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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ic Rough Riders 내가 좋아했던 글래스고우 출신의 밴드 코즈믹 러프 라이더스. 오아시스와 이들의 앨범은 지금도 전부 간직하고 있다. 아일랜드 동전 속의 하프가 켈트 음악으로 나를 데려갔고 결국 이들의 음악도 떠올리게 했다. 초창기 이들의 음반들엔 켈트 전통 음악의 느낌이 은은히 묻어 난다. 이제는 액정 속의 버튼 하나만 누르면 어떤 음악이든 재생할 수 있게 되었으니 시디를 꺼내서 들을 일은 별로 없지만 가끔 주말 낮에 컴퓨터가 켜져 있는 순간에는 재생시켜보곤 한다. 2000년도에 유니텔 브릿동 자료실에서 이들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처음 다운로드하였는데 그 당시엔 라이선스 되지 않는 음반들을 누군가 올려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었다. 이들은 널리 알려진 밴드가 아니었으므로 앨범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이집트 여행을 하다 ..
아일랜드의 유로 동전 예전에 동묘 전통 시장 갔을 때 샀던 주전자. 원래 정말 차를 우려먹을 생각으로 산 건데 구석구석 남은 세월의 흔적을 지우기가 너무 귀찮아서 마치 의도한 것처럼 돈단지로 전락시켰다. 단지의 구성원은 대부분 유로이며 러시아 동전, 옛날 리투아니아 동전, 중국 동전 등 찔끔찔끔 참 다양한 나라의 동전이 있는데 유로 동전을 제외하고 결코 쓸 일이 없을 것 같은 동전들은 단지에서 퇴출시키고자 매번 분류하지만 그 많지 않은 개체들을 딴 곳에 보관하려니 또 애매하여 결국 다시 뒤섞기를 반복한다. 요술을 부릴 법한 외양이지만 단지로 들어간 돈이 전부 2유로로 바뀌어 나오거나 하는 일은 지금껏 일어나지 않고 있다. 혹시 폴란드 동전이 있나 찾아보려고 오랜만에 주전자를 엎는다. 하프가 그려진 2센트와 5센트를 찾았다. ..
랍상의 기억 - Phantom Thread (2017) 예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아마 제목과 포스터가 풍기는 오페라의 유령스런 느낌이 다니엘 데이 루이스로도 극복하기 힘들었는지 계속 손을 대지 못하다가 한 달 전에 보게 된 영화. 팬텀 스레드. 영화를 보는 내내 여타 폴 토마스 앤더슨 영화들을 떠올리며 감춰진 스타일의 접점을 찾으려고 꽤나 애를 썼지만 그러진 못했다. 그 이유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대사나 표정 그리고 옷차림을 구경하는데 그저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에. 미국색이 팽배한 감독의 다른 영화들을 생각하니 그저 자신의 전작을 빛내준 영국인 명배우에게 헌정한 영화란 느낌마저 들었다. 나이가 들었어도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그냥 다니엘 데이 루이스일 뿐이구나. 알 파치노만큼 나이가 들면 또 어떨지 모르겠다. 14년 전 암스테르담의 티샵에서 산 나의 첫 랍..
이런 저런 와중의 커피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친구네 시골집 마당에서 서두를 곳 없이 나른한 상태였는지 이것저것 마셔도 몸이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이따금 닭들이 울었고 고양이들은 추격전을 벌였다. 선물로 가져간 바나 탈린 리큐어를 친구 어머님이 기어코 뜯으셨다. 주어진 커피를 갈았고 커피와 번갈아 가며 마셨다. 이것이 무슨 맛일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스카치 캔디 맛이었나 싶다. 불평할 여지없이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습관이 되면 없었던 것 처럼 되어버릴 감정들이 문득문득 보였다. 모든 좋은 것들의 본질은 '가끔'이 부리는 기교에 불과하다는 것.
리투아니아어 98_베리 Uogos 올해는 왜인지 딸기 천막이 금방 자취를 감췄다. 블루베리는 풍년이었는지 작년보다 가격이 반이나 내렸다. 블루베리 맛있고 라즈베리 훌륭하다. 블랙베리는 왜인지 고상하며 체리는 때로 속이 쓰릴 정도로 달콤한가운데 자신만의 여름을 가장 잔혹하게 품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커런트이다. 줄기 하나에 알알이 달려있는 열매가 은근히 많아서 하나만 털어 먹어도 일년치 감내할 신맛은 다 본 느낌이 든다. 과육이 비교적 단단한 검은색 커런트는 하나하나 정성 들여 딴 것을 집어 먹게 되지만 빨간 커런트나 흰 커런트 그리고 옅은 분홍을 띄는 커런트는 보통 줄기의 끝을 잡은 채 입에 통째로 넣고 쭉 잡아 당겨서 먹는것이 가장 편하며 덜 고통스럽다.
숲속의 커피 월초에 팀빌딩으로 1박 2일 하이킹에 다녀왔던 친구가 나름 재밌었다고 비가 오지 않는 주말에 언제든 한번 캠핑을 가자고 제안했었다. 친구와는 당일치기로 짧은 거리의 하이킹을 몇 번 간 적이 있지만 챙길 것 많은 캠핑은 둘 다 늘 망설였다. 여행을 갈 때면 먹을 일이 생길까 봐 약도 안 챙기고 붙일 일이 생길까 봐 밴드 같은 것도 챙기지 않게 된다. 그렇게 짐을 챙기는 것은 물론 무겁게 드는 것도 싫어하는 나로선 캠핑은 늘 모든 귀찮음의 전시장처럼 다가왔지만 고향집에 다 있으니 몸만 오라는 말에 솔깃했다. 나는 최소한의 옷과 아이와 함께 당일 먹을 도시락과 일회용 커피와 차만 넣고 친구의 고향집을 향하는 버스를 탔다. 리투아니아에서의 캠핑은 더울 때마다 수시로 뛰어들 수 있는 호수와 젖은 옷이 저절로 마를..
리투아니아어 97_캠핑 Stovykla 다 차려진 밥상에 나의 완전 소중한 알파벳 주머니 하나 달랑 얹었던 기생충 캠핑
피렌체 두오모를 빠뜨린 파스타 마트에 나타난 건축물 파스타. 어린이용으로 동물 파스타 , 알파벳 파스타 뭐 많지만 이런 건 처음 봤다. 약간 거래처에서 재고 소진하려고 강압적으로 판촉 해서 마트에 들어선 듯한 이런 반짝 제품들은 실제로 진열된 양만큼 다 팔리면 더 안 나오기 때문에 한 번 정도는 사서 먹어본다. 그런데 피렌체 두오모 버젓이 그려놓고 두오모는 없다. 역시 브루넬레스키의 돔을 파스타로 구현해내기는 만만치 않았나 보다. 할아버지 창업자의 숙원 사업이었던 건축물 파스타를 손자가 기어코 만들어낸 느낌이긴 하지만 뭔가 이런 대화가 들리는 듯하다. '생산 라인 새로 만드는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콜로세움까진 어떻게 해보겠는데요 할아버지. 두오모는 정말 불가능해요.'. '네 아비도 그런 소릴 했지. 콜록콜록, 아니 두오모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