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92) 썸네일형 리스트형 서울사람들이 버리는 물건 서울에서 내가 살 던 동네는 재개발을 앞두고 있어서 많은 주민들이 이미 이사를 가고 난 후였다. 그들이 버리고 간 물건들은 대부분 가져가기에는 너무 무겁고 오래 된 가구였고 그리고 의외로 밥상이 많았다. 밥상은 내가 몹시 가져오고 싶은 물건인데. 들어서 옮길 수 있는 식탁이라니. 밥상은 별로 무겁지도 않은데 왜 버리고 가는 것일까. 어른의 기준 어릴때 큰 고모댁에 가면 안방에 고모부 곁에 항상 있던 목침. 저렇게 딱딱한 것을 베고 테레비를 봐도 아프지 않으면 어른인가보다 생각했던 어린 시절. 오래 사용했는지 적절하게 패여진 목침이 언제나 그렇듯 버려진 밥상과 함께였다. 드레스덴의 숨겨진 돔 이렇게나 뻔하게 모습을 드러내 놓고 있는데 숨겨져 있다는 표현이 우습지만 어쨌든 이렇게 건물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돔을 보면 이미 어두워진 어떤 저녁 극적으로 내 눈 앞에 나타났던 피렌체의 두오모가 중첩된다. 피렌체에서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준세이가 드나들던 화방을 찾겠다고 두오모에서 뻗어 나오는 숱한 거리들을 상점 하나하나를 확인하며 걷고 또 걸었다. 드레스덴이 한때 북방의 피렌체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세계대전의 피해가 컸었던 것인지 짧은 시간 머물렀었기 때문인지 고색창연한 바로크 도시의 느낌은 그다지 받지 못했다. 휴일의 드레스덴은 오히려 조금 요양 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세상의 그 어떤 똑똑한 건축 자재도 도시의 영혼까지 복원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도 이 위치에 서서 피렌체를 떠올렸던 것만으로도.. 양양 큰아버지네 집 마당에서 참 자주 사용하는 표현 중에. 자주 못 만난다. 자주 못 간다. 그런 표현들. 그런데 내가 경험할 수 있는 횟수가 어렴풋이 이미 정해져 있는듯 보이는 그런 상황들이 있다. 김치를 담그지는 않지만 이를 테면 김장 같은 것. 여권 갱신 횟수 따위들. 한국에 가는 일 같은 것. 그런것들을 떠올리고 있으면 자주 라는 단어는 힘을 잃는다. 모든 것이 이미 내 인생 속에서의 정해진 횟수 중의 한 번 이라는 이미 고정된 찰나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미 벌어진 기억에 더해지는 한 번이 아닌 뺄셈으로 사라지는 한 번의 뉘앙스가 때로는 마음을 움츠리게 한다. 시골 큰 집의 장독대는 이번에도 다른 색이었다. 그것도 내가 많이 좋아하는 색. 여름이면 피서객들이 드나들 곤 하는 집안 구석구석을 항상 열심히 칠하고 돌보시.. 헬싱키에서 새해 맞이 Helsinki_2019 헬싱키의 하늘 아래에서 주어진 23시간. 공항을 빠져 나와서 다시 돌아가는 순간까지 온전히 어두웠고 그 어둠은 일견 비슷했겠지만 새벽을 파헤치고 나와 마주한 낯선곳의 어둠은 조금은 다른것이라고 생각했다. 밤의 적막속에서 스스로에 전율했을 신년의 어둠이 교회를 가두고 있던 축축한 암석 속으로 발 아래의 검은 아스팔트 속으로 창밖으로 새어나오던 따스한 크리스마스 조명 속으로 조금씩 스며들고 있던 것이라고. 낮잠자는 몽마르뜨 Paris_2013'아주 오래 전' 이라는 말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쓸 수 있는 말일까. 5년,10년 혹은 20년 전, 어쩌면 일주일 전, 하루 전, 한 시간 전. 똑딱똑딱 흘러가는 시간이 눈에 보일 정도로 간절할때, 단지 이미 지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없었던 것 처럼 느껴지는 어떤 순간들을 위한 말일 것이다. 헬싱키의 마파두부 Helsinki_2006 그 시기 여행에서는 스마트 폰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디지털 카메라가 있긴 했어도 그다지 많은 사진을 남겨오지 않았는데 나름 시시콜콜한 몇 장의 사진을 마주하고 있자니 사진과 사진 사이의 기록되지 않은 순간들까지 속속들이 떠오르며 긴 회상에 잠기게 된다. 새벽에 호스텔에 들어서서 도미토리의 침대를 할당 받자마자 길고 달콤한 잠에 빠져 들었다. 허허벌판 16인실 도미토리에는 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둠속을 파헤치고 부스럭거리며 들어가는 소리에 몸을 뒤척이며 반응하는 다른이가 없다는 것은 일인용 침실문을 스스로 열고 들어가는 안락함과는 다른 종류의 쾌감이 있다. 문을 열자마자 탁자에 내동댕이쳐지는 열쇠가 뿜어내는 짤랑거림에 누군가를 깨울까 싶어 움츠러들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만끽 .. 헬싱키의 첫 새벽 Helsinki_2006 3주간의 러시아 여행을 끝내고 뻬쩨르부르그에서 야간 버스를 타고 도착한 헬싱키. 나로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육로로 국경을 넘는 꽤나 의미있는 여행이었다. 경험해보지 못한 긴장감을 반영하듯 컴컴한 야간 버스 안에서 버스가 전복되는 악몽을 꾸었다. 뻬쩨르에서 헬싱키로의 여정은 지갑 속의 루블과 카페이카를 탈탈 털어내고 빳빳한 유로를 채워 넣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제 리투아니아에도 유로가 도입된지 3년째 접어들어 마치 오래 전 부터 써왔던 화폐처럼 익숙하지만 한때 유로는 참으로 생소하고도 멀게만 느껴지던 비싼 돈의 이미지로 가득했다. 게다가 유럽이라는 울타리 속의 첫 도시가, 북유럽이라니. (후에 코펜하겐이나 베르겐을 하루 이틀 여행하면서 헬싱키의 물가는 참으로 관대했구나 깨달.. 이전 1 2 3 4 5 6 7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