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92)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문동 분식집 지나치며 Seoul_2017 집에 가는 길에 떡볶기 집이 있었다. 그런데 이 떡볶기 집은 보통의 그것과는 좀 달랐다. 가게속에 딱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것도 아니었고 반년간 거의 매일 지나다녔지만 떡볶이를 먹는 사람을 본적이 없는데도 넙적한 팬에는 항상 요리된 떡볶이가 있었고 그 떡볶이라는것도 표면이 거의 바짝말라있고 팬 한구석에는 잘게 썰어진 양배추가 가득했다. 양배추에서 물이 나와서 오래된 떡볶이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듯이 양배추는 항상 싱싱해보였다. 지하철역의 철길을 지나와서 집까지 쭉 이어지는 길에서 가장 늦게까지 불이 켜져있는곳도 이곳이었다. 딱 한번 퇴근중인것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서 라면을 먹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이 분식집 주인 아주머니는 떡볶이 만드는 일 외에도 항상 분주하셨다. 커피 자.. 버스밖의 서울 드레스덴의 토마스 제퍼슨 베를린에서든 드레스덴에서든 이런 시커먼 동상을 보면 친구와 항상 반복된 농담을 하고 웃곤 했다. "토머스 제퍼슨 아니야? 왜 여기있어?' 토머스 제퍼슨을 잘 알지도 못하지만 왠지 뭔가 법원이나 국회의사당 같은곳앞에 서있는 토마스 제퍼슨 같은 사람의 느낌이 있었다. 토머스 제퍼슨의 환상을 깨지 않기위해 일부러라도 누구인지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하지 않았다. 드레스덴의 보위와 로스코 베를린에서 드레스덴으로 연두색 플릭스 버스를 타고 나와 함께 이동하여 다시 프라하로 그리고 한국으로 토끼님 손을 잡고 돌아간 이 친구들. 내 품을 떠나기 직전에 토끼님의 주스 옆에서 자비롭게 포즈를 취해주었다. 이들은 유태인 뮤지엄에 갔을때 산 로스코 엽서와 드레스덴 가기 바로 전날 패브릭 마켓에서 가까스로 만난 데이빗 보위가 프린트된 타일이다. 유태인 뮤지엄 기프트 샵에 로스코 엽서가 여러 종류 있었지만 이 한 작품만 집어온 이유는 파리 지하철역에서 발견한 단 한 장의 로스코 엽서처럼 이번 베를린 여행에서도 한 장만 데려가는 원칙을 고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색감의 로스코 그림은 사실 본적이 없기도했고 이미 그때부터 토끼님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던것인지 똑같은 엽서를 두.. 드레스덴에서 친구 만나기, 에벨과 엘베 베를린과 커피. 나로 하여금 수십잔의 커피를 마시게 한 도시. 당분간은 다른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대신 이곳에만 자주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곳. 그곳에 갈때마다 빠뜨리지 않고 찾아가고 싶은,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는듯한 정말 마음에 드는 나만의 카페를 나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곳.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난 누군가가 몹시 소중하게 여기는 그런 카페에서 손수 고른 예쁜 에스프레소 잔과 커피콩과 엽서를 선물받았다. 베를린도 아닌 드레스덴에서 가슴이 따뜻해졌던 유쾌한 만남이 있었다. 이 정열적이고도 몽환적인 커피잔은 프라하의 에벨이라는 카페문을 나서서 똑같은 이름이 적힌 종이 가방에 담겨져 노란 꿀벌 버스를 타고 나에게로 왔다. 꿀벌이 날라다 준 커피. 어찌 달콤하지 않을 수 있을까. 조만.. 가장 많이 갔던 곳, 종각 (Seoul_2017) 서울에 사는동안 가장 많이 내렸던 지하철역은 1호선 종각역이다. 처음에는 주로 역에서 연결된 서점에 가기 위해서였지만 그 후에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 그리고 학원을 다닌다거나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의 여러가지 목적들이 추가되었다. 아주 이른 새벽의 종각도 늦은 밤의 현란한 종각도 평일 오전의 한산했던 종각도 어제일처럼 생생하다. 이번에 와서도 가장 많이 내리게 된 지하철역은 종각역이었다. 주요 장소로의 접근성이 좋아서 유모차때문에 환승을 최소화 하고 싶었던 우리에게 내려서 걷기 가장 좋은 역이었다. 어느틈으로 파고들어도 마치 일부러 찾아온듯한 느낌을 주는 장소들이 많아 별다른 목적지 없이 걸어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예전 같으면 한 정거장씩이라도 갈아타서 가던 장소들을 이번엔 거의.. 르코르뷔지에의 작은 집 (Seoul_2017)약수동의 The 3rd place 라는 전시공간 옆에 있던 또 다른 공간. 비교적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꼬레아트라는 곳 바로 건너편에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와서 보고 듣고 기억에 남겨지는 많은것들이 계속해서 이어지며 이야기를 만들고 또 만들어낸다는 생각이 들어 이 집을 봤을때 그냥 기뻤다. 많은 경험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파편이 되어 흩어져 자취를 감추지만 비슷한 놈들을 만나면 자석에 빨려들어가는 쇳가루처럼 달러붙어 존재를 과시하기 마련이다. 작은 집 Une Petite Maison 은 르 코르뷔지에가 쓴 동명의 책이기도 한데 그가 남긴 많은 건축 저서와 비교하면 몹시 얇고도 짧고 소박한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그의 여행기 동방여행처럼 두고두고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 서울의 단단한 겨울 (Seoul_2017) 한국의 겨울은 단지 가을보다 좀 춥고 여름보다 좀 많이 추운 상대적인 추위일뿐 추위 자체가 절대적인 혹독함이나 공포는 더 이상 지니지 않는듯하다. 하지만 겨울 그 자체만 놓고보면 더 춥고 덜 추운 날은 엄연히 존재하고 어제보다 더 추운 오늘을 지나온다면 오늘보다는 따뜻할지모르는 내일을 상상하며 겨울은 항상 그렇게 절대적인 틀속에 진행되는것 같다. 이번 겨울의 추위 중 딱 하나의 추위를 회상하라고 한다면 버티고개역의 기나긴 에스컬레이터 굴을 뚫고 나와서 올랐던 가파른 약수동 꼭대기 위의 전시 공간일거다. 석유 한통을 다 들이부었지만 이 공간은 애초에 물리적으로 따뜻하게 데울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발굴된듯한 시멘트 집터 속에는 추위에 관한 농담들과 시시콜콜한 계획과.. 이전 1 ··· 3 4 5 6 7 8 9 ···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