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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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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th (2015) 끊임없이 쏟아지는 영화, 새로운 시즌이 시작된 몇몇 티비 시리즈들. 봐야 할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너무나 많다. 영화를 보는 그 자체가 정말 아름다운 행위이지만 영화의 장면 장면에서 많은 다른 작품들과 이미지들을 떠올리고 내 개인의 경험과 감상들을 뒤섞어 추억에 젖어들때 행복함을 느낀다. 때로는 영화가 전달 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정작 놓쳐버리고 개인적인 감상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많지만 내가 보는 영화들이 내 사전속의 내 개인적인 언어이고 내 사진첩속에 남겨지는 개인적인 추억일뿐이라 생각하며 결국은 타협하고 만다. 포스터속의 하비 케이틀의 표정과 레이첼 와이즈의 이름을 보고 덥석 찾아서 본 영화.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분위기의 영화이지만 영화의 전개 방식과 배경은 내 생각보다 세련되고 신선했고 출연진을 보..
India 05_Chandigarh 14년전 오늘의 여행. 여행 루트의 편의상 북인도의 여러 도시에 들렀지만 내가 꼭 가야겠다 계획했던 도시는 단 두곳이었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를 맡은 챤디가르와 네팔과 티벳에서 멀지 않은 다르질링. 홍콩에서 환승을 하며 또래의 한국 친구들을 만나 얼마간 동행했지만 챤디가르에 가겠다는 친구들은 없었다. 사실 챤디가르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여행하는 인도의 도시들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현대적이었고 자로 잰든 명확하고 반듯했으며 사람에 빗대어 묘사하자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차갑고 깐깐한 느낌의 도시였다. 다르질링에서 챤디가르로 바로 가는 기차가 없어서 엉겁결에 머물게 된 알라하바드에서 열 시간이 넘는 밤기차를 타고 도착한 챤디가르.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여과없이 스며들어 침낭을 꺼내야 하나 ..
India 04_ Darjeeling 아마도 14년 전 오늘 이 경기장을 오르락 내리락 한 후에 뜨끈한 모모를 먹으러 갔더랬다. 해발 약 2000미터에 위치한 다르질링인지라 경사진 관중석을 만들기위한 특별한 건축 공법이 필요없다. 그냥 산을 깎으면 되니깐. 네팔과 티벳에서 가깝고 멀리 칸첸중가가 보이는 도시 다르질링에서 거의 매일 먹었던 네팔 만두 모모. 캘커타에서 배탈이 났는지 마치 오렌지 쥬스를 토하듯 신물이 나도록 토를 하고 인도의 걸쭉한 커리 말고 달짝 찌근한 짜이 말고 정말 얼큰한 국물이 먹고 싶었던 그 때 도착했던 다르질링에서 매운 소스가 놓여진 테이블에서 국물과 함께 먹던 모모는 구세주였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던 그때에는 테이블 위의 음식 따위에 비싼 필름을 소비하는것이 흔치 않은 일이었으니 모모 사진이 없네. 요즘 같..
Vilnius 25_빌니우스의 신문 가판대, 습관에 대한 믿음 빌니우스 시내를 걷다 보면 어디에서든 마주 칠 수있는 신문 가판대 Lietuvos의 spauda. 리투아니아어로는 이런 신문 가판대를 가리켜 키오스카스 (Kioskas) 혹은 키오스켈리스 (Kioskelis) 라고 부른다 . 키오스크 라는 단어는 여러 언어에서 광범위하게 쓰이지 만 리투아니아어에서는 일부 남성 명사가 -as 로 끝나는 것을 감안하여 변형시켜 kiosk+as 와 같이 키오스카스로 사용 하는것 . 예를 들어 브래드 피트 (Brad Pitt ) 의 이름을 리투아니아식 으로 바꿔야한다면 브래드 +as / 피트+as 로 브래다스 피타스라고 적게되는데 브래드 피트를 주어가 아닌 다른 문장 성분으로 사용해야 할 때 -as 형태에서 -o, -UI, -a, -u, -ame 의 어미 를 붙여 격변화를시켜 ..
India 03_ Varanasi 1월과 2월은 머리 한켠을 인도 여행에 비워주기로 결심했으니 매일 오늘의 날짜가 찍힌 사진이 있는지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14년전의 오늘 나는 이 곳 바라나시에 있었구나. 인도인들이 죽어서 화장되어 뿌려지기를 원한다는 강 가, 갠지스 강변을 따라 쭉 걷다보면 화장터, 버닝가트가 나온다. 화려하기 짝이 없는 형형색색의 헝겊에 휘감겨져 차례대로 운반되어 들어오던 시체들. 마치 영원히 사라졌음이 인정되기 직전 다시 한번 세상 공기에 맞닿으려 안간힘쓰며 솟아 나와있던 누군가의 얼굴과 발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시체들 곁에서 튕겨져 나온 뼛조각이라도 있을까 미련에 차 서성거리던 개들. 낯선 장면, 낯선 냄새를 맡고 삐죽삐죽 삐져나오는 상념들이 사라질까 초조해하던 여행객들. 화장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에 맞서 ..
생각하며 끄적이며 꿈꾸며 아카데미 시상식이 좋은 영화를 고르는 절대적인 기준은 분명 아니지만 1월이 되면 2월의 수상 결과를 예측하며 습관적으로 후보작들을 찾아 보게 된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고작 다운로드를 해서 보는것이지만. 우선은 와 와 를 봤고 은 리들리 스콧트의 영화이니깐 진작에 찾아 보았는데 후보에 올라있다. 는 다분히 오스카를 겨낭해서 만든 전략적인 영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작년 감독상 작품상 수상자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2회 연속 감독상 수상이라는 그럴듯한 타이틀에 혹해 메가폰을 잡고 이제는 그저 헐리우드가 키운 온실속의 화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작년에 큰 이슈가 되었던 의 톰 하디가 출연하는것 만으로도 뭐랄까 로버트 알트만의 속에서 묘사되는 그렇고 그런 할리우드의 영..
India 02_Orchha 남은 1월과 다가오는 2월에는 14년전의 인도 여행을 회상해보기로 했다. 40일간의 인도 여행을 다녀와서 그 해 1년동안 다음 블로그에 인도 여행기를 썼었는데. 하루간의 여행을 네 다섯번의 포스팅에 시시콜콜 나눠쓰면서 돌아와서도 꼬박 1년을 나는 마음속에서 인도를 다시 여행했다. 그때 썼던 지독히 개인적인 여행기는 애석하게도 아주 일부분만 남아있다. 여행기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특정한 감정들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았기에 일년이 지나 이년이 지나 읽어보았을때 여행기속의 풋풋함과 애절함을 과거 그 자체의 날것으로 공감하고 인정할만큼 내 감성은 성숙하지 못했고 그래서 누군가의 이름을 지우고 동선을 지우고 솔직한 형용사 몇개를 지우고 넘쳐나는 감탄사들을 지우고 나니 내가 스물 무렵에 썼던 객기로 가득찬 여행기는 더..
India 01_산닥푸 Sandhakphu 오늘, 1월17일. 14년전 인도행 비행기에 오르던 날짜이다. 홍콩에서 델리행 비행기로 환승을 하며 짐도 자동적으로 옮겨진다는것을 망각한채 내 짐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으로 꽁꽁 얼어 붙었었던 철없던 그 시절, 처음 번 큰 돈으로 처음 떠난 여행. 따지고보면 하루하루의 날짜는 일년이라는 촘촘한 그물망에 가두어 놓고보면 365분의 1이라는 적지 않은 확률을 뚫고 우리의 기억에 남는다. 조금 더 낡고 헐겁고 성근 평생이라는 그물망속에서 그 하루가 어느 정도의 확률을 뚫고 우리에게 왔는지는 죽기전까지는 알기 힘들다. 80세 정도의 평균수명을 고려해보면 29200분의 1의 확률. 살아 온 날을 세어보면 대략 12500분의 1이라는 확률에 들어맞아 내 뇌리에 남게 된 그 날. 그렇게 점점 틈이 커지는 기억의 그물망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