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2015.10.04 15:38



얼마 전 남편에게 회사에서 점심은 뭘 먹었냐고 물어보니 회사 동료의 여친이 케잌을 만들어와서 직원 전부가 모두 배부르게 먹었다는것이다. 오븐을 쓰지 않고 만든 차가운 케잌이었는데 리투아니아에서는 보통 이런 케잌을 팅기니스 Tinginys, 그러니깐 Lazy cake, 그냥 '게으름뱅이'라고 부른다. 오븐을 쓸 필요도 없고 머랭을 칠 필요도 없고 그저 주어진 재료들을 차례대로 쌓아 올려서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굳혀서 먹는 케잌인데 가장 대표적인 '게으름뱅이'는 연유나 누텔라에 버터를 섞고 비스킷을 부셔넣어 랩에 싸서 하루 정도 놔뒀다가 잘라 먹는것. 직장에서 케잌을 먹으면서 남편은 약간 변형된 그 케잌의 종류를 언급하려는 의도로 '아 그러니깐 이거 일종의 '게으름뱅이'구나 했는데 케잌을 만든 동료의 여자친구를 일컬어 게으름뱅이라고 한것처럼 되어버려서 다들 웃었다고 했다. 별다른 베이킹 도구나 수고없이도 만들 수 있는 케잌이니 게으름뱅이라는 이름만큼 잘 어울리는 이름도 없다. 그래서 만든이를 게으름뱅이라고 해도 기분나빠하는 사람은 없다. 그 주 금요일에 남편이 맛있는것을 만들어준다길래 잠깐만 부엌을 비워달라고 했다. 뭘 만들려고하는지 궁금해 장을 봐온 영수증을 몰래 봤는데 늘상 먹던 바나나와 비스킷 그리고 맥주들, 그런데 슈가 파우더가 눈에 들어왔다. 아, 혹시 그 게으름뱅이를 만들려는건가? 그 날 남편은 나중에 뭘,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할테니 사진을 찍어놓겠다고 했고 다음날 아침부터 그 주말 내내 그 게으름뱅이를 먹어치운 우리는 어제 다시 한번 게으름뱅이를 함께 만들었다. 사진들은 두번의 게으름뱅이를 만드는 과정을 섞어놓은것. 



필요한 재료는 사워크림과 슈가 파우더 그리고 좋아하는 비스킷과 바나나. 게으름뱅이의 장점이라면 재료의 변형이 가능하다는것. 우리는 메두알리스 Meduolis 라고 불리우는 리투아니아의 부드러운 비스킷을 사용했는데 약간 달짝찌근한 비스킷이라면 다 사용 할 수 있을듯. 개인적으로 한국에 아직 샤브레가 판다면 샤브레로 만들면 맛있을것 같고 가장 일반적인 에이스를 사용해도 맛있을것 같다. 초콜릿이 들어간 칙촉을 사용해도 색다를듯. 그리고 바나나나 딸기,키위처럼 부드러운 과일을 사용하면 되겠지만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바나나가 가격대비 가장 훌륭한 재료인듯. 우선 우리는 나름 가장 진하고 맛있는 브랜드의 30% fat의 사워 크림 500g에



슈가 파우더를 밥 숟가락으로 세 숟갈 넣고 잘 섞는다. 미카엘처럼 근육 자랑하며 머랭을 칠 필요는 없고 그냥 새끼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서 달짝찌근해질때까지 저어주면 된다. 그리고보니 냉장고가 필요해를 본지도 한 3달이 넘은듯. 나라  전방위에서 이 프로그램을 소모하고 있는것 같아 사실 다시 보기도 겁난다. 설탕을 넣은 사워크림만큼 달고 맛있는게 없다. 물론 식빵에 버터를 발라 그 위에 설탕 뿌려먹는것 만큼 칼로리는 높겠지만. -.- 



그 다음에는 가지고 있는 비스킷을 모두 부순다. 너무 잘게 부숴서 날아가지 않도록 적당히 정도껏 부순다. ㅋ



그리고 바나나도 동전 3개정도 두께 만큼 동그랗게 자른다. 그리고 굴러가지 않도록 잘 붙들어 둔다. ㅋ 그러면 재료준비는 끝.



대단한 케잌에 쓰여지는줄 착각하고 냉장고 밖으로 나온 버터를 적당한 깊이가 있는 모양을 잡아 줄 아무 용기에 구석구석 바른 후 곧바로 냉장고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이제 준비된 재료들을 차례대로 담아주면 된다.

 


먼저 비스킷의 1/3을 용기에 부어준다. 그리고 준비된 사워크림을 비스킷 위에 촘촘하게 채워준다.



잭슨 플록에 빙의한것처럼 마구 흩뿌려준다.



구석구석 사워크림을 발라준 후에 잘라놓은 바나나를 한 겹 얹는다.



그리고 다시 바나나위에 사워크림을 붓는다.



다시 마치 파종을 하듯 힘차게 비스킷을 뿌리고 



아 난 정말 너무 게으르다 자책하며 다시 한번 사워크림으로 덮는다.



그리고 남아있던 비스킷을 전부 쏟아붓는다.



마치 식목일에 강낭콩을 심어 놓은듯한 비주얼이 된다. 시루떡 같기도 하다. 사뭇 시루떡은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지는데?



그리고 냉장고라는 이름의 차가운 오븐으로 옮겨서 냉장고속의 각종 세균들과 함께 다음 날 아침까지 숙성시킨다. ㅋ



그리고 드디어 다음날 아침 차갑고 육중한 게으름뱅이를 꺼내고 유유자적 커피를 만들기 시작한다.



소중한 용기가 상하지 않도록 칼대신 싹싹이 주걱으로 살며시 자른다. 이쯤되면 우유를 데워서 우유 거품도 만들어준다.

7년전에 사온 싹싹이 주걱이 공교롭게도 리투아니아 국기랑 색깔 배열이 똑같다. 한국에 아직 팔면 다음번에 왕창 사가지고와서 온몸에 국기를 감고 국경일날 나가서 팔아도 될 것 같다. 국기가 너무 안 예쁘다고 바꾸자는 얘기가 간혹 흘러나오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귀여운 색동 리투아니아 국기. 노란색이 윗부분임. 



이것은 지난주에 남편이 혼자 만든것. 좀 더 단단한 비스킷을 써서 모양이 더 잘 잡혔다. 케잌 느낌도 물씬.



아몬드가 있어서 갈아서 뿌려주었다.

다시 한번 총정리는 하자면 500g 사워크림+바나나 4개+비스킷 500+ 슈가 파우더 3숟갈 = 게으름뱅이 라는 공식



코코아 가루나 코코넛가루를 좋을듯. 아무튼 원하는 재료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참 편리한 케잌이다. 게으름뱅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매우 쉬운 케잌 만들기인가? 아무튼 계산을 해보니 재료비가 총 4유로가 들었으니 한 조각당 50센트 정도다. 너무너무 맛있다. 냉장고를 열면 케잌이 한사발이 있다니 행복한 주말이 아닐 수 없다. 저렴하니 자주 만들어 먹어서 돼지가 될것인지 비싸더라도 만들어진 케잌을 아주 가끔 사 먹을지 고민하게 만드는 케잌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2012.05.10 02:52

 

 

똑같은 만두이다.

 오늘 먹었다는 차이뿐. 

아, 냉동버섯찌그러기도 좀 들어갔다.

 고급스럽게 키위 두조각도 추가했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Lithuania2012.04.19 06:17

 

 


 샌드위치 백작이 그냥 눈깜짝할 사이에 그냥 제법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해서 샌드위치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나는 으깨고 바르고 굽고 자르고 아무튼 복잡하게 먹는 샌드위치가 별로다.

 

그냥 대충 잘라서 얹어 먹던가 가열이 필요하다면 전자렌지에 돌리는 정도.

 

토스터에 구워서 뭐 버터를 발라 먹는것도 복잡한 샌드위치의 유형에 속한다.

 

특히 싸구려 토스터에 구워진 수분 다 빠진 딱딱한 식빵 모서리에 입천장이 찢겨보기라도 한다면 더더욱.

 

왜 한국에서도 배고플때 가장 맛있는 음식은 찬밥에 마가린 간장아닌가.

 

뭐 간혹 전자렌지에 밥을 데워 스믈스믈 녹아가는 마가린을 보는게 흐뭇할때도 있다.

 

아니면 그냥 가족들 다 잘때 밥솥을 열어서 김을 꺼내 손으로 싸먹는 김밥이나.

 

아무튼 최소한의 시간과 비용으로 먹는 음식에서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것에 감사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검은 빵을 썰고,

 

훈제된 햄과 오이피클을 차례대로 얹는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Food2012.04.06 04:48

 

내가 어디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쓰고 있는지 가끔 계산해본다.

대부분의 시간은 일을하고 잠을 자는데 쓴다.

거기에서 남은 시간의 대부분은 거리를 걷고 장을 보고 밥을 하고 영화를 보는데에 쓴다.

그리고 거기에서 남은 시간은 컴퓨터를 쓰고 청소를 하고 뭔가를 읽거나 피아노를 치는데 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건 순전히 내 몸이 시간을 쓰는 유형이다.

내 머리는 다른곳에 시간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 않나? 

누군가가 "무슨 생각해?" 라고 물어볼때에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게 아니다.  

그럼 나는 무슨 생각에 주로 시간을 쓸까.

생각의 종류는 행동의 종류보다 세부적이고 무궁무진하다. 딱 뭉뚱그려서 얘기하기가 편하지가 않다.

나는 가끔 시간이 흘러서 내가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르는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몸이 피곤한 어떤 날은 시간이 지나면 그해에 가장 피곤했던 날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음식만해도 그렇다.

먹고 싶은데 당장 먹기 힘든 음식을 생각하는것보다

지금 바로 먹을 수 있지만 나중에 먹기 힘들어질지도 모르는, 그리워질지도 모르는 맛있는 음식에 대해 생각할때가 있다.

검은 빵과 블랙커피가 바로 그 중 하나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갈아진 원두커피를 필터에 거르지 않고 보통 그냥 마신다.

모카포트나 드립용으로 써도 되는 다양한 굵기의 원두에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붓는다.

천천히 뜨거운 물을 부으면 가라앉아있던 원두가루가 거품을 내며 떠오른다.

수저로 걷어낼 수 있을정도로 단단하게 떠있는 원두에 한두스푼의 설탕을 살살 뿌려도 얼마간은 멈춰있는데

설탕이 뽀글뽀글 거품을 내며 녹으면 마치 갈라진 땅틈으로 용암이 흐르는것처럼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맥심처럼 바로 녹아버리는게 아니라서 물이 알맞게 뜨겁지 않거나 원두가 안좋으면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고 원두가 둥둥뜬다.

사진은 커피가 안전하게 다 가라앉고 거품만 살짝남은 상태이다.

에스프레소나 터키식 커피와는 또 다르다.

조금은 텁텁하고 좀 융통성없는 맛이랄까.

저 커피랑 먹으면 가장 맛있는게 바로 버터를 두껍게 얹은 검은 빵이다.

검은빵은 리투아니아인들의 소울 푸드라고 할 수 있겠다.

종류도 여러가지있는데 나는 당근이 들어간 검은 빵을 제일 좋아한다.

집에 커피가 다 떨어져서 더 자세한 커피 사진을 찍을 수 없는게 아쉽다.

당분간은 커피 섭취를 줄이기로 했다.

우선은 커피값이 너무 올랐고 설탕을 좀 덜 먹고 싶은데 커피를 마시면 설탕까지 덩달아 먹게 되서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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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