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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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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크럼블 실수로 반죽에 설탕을 안넣어서 의도치 않게 매우 건강한 맛의 사과 크럼블이 되었다. 반죽이 잘 안 뭉쳐져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하며 구웠다. 원래 뭘 잘 모르면 의심조차 안 하는 법이니. 하지만 조린 사과가 커버해줬고 커피는 늘 그렇듯 엉성한 모든 것을 응원했다.
명절의 커피 이것을 커피와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상상하며 열심히 요리하는 와중에 홀짝이는 커피는 정말 그 음식과 함께 먹는 커피만큼 맛있다. 어쩌면 더 맛있는지도 모르겠다. 뒤늦게 회상하는 크리스마스, 호떡 반죽이랑 너무 비슷해서 몇개는 설탕을 넣어야겠다 생각하다 무심코 반죽을 다 써버린 빵.
Vilnius 141_1월은 라디에이터 온도가 한없이 높아져서 손을 오래 대고 있으면 데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밖을 걷다 보면 속눈썹에 얼음 결정이 맺혀 깜빡깜빡할 때마다 내가 오늘 세수를 안 해서 아직 눈곱이 붙어 있나 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런 강추위도 한여름 무더위도 길게 지속되지는 않는다.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텅 빈 거리에서 이쪽과 저쪽 길 중 어느쪽으로 갈까 한참 고민했다. 어느 거리의 빵집에 들러서 빵을 사가야 조금 덜 춥게 빨리 갈 수 있을까 고민했기 때문이다. 몇 달 간 고향에 내려가 있던 친구가 다시 빌니우스에 돌아와서 장기 임대할 집을 찾는 동안 짧게 머물게 될 집에 놀러 갔다 왔다. 원래는 여행자들이 머무르는 에어비앤비 숙소인데 지금은 현지인들이 살고 있다고한다. 창 밖 오른..
Vilnius 140_12월13일 새들도 트리 장식하느라 분주한 모양이지.
Vilnius 139_2020년 12월 12일 며칠 전 도서관을 나오는데 장갑 한 짝이 없어져서 몇 번을 찾다가 결국 못 찾고 돌아왔는데 장갑을 찾았다고 전화를 해주셔서 주말에 찾으러 다녀왔다. 가는 길에 도서관 앞의 작은 빵집에서 달님이라는 이름의 쿠키 200그램을 사서 들고 갔다. 원체 가볍고 잘 부서지는 쿠키라 생각보다 양이 많아 쿠키 하나가 봉지를 삐집고 나오길래 이곳에 서서 트리 감상을 하며 하나를 맛보았다. 장갑을 전해주신 할머니의 탁자 옆에는 방금 막 물을 부은 아직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커피가 놓여 있었다. 연말까지 올 일이 없을 것 같아 크리스마스 인사와 새해 인사를 몰아서 하고 돌아왔다.
Vilnius 138_2020년 12월 10일 해야 할 일들을 줄 세우고 나면 머릿속에 자연스레 구시가의 지도가 펼쳐지고 결국 동네 한 바퀴를 돌게 된다. 돌려줘야 할 빈 병. 반납해야 할 책들. 수거함에 넣을 작아진 옷들이 가득 담긴 천 가방을 바리바리 어깨에 끼우고 집을 나서서는 완전히 텅 빈 상태로 혹은 다시 뭔가로 채워진 상태가 되어서 인기척 없는 거리의 왠지 좀 부풀어 오른 듯한 포석들을 꾹꾹 눌러 밟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물론 마냥 서두르지 않고 걷기에는 살갑지 않은 날씨가 되었다. 여름에 좀 더 큰 원을 그리며 걸었다면 그 원의 지름이 반 정도 줄어든 것이다.
Vilnius 137_어제의 빌니우스 지난주 입고 다니던 옷과 신발이 이번 주는 춥다. 집안으로 햇살이 파고들면 커튼이 열리듯 마음이 확장되는 것처럼 거리도 그렇다. 왠지 가보지 않은 길처럼 낯설기도 하고 비로소 저 빛을 건너야만 내가 알던 그 인생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인적이 드문 거리의 12월 오후 햇살에서 5월의 아주 이른 아침 햇살을 떠올렸다. 나는 어느 순간에 12월의 어제를 떠올릴 수 있을까. 내가 밟고 지나온 햇살을 다 기억할 수 없을 것 같아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다 남겨두고 가는 것들.
Vilnius 136_꽃가게와 카페 항상 주차된 차들로 가득한 놀이터 근처 거리. 저 끝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을 좋아하는데 왠일로 차가 없어서 사진을 찍어 왔더니 아니나다를까 조금 얼굴을 내밀고 있는 누군가의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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