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93) 썸네일형 리스트형 홍콩,셩완 어디쯤 (Hongkong_2016) 종이 지도는 아무 생각없이 걸어다니다 엉뚱한곳에서 헤매고 있을 경우 혹은 무작정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장소가 너무 좋아서 다시 오고 싶을 경우 나름 도움이 된다. 물론 헤매고 있을때에는 이미 지도밖을 벗어나 있는 경우가 많고 좋아서 지도에 표시해 놓고 다시 찾아 간 곳은 처음만큼 좋지 않을때도 많다. 그런데 종이 지도를 들고다니며 흔히 하게 되는 실수는 축척을 파악하지 않고 무작정 걸었을때 생각보다 먼 거리를 아무 생각없이 걸어가게 되는것이다. 분명 이만큼쯤 왔겠지 하고 지도를 보면 이미 너무 많이 걸어나가서 되돌아 와야할때가 종종 있다. 홍콩 센트럴의 마천루 뒤쪽으로 길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데보로드를 멀뚱멀뚱 걷다 생각보다 너무 멀리 가버려 되돌아와 들어선 셩완 지구의.. 몽콕의 아침 (Hongkong_2016)홍콩에서 우리가 지냈던곳은 몽콕에 위치한 전형적인 홍콩의 아파트였다. 사실 난 에서 금발의 임청하가 권총을 들고 뛰어다니는 청킹 맨션 같은 곳에 숙소를 얻길 원했지만 그곳은 이미 리모델링이 되고 난 후였다. 에어비앤비의 우리 호스트는 집을 다녀간 게스트들이 실망의 리뷰를 남길것을 우려해서인지 이것이 아주 아주 전형적인 극소형의 홍콩의 주택이라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홍콩의 번화가 중에서도 현저히 높은 인구밀도를 지녔다는 몽콕은 왕가위의 영화 의 원제에 들어가는 지명이기도 하고 6층 이상이 넘어가지만 승강기가 없는 오래된 건물들과 그 건물들이 뱉어내는 치열한 숨소리가 거리 깊숙히 묻어나는 동네였다. 실제로 많은 건물들이 자신의 음습한 뒷골목을 지녔고 나는 혹.. 란콰이퐁 한켠에서 홍콩, 1929 홍콩은 나에게 왕정문이 부르는 크랜베리스의 노래 그리고 2평도 안되었던 몽콕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지냈던 1주일간의 기억만으로도 영원한 가치이다. 동대문 (Seoul_2016)동대문 역에 자주 내렸지만 보통은 대학로나 명동 충무로역이 있는 지하철 4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서였다. 동대문 역에 내려 바깥으로 빠져나와서 주로 갔던 곳이라면 청계천 고가 도로 아래의 비디오 가게들이었다. 어릴적 티비에서 방영되던 방화 속의 가난한 남자 주인공이 청자켓을 어깨에 걸치고 길거리의 돌멩이를 발로 차며 터벅터벅 걸어나올것 같은 분위기의 거리에서 고무줄만 파는 가게, 타월만 파는 가게들을 지나치고 나면 나타나던 곳, 손가락 끝이 시커멓게 되도록 뒤지고 뒤져서 하나씩 찾아내던 비디오들은 유명하지도 멋있지도 특별히 좋은 영화도 아니었지만 왠지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는 절대 찾아낼 수 없을것 같은 영화들이었고 혹시라도 영화 잡지에 숨은 명작이나 B급 호러 명작코너에서 소개될지.. 서울의 오래된 서점 (Seoul_2016)내가 살던 동네에는 오래된 헌책방이 하나 있다. 오랜만에 갔는데 예상했던대로 여전히 같은 위치에서 같은 모습으로 책방을 지키고 계시는 주인 아주머니. 책에 관해 여쭤보면 겸연쩍게 웃으시며 '아들들이 아는데...' 하시곤 하셨다. 도서 검색이 가능한 컴퓨터가 있다고 해도 이런 동네 헌책방은 불규칙하게 수집된 우연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곳 어딘가엔 내가 싸들고 와서 무심하게 팔아버린 책들도 있겠지. 책방을 누비다 충동적으로 골라 집은 책 첫 페이지에 책 주인이 고심해서 적어 놓은 글귀를 보니 누가보면 피식 웃어버릴지 모르는 유치한 문구라도 책에 적어 놓는 습관이 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주인을 찾으면 찾는대로 아직 책방에 남아있다면 그런대로 자신에게 적혀진 글귀에 .. 베르겐 사람들 (Bergen_2014) 축축하고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던 베르겐에서 눅눅해진 장판같은 양복을 입고 맨발로 앉아 있던 사람. 그 뒤로는 겹겹히 껴입어 둥글게 부풀어 오른 옷 아래로 가지런히 발을 내밀고 앉아 있던 짙고 검은 이목구비의 여인. 허물어진 경계속의 두개의 피사체. 무엇에 촛점을 두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과 무게는 달라진다. 다른 종류의 자존심을 거느리고 있을뿐이다. 서울역 (서울_2011)5년전에 부산에 지스타 게임 박람회 가던 날 아침. 새벽에 서울역가는 버스를 잘못타는 바람에 기차를 놓칠 뻔했다. 세상 어디에 이토록 밤에 관대한 도시가 있을까. 의 배경이 서울이라면 로버트 드니로의 트래비스 역을 한국 배우중 누가 하면 좋을까 생각해본다. 신하균 혹은 유오성..조금은 쌀쌀했던 11월의 이 새벽 역사도 왠지 포근해 보인다. 토스트 냄새가 나는것 같다. 이전 1 ··· 5 6 7 8 9 10 11 1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