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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ppio. 맛없던 비스킷은 옆으로 밀어두고,
리투아니아어 93_책 Knyga 램프 자리에는 사전이나 여기저기서 주워 온 리투아니아 잡지 같은 것들을 그냥 세워두는 편인데 오랜만에 존재감 뿜는 책들로 채워보았다. 이들은 빌니우스로 여행을 오셨던 소중한 블로그 이웃님 Liontamer 님께서 선물로 주신 책들인데 일부는 두고두고 읽으면 괜찮을 것 같아 내가 고른 것들이고 일부는 좋아하는 작품들을 손수 추천해 주셨다. 감사하는 마음과 행복감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모든 작품들이 묘하게 러시아에 수렴되는 와중에 헤밍웨이의 수필 속에서도 러시아 문학에 대한 짧은 언급이 있는데 동시대 동료 작가들에 대한 적나라한 언급과 비교하면 만나본 적 없는 선배 작가들에 대해선 그래도 예의와 존경 모드를 유지해주셨다. 근데 결국 그것도 러시아 소설은 읽어 본 적 없고 프랑스 소설이나 읽으라는 비평가..
리투아니아어 92_ Abrikosas 살구 유사단어로는 아브라카다브라, 아바나마트 등이 있다.
기억 지분 밀키 우롱을 가끔 마시는데 시치미떼는 듯한 비릿함이 은근히 중독성이 있고 거름망에서 점차 온전한 낙엽처럼 되어가는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그런데 이제 밀키 우롱이 켐핀스키의 기억 지분을 가지게 되어서 그런지 이분이 좀 나에게 으스대는 느낌이 든다. 더불어 마지막 캬랴멜은 느닷없는 흑백변환으로 봉인되었음.
Vilnius 166_카페가 있어도 좋을 자리 필하모닉에서 이어지는 뒷골목과 시장 앞 거리가 만나는 이 광장엔 술집도 있고 식당도 있고 벼룩시장 같은것도 간혹 열리는데 신기하게도 카페가 없다. 특히 저 이발소 자리에는 카페가 있어도 좋을 풍경인데. 여러모로 변화의 여지가 많아 보이는 건물들은 사진으로 남겨 놓는다. 저 지붕, 저 낙서들, 반 정도 사라진 창문, 칠해지지 않은 벽들을 아마 가만 놔두지 않을테니 말이다.
후라칸에서, 소중한 인연, 감동적인 재회, 기나긴 여운, 그리고 많은 모든 이야기들,
이브닝 티 세트. 회상이라 하면 뭔가가 좀 오래 지나서 어렴풋한 가운데에 즐겁고도 가슴 뛰었던 일들에 관한 지극히 선택적이고 편파적이며 멜랑콜리한 골몰이라고 생각하는데 신기하게도 가장 가까운 아침에 벌어진 일 그리고 불과 몇 시간 전에 벌어진 일들이 아주 오랜 기억 저편으로 서서히 스러져 그것을 회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곤 했다. 누군가의 여행이 나의 여행처럼 느껴졌으니 그것이 마치 소설 속 화자가 자신의 여행 중에 읽고 있는 여행 에세이의 유쾌한 농담의 한 귀퉁이를 몰래 읽어주는 느낌이랄까. 그리하여 나는 지금까지의 들뜬 기분을 최대한 금이 안 나게 꼬깃꼬깃 접어서 이제는 좀 지상으로 내려와야겠다. 바르샤바에 내렸다가 가까스로 빌니우스에 당도한 새콤달콤과 카라멜 그리고 작설차와 함께.
Vilnius 165_성당 정원에서 손에서 놓으면 대부분은 그냥 미련없이 날아가 버리지만 하나 정도는 나무에 걸린다. 그렇다고 또 계속 나무를 붙들고 있는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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