (Hongkong_2016)대낮에 지나친 썰렁한 템플 스트리트 야시장에서 엽서 4장을 샀다. 문 닫은 가판대로 가득 찬 거리에서 엽서를 팔고 있던 여인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여행중에 엽서를 쓰는 시간은 나에게 텅 빈 시간이다. 모든 상황이 아주 적절하게 들어맞아 오직 내 기분좋은 의지로만 메꿀 수 있는 어떤 틈이 생기는 시간이 가끔 찾아온다. 그렇게 따지면 꼭 여행중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그 구멍이 커야 할 필요도 없다. 발견하고 채워넣을 수 있으면 된다. 적어온 주소를 향해 엽서 4장을 다 쓰고 나서 카페 근처에 엽서 파는곳이 있을까 싶어 뛰어나갔다. 신문 가판대 할아버지가 서점이 있다고 알려주셨다. 카페 주위를 한바퀴 돌아야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마음에 드는 엽서 5장을 손에 쥘 수 있..
홍콩의 방범셔터사이로 (Hongkong_2016)방범셔터속에 뜬눈으로 갇혀있는 동물 석상이 갑갑하겠다 불쌍하네 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지나가는 여자를 보며 웃고 있는 모습이 방범셔터에 걸린 거울에 비친것 같다 생각하자 웃음이 나왔다. 이날은 오후 11시무렵 귀가를 하는 와중에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폐지며 물건들을 주렁주렁 끌고 가는 나이든 여인이 아무 표정 변화도 없이 갑자기 아이의 얼굴을 손으로 쓰윽 훑고 지나갔다. 집으로 돌아가보니 열쇠가 없고 전화기도 배터리가 없고 위층으로 올라가는 남자에게 부탁해서 호스트에게 전화를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 직원이라는 사람이 가져온 열쇠 꾸러미 중에는 맞는 열쇠가 없고 다시 한 시간 정도가 지나서 디지털 도어락과 각종 연장을 든 홍콩 청년들이 도착했다. 맞는 열쇠없다는 핑계대고 도어락으로..
홍콩에서 함께 돌아온 몇가지 (Hongkong_2016)보내지 못한 엽서와 남은 우표, 영수증 더미, 치약, 어댑터. 가져가지 않았는데 생긴것, 남겨지지 않고 함께 온 것.
홍콩,셩완 어디쯤 (Hongkong_2016) 종이 지도는 아무 생각없이 걸어다니다 엉뚱한곳에서 헤매고 있을 경우 혹은 무작정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장소가 너무 좋아서 다시 오고 싶을 경우 나름 도움이 된다. 물론 헤매고 있을때에는 이미 지도밖을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고 좋아서 지도에 표시해 놓고 다시 찾아 간 곳은 처음만큼 좋지 않을때도 많다. 그런데 종이 지도를 들고다니며 흔히 하게 되는 실수는 축척을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걸었을때 생각보다 먼 거리를 아무 생각없이 걸어가게 되는것이다. 분명 이만큼쯤 왔겠지 하고 지도를 보면 이미 너무 많이 걸어나가서 되돌아 와야할때가 종종 있다. 홍콩 센트럴의 마천루 뒤쪽으로 길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데보로드를 멀뚱멀뚱 걷다 생각보다 너무 멀리 가버려 되돌아와 들어선 셩완 지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