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31) 썸네일형 리스트형 리투아니아어 95_화장실 Tualetas 빌니우스 다녀가신 이웃님이 하나둘 꺼내놓으시는 빌니우스 이야기들을 읽는것이 참 재미있다. 어떤 장소들은 사진에 나온 주변 풍경이나 이야기 속의 정황들을 참고하여 구시가에 갈때마다 생각나면 들르곤 한다. 조금은 변한 모습들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곳들이 오랜동안 남아있다. 또 가보지 못했던 카페나 식당 소식을 전해듣기도 한다. 그럴땐 아바타가 되어 가본다. 새로 생긴 카페의 화장실 문에 위풍당당 붙어 있던 도장용 마스킹 테이프와 존재감 있는 알파벳 두개. 화장실이 급하다면 보통 아래의 다섯 문장을 사용할 수 있다. 문장이 짧을 수록 뭔가 덜 예의바르고 화장실이 급한 느낌을 준다. 물론 그냥 영어나 러시아로 물어봐도 대부분은 알아듣는다. -Tualetas? -Kur tualetas? -Turite tualetą.. 리투아니아어 94_사이더 Sidras 여름은 바야흐로 사이더의 계절. 정말 더울때 진하게 푹 발효된 애플 사이더 한 잔은 정말 최고이다. 그냥 먹는 사과는 별로지만 시나몬에 졸인 사과와 사이더 그리고 칼바도스는 훌륭하다. 일년내내 술 한잔 안마셔도 전혀 불만없는 사람이지만. 요즘은 부엌에서 진짜 집중해서 뭔가 해야 하는데 방해요소가 너무 많으면 냉장고에 보통 한 병 정도는 있는 사이더를 한잔 따라 마신다. 사이더 한 모금에 취하지 아니 할진대 모든 방해들이 시적으로 보이기 시작하며 모든 일이 일사천리다. 52잔 중의 첫번째 커피 가끔 계산대 옆에는 누군가가 사려다 포기하고 남겨두고 가는 물건들이 있다. 사려다 마음이 바뀐건지 돈이 모자랐던 건지 계산 직전에 하자를 발견한건지 뭐 알길이 없는데 그런 처량한 네스카페 인스턴트 커피가 껌상자 옆에 놓여 있어서 내가 거둬줬다. 알갱이 커피는 아니고 완전히 분쇄된 커피였음. 인스턴트 커피를 보니 아무래도 엄마 생각이 났다. 우리 엄마는 보통 알갱이 커피를 마시고 소주잔 같은데 찬 우유를 부어서 놔뒀다가 식으면 커피에 붓는다. 커피 숟가락(엄마 용어)으로 한 스푼을 떠서 넣었는데 사르르 녹더니 의외로 엄청 진했다. 카누 같은 맛을 기대했지만 역시 그냥 맥심 알갱이에 가까움. 좀 오래 끓여서 시커먼 결명자차 같은 느낌이다. 52잔 분량이라고 나와있는데 오랜만에 바를정자를 한번 써봐야하나 싶다.. Vilnius 171_세 친구 쌀/세몰리나/밀가루 Vilnius 170_지붕 아래 지붕 아침을 일찍 먹고 밖으로 나갔다. 시장 근처의 놀이터에서 놀다가 비를 피해 시장으로 들어갔다. 돌아오는 길에 저번에 공원 좌판에서 팔던 리투아니아 전래 동화책을 사려고 했는데 팔렸는지 없다. 비가 오고나면 여기저기에 물이 고인다. 웅덩이에서 놀고 성당 정원에서도 놀았다. 돌아오는 길에 멈춰야 할 곳은 무한하다. 걷다가 멈추는 것이 아니라 멈추기 위해 걷는 것처럼. 그 사이 토요일 오전의 태양이 성당 건너편에 멋진 지붕을 만들어냈다. Vilnius 169_전당포 너머로 7월의 아인슈타인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비가 쏟아졌다. 중앙역 근처의 우거진 나무 아래에 서서 순식간에 내린 비가 만들어내는 물줄기를 구경했다. 버스 터미널이나 기차역을 빠져나왔는데 비가 내린다면 시내버스와 트롤리버스가 정차하는 도로변의 나무숲으로 가면 된다. 역 주위가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겪는다면 언젠가 사라질 전당포와 전화기 수리점, 선술집 등이 모여있는 뭔가 불량스럽고 미심쩍은 건물 주위를 배회하는 사람을 구경할 수 있고 올해부터는 여행에 들떠있는 아인슈타인도 만날 수 있다. 비는 금방 그치기 때문에 이 비가 그칠지 말지를 알아볼 안목도 필수는 아니다. Vilnius 168_다른 방향으로 가면 집에서 멀리 갈 필요도 없는 곳에 버려진듯한 이런 장소와 풍경들이 많이 있다. 늘 가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면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죽어버린 장소들은 또 아니어서 어느정도 머물다보면 어디에나 눈인사 할 사람들이 낡은 창고 속에서 혹은 운행을 멈춘 듯한 트럭 안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사라질 것이 명명백백한 것들이 품고 있는 그만의 애잔한 아름다움이 분명히 있다. 르비우 어딘가 '아침에 눈을 떠보니 기차는 끝없이 펼쳐진 우크라이나의 흑토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농부들이 비옥한 흙에 파묻힌 채, 뼈대가 굵고 육중한 말을 부리며 쟁기질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바위나 동산, 숲 따위는 찾아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었다. 이따금 가냘픈 몸매의 하얀 포플러나 배고픈 까마귀들이 하늘을 나는 것이 눈에 띌 뿐이었다. 안개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평원 위로는 드문드문 흩어진 마을들이 보였다. 마을 중앙에는 한결같이 서양배 모양의 초록색을 칠한 돔이 있는 교회가 서 있었고, 그 주변으로 빽빽하게 낮은 집들이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마을 변두리에는, 양 떼 사이로 양치기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러시아 기행, 니코스 카잔차키스-' 요즘 조금씩 읽고 있는 책 중에 키예프에 관한 짧은 부분. ..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1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