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93) 썸네일형 리스트형 바르샤바의 커피 지브롤터 바르샤바 가기 전에 카페 검색 했을 때 이름 때문에 기억에 남았던 유일한 카페였는데 공교롭게도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동네 카페여서 두 번을 갔다. Stor라는 이 카페는 아마 스톨리치나야 보드카 때문에 혹은 저장의 어감 때문에 혹은 뚱뚱하다는 리투아니아 형용사 Storas의 느낌이 혼존하여 뭔가 동글동글 귀엽게 취한 듯한 인상이 있었다. 실제 카페는 여러모로 익숙했다. 빌니우스였어도 베를린이었어도 서울이었어도 자연스러웠을거다. 방문객들은 저마다의 바지통 넓이로 경쟁하고 쉬프트 알트 한 방으로 언어 변환을 하듯 이 언어에서 저 언어로 정신없이 옮겨 다녔다. 주말이여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이 카페에는 보통의 마키아또나 코르타도가 적혀 있어야 할 자리에 지브롤터라는 메뉴가 뾰족한 바위산처럼 자리 잡고 있.. Praha 몇 컷. 여행 중이신 이웃님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13년 전 프라하 사진첩을 뒤져보았다. 프라하는 사진들이 실수로 다른 폴더에 들어가 있는 건지 다녀온 곳 중 독보적으로 사진이 적다. 찍은 사진들은 충동적으로 입장한 어린이 대공원에서 일회용 카메라를 사서 친구들이랑 마구 찍은 듯한 느낌이다. 이집트 여행 때부터 많은 추억을 남겨주고 비로소 액정이 나간 쿨픽스를 다루는 게 좀 귀찮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온전한 사진 몇 장이 있어서 올려본다. 바르샤바에서 밤기차를 타고 새벽에 도착해서 며칠 그저 걷다가 갑자기 예정에도 없던 베를린행 기차표를 사서 허겁지겁 떠났던 프라하. 아침이라고 하기에도 좀 이른 시간이었어서 사람이 정말 없었다. 주말이었을까. 지금이라면 여기저기 세워져 있을 전동 킥보드를 하나 집어타고 장.. 바르샤바에서 술 한 잔 피에로기에 진심인 폴란드에서 그 진심의 극치를 보여줬던 바르샤바의 어떤 식당. 폴란드어로는 Pierogi라고 하는데 러시아 만두 뻴메니와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바르샤바의 어디에서든 Pierogarnia 간판을 볼수 있었다. 삐에로기 이외의 요기거리도 팔지만 어쨌든 삐에로기에 장소 접미사 arnia를 붙인 삐에로기가 주인공인 식당들이다. 이 식당의 종업원들은 알록달록 만두가 그려진 앞치마를 입고 있었고 벽에는 흡사 데이빗린치의 블루벨벳에 나오는 잘린 귀 같은 만두 장식이 붙어 있어서 그 귀를 잡고 암벽등반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날씨가 좀 추웠었나. 지나가다가 얼핏 봤는데 비좁은 공간에 손님들이 옹기종기 가득 앉아있는 것이 너무나 아늑해 보여 나중에 가야지 찜해놓고 더 걷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들어.. 바르샤바의 코페르니쿠스 도시 속의 조각들, 동상들을 좋아한다. 빌니우스 구시가에 특히나 조형물들이 많아서 으례 익숙해진 것인지 어딜 가도 늘 몇 개는 지나치게 되는 그런 것들이 사람들에게 추억의 좌표처럼 남는 것이 좀 감동적이라고 해야 할까. 간혹 이념 문제로 없어지고 옮겨지고 하는 것들도 종종 있지만 그 주위를 지나치고 약속을 잡고 걸터앉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책을 읽던 누군가의 기억은 강제로 끌어내 박멸하기 힘든 것들이다. 바르샤바에서 지냈던 숙소 근처에 코페르니쿠스 동상이 있었다. 코페르니쿠스는 쇼팽과 함께 바르샤바의 수퍼스타였다. 바르샤바에서 아침에 집을 나설때도 온종일 신나게 걷다가 밤이 되어 집으로 돌아갈 때에도 며칠간 매일 마주쳤던 코페르니쿠스. 건물에 비친 뒷모습에서 오히려 더 생동감이 느껴진다. 근데 처음엔 코.. 2022년 가을 바르샤바의 마지막 커피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맹신하며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꽤나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편이라 마지막을 한정하는 말들은 최대한 세부적으로 소심하게 좁혀 쓴다. 터미널 근처에 와서 밤차를 탈 때까지 코스타 커피에서 시간을 보냈다. 혼자서 서둘 곳이라곤 없으니 역시 오래 앉아 있어도 자리가 불편하지 않은 이런 대형 카페에 머물게 된다. 며칠 전 바르샤바에 아침 6시에 도착해서 중앙 역을 향해 걸어갈 때 처음 봤던 카페였지만 그래도 다소의 추억이 남아 있을 중앙역까지 가서 아침 커피를 마시자는 생각에 카페인의 유혹을 뿌리치고 내 갈길을 갔었다. 이렇게 '다음에 오면 되니깐 우선 딴 데부터 가자' 하고 안 가는 경우 아예 갈 기회를 놓쳐버릴 때가 있는데 8차선 도로를 건너기 싫었던 게으름 덕분에 계획대로 오게 되었다. 앉.. 바르샤바의 타투 스튜디오 친구를 베를린행 기차에 태워 보내고 중앙역에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불과 며칠 전에 걸어왔던 길의 오른쪽 풍경이 왼쪽 풍경이 되자 그때는 보이지 않던 또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아직 끝나지 않은 여행의 감흥을 애원하듯 붙들고 계속 직진한다. 8차선 도로를 쭈욱 걸어가고 있자니 가끔 방문했던 거대 식물원 가는 길의 춥고 공기 나쁜 하얼빈 생각도 나고 цум 백화점이 있던 모스크바의 어떤 큰 대로도 생각이 났다. 이제 나에게 이런 광활한 도로는 한없이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그 단조로움의 대열들이 수타면 장인이 한없이 늘리는 면 반죽과 같았으니 처음엔 어안이 벙벙하다가 좀 지나면 그 조차도 익숙해져서 종국엔 그저 펄펄 끓는 빨간 국물 속의 쫀득한 면만을 기대하게 한다. 아침으로 우육면을 먹어서였.. 바르샤바의 피아노 연주회 바르샤바에는 소규모 쇼팽 연주회가 많단다. 친구가 예약을 해서 우리도 갔다. 10명 남짓한 관객에게 폴란드 전통 술도 제공된다. 금요일 저녁이었다. 바르샤바의 올드타운은 북적북적했지만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늘상 금요일은 다른 약속을 안 잡고 이곳와서 피아노 연주를 듣는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쇼팽 연주회니 연주곡이 무엇일까 참 궁금했었는데 마주르카 전곡을 쳤다. 연주자가 마주르카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을 하더니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어떤 영화들 보면 좀 어리숙하고 수줍은 이웃이 '나 공연하니깐 보러 올래..?' 해서 가보면 아방가르드 연극을 하고 있다던가 하는 그런 장면들이 있다. 이 작고 소박한 쇼팽 공연에서 약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아랫집에 사는 레이첼 와이즈 같은 풍성한 머리 카락을 가.. 창 밖으로 바르샤바 풍경 바르샤바 여행은 대사관 방문과 친구 만나기가 주목적이었다. 그냥 여기저기 걸어 다니다 눈에 띄는 카페를 많이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생각만큼 다양한 카페에 가진 않았다. 위가 줄어들었는지 남이 해주는 음식을 먹으며 하릴없이 지내는 며칠간 배가 항상 불렀는지 커피 생각도 디저트 생각도 잘 안 났다. 저녁 먹고 카페에 가서는 커피 생각도 안나서 허브차를 마시곤 했다. 바르샤바로 떠나기 전에 딱 한번 카페 검색을 했는데 stor라는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스톨리츼나야라는 보드카 브랜드의 stoli 로고가 계속 떠올라서 뭔가 stolichnaya와 store를 결합하며 술 저장고 같은 어감이 있었던 카페. 이름에 관한 몇 번의 농담을 하고 그렇게 잊혀졌다. 몇년 만에 오후 1시까지 질퍽하게 늦잠을.. 이전 1 2 3 4 5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