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휴가 (907) 썸네일형 리스트형 Vilnius 149_개와의 산책 '개를 산책시켜드립니다.', '당신의 개와 산책하고 싶습니다.'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솔깃해지는 일은 알고 보면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부다페스트행 야간열차 우크라이나를 떠나 부다페스트를 향하는 기차 안. 아마 부다페스트에 도착할 무렵 아침에 일어나서 이 사진을 찍었을거다. 야간열차였고 승객이 없어서 큰 침대칸을 혼자서 썼다. 오래전에 이 여행을 계획했을 때에는 뻬쩨르부르그의 비텝스키 역에서 출발하는 40시간이 넘게 걸리는 부다페스트행 기차를 타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왠지 굳이 그 두 도시를 연결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뻬쩨르에서 헬싱키로 올라가 이곳저곳을 거쳐서 거의 3주가 지나서야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마 이 기차는 뻬쩨르에서 출발하는 동일한 기차였을지도 모르겠다. 15년이 지나고 나니 그 기차여행에서 생각나는 것은 새벽에 잠에 깨서 표검사를 받던 순간의 몽롱한 느낌뿐이다. Vilnius 148_빌니우스의 잭 우편함 위에 있으니 왠지 '포스트맨은 종을 두번 울린다' 인가 그 영화가 더 생각나지만 명백히 샤이닝의 잭 니콜슨이겠지. 자주 지나다니는 거리이지만 밤에 지나칠 일이 없어서 다행이다. 눈이라도 뒤덮혀있으면 뒷걸음질 칠 것 같다. 배우 배두나가 나온다고하여 아이 엠 히어 라는 프랑스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온갖 동물 박제로 가득한 레스토랑에서 프랑스인 레스토랑 주인이 직원에게 물어본다. '샤이닝이란 영화 아니?'. '아,그 영화요 알것 같아요. 로맨스 영화죠? 실비아 로베르츠 나오는'. '아니, 로맨스랑은 정반대 영화지.' '로맨스랑 반대인 영화가 어떤건데요? '그러니깐 이런 멧돼지 머리나 이런 시커먼 그림 같은거 이런거 이게 로맨스랑 반대지.' 어떤 영화들 2 기대를 많이 하고 보았다. 프랜시스 맥도먼드를 좋아하고 '인투 더 와일드'나 '와일드' 같은 느낌의 영화를 좋아해서 분명 접점이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분명 보는 동안 재미있었고 촬영도 음악도 아름다웠고 뭉클해서 눈물이 나오는 부분도 있었는데 뭔가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든다. 이 영화를 보고 어떤 생각에 잠겨야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강요받은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다시 한번 강하고 자주적인 캐릭터를 창조하고 싶었던 프랜시스 맥도만드의 개인적 욕심 같은 것도 느껴졌다. '파고'도 너무 좋아하고 '쓰리 빌보드'에서의 연기는 정말 너무 멋있었지만 이 영화에서는 어떤 캐릭터이길 원하는지가 너무 분명히 보인다. 그런데 개척자적 느낌을 주기에는 좀 덜 억척스러웠고, 자유롭고 거침없고 싶었지만 뭔가 .. Vilmius 147_지금은 근무중 5 햇볕 아래에 앉아 있으면 따사롭다. 몇 달간 잔뜩 움츠리고 있던 어깨와 가슴을 한번 쫙 펴보게 하는 2월의 햇살. 겨울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런 시기에 잠깐 쉬어갈 수 있다. 고드름과도 작별하는 시간이다. 몇 날 며칠을 얼어있느라 찌뿌둥하고 뻐근했을 아이들이 오전 햇살에 노글노글해져 뚝 떨어져서는 본인도 행인도 화들짝 놀라는 형상이랄까. 물론 보통은 고드름 처리반이 나타나서 미리 제거해준다. 위에서 떨어지는 고드름을 신경 쓰다 오히려 발아래에서 녹는 눈에 미끄러지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Vilnius 146_지난 주의 놀이터 쓰고 있는 언어들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이 아이는 뭐라고 불러야 하지? 태어나서 한 번도 입 밖으로 내뱉어본 적 없는 한국어 단어들도 수두룩할거라 생각하면 가끔 어떤 사물들은 반 정도만 존재하는 것 같다. Vilnius 145_처음 듣는 소리 이 공을 눈 위에서 차면 정말 신기한 소리가 들린다. 어떤 소린지 표현하기가 애매해서 기억해낼라고 하면 잘 기억이 안 나므로 다시 한번 차보게끔 하는 그런 소리이다. Vilnius 144_새의 물 겨울이 되니 못 보던 예쁜 새들이 많이 날아다닌다. 지천에 눈인데 새들은 눈으로는 목을 축이지 못하는가 보다. 볕이 오래 머무르는 지점에 누군가가 새 모이 근처에 매달아 놓았다. 이전 1 ··· 26 27 28 29 30 31 32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