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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유로 동전 현금 쓸 일이 부쩍 많아지는 요즘. 종이돈과 동전이 모두 필요해서 지폐를 찾아서 일부는 동전으로 바꿨다. 2유로 동전 4개와 1유로 2개를 거슬러 받았다. 왼쪽부터 쌍둥이 같은 벨기에 2유로 동전 2개. 리투아니아 2유로. 독일 2유로. EU를 상징하는 12개의 별은 어떤 동전이나 모습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그 조차도 전부 다르다. 벨기에 동전엔 별 사이에 왕관과 왕의 모노그램이 박혀있고 리투아니아 동전의 별들은 세로줄을 배경으로 독일의 별 사이로는 가로줄이 촘촘히 박혀있다. 유로 동전에서는 각 나라 고유의 문양이 새겨진 부분을 앞면으로 동전의 액면가와 유럽 지도가 그려져 있는 부분을 뒷면으로 친다. 유로 동전의 뒷면은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Luc Luycx의 디자인인데 동전 뒷면 오..
리투아니아어 100_9월 Rugsėjis 옐레나 안드레예브나 - 벌써 9월이네. 우리 또 겨울을 어떻게 나지. '바냐 삼촌' 중의 심금을 울리는 대사.
리투아니아의 봉지쌀 여행 다닐 때 이런 쌀이 세상 방방곡곡에 있었더라면 혹은 마트 어딘가에 있었을지 모르는 이들을 발견했더라면 그 여행들은 어떤 면에서는 편했을 것이다. 뻬쩨르에서는 대학 기숙사의 법랑 냄비를 홀랑 태워먹고 동행과 깔깔거리며 한밤중에 새까맣게 탄 냄비 바닥을 씻기도 했고 지은 밥을 락앤락에 넣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기도 했으니 냄비에 쌀밥을 짓는 것은 새로운 여행지를 탐색하는 것만큼의 일상이었다. 간장과 버터에만 비빈 밥이어도 껍질을 벗긴 프랑크 소시지 하나만 곁들여도 맛있었던 소박하고도 풍요로웠던 어떤 여행지의 끼니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빌니우스를 여행하던 첫날 지금은 사라진 우주피스의 호스텔 부엌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을 때였다. 누군가가 남겨두고 간 냄비에서 물이 팔팔 끓고 있었다. 뒤이어 나타난 여인..
체코식 절인 치즈 Nakládaný hermelín 마트에 또 금방 없어질 포스로 진열이 되어있길래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이라 호기심에 집어온 체코식 절인 치즈. 딱 보니 먹다가 남는 브리 치즈나 까망베르 이런 걸 양념에 섞고 그냥 기름에 담금질해서 놔두면 유용하겠다 싶어 맛보고 배워보려고 샀다. 체코 펍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안주라고 한다. Hermelin 은 거의 까망베르에 가까운 체코 치즈. 맵다고 써있고 통고추도 들어가 있고 파프리카 가루에 빨갛게 물들어 있는 기름이지만 사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전혀 맵지 않다. 약간 후각을 자극하는 달콤한 매움 정도이지 고추 조차도 별로 맵지 않음. 저런 기름은 나중에 어디든 쓰이기 때문에 치즈를 어떻게 상처 내지 않고 잘 꺼낼지 생각했다. 이런 볼록한 병은 보관하기는 힘들지만 뭐든 나중에 담으면 예쁘다. 가장..
포르투갈의 5센트 동전 아일랜드의 하프 뒤를 쫄래쫄래 따라 나오던 포르투갈 동전. 이들도 꽤 자주 출몰한다. 가장 중앙의 디자인은 모두 3종류이지만 EU를 상징하는 별 안쪽 원을 빙둘러싸고 있는 문양은 모든 동전에 공통으로 들어간다. 얼핏 전부 같아 보이지만 알고 보면 7개의 성과 5개의 방패가 그려져 있고 이는 유럽의 다른 여러 나라들과의 소통을 의미한다. 1센트와 2센트 5센트 중앙에 새겨져 있는 것은 1134년에 사용되던 왕실의 인장. 저 성과 방패들이 포르투갈 국기에도 전부 들어가 있다. 십 년 전인가 포르투갈에 다녀온 친구가 수탉이 그려진 오븐 장갑을 선물로 줬었는데 결국 태워먹긴 했지만 몇 년간 잘 썼었다. 새벽의 문 가는 길에 있는 마당이 예쁜 포르투갈 식당의 간판에도 여지없이 수탉이 그려져 있으니 이 나라를 상징..
리투아니아어 99_모과 Svarainiai 집에 탄산수가 있어서 작년에 만든 모과청과 섞어서 마셨다. 사실 모과 냄새와 그 끈적거리는 표면은 힘든 기억의 발원지. 어릴 땐 멀미가 심해서 지하철로 못 가는 곳은 잘 안 갔고 큰집이 있는 시골은 대관령이며 한계령, 미시령, 진부령 각종 고개를 돌고 돌아 도착하던 강원도 양양. 아빠는 이번엔 어떤 고개를 넘어갈까 어떤 국도를 탈까 늘 고민하셨다. 추석 무렵에 보았던 멋진 단풍들, 핸들을 잡고 조용하게 운전하던 아빠의 모습, 앞을 봐도 뒤를 봐도 낭떠러지 같았던 고개들, 휴게소의 가락국수, 이해하기 힘들었던 오색 약수의 맛 모두 추억으로 남았지만 멀미는 참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런데 자동차 특유의 냄새를 없앤다고 뒷좌석에 장식처럼 놔둔 모과는 오히려 자동차 향기를 머금은 못 먹는 과일의 인상이 생겨..
여름, Vasara, Лето 새 학년이 시작되는 9월 1일은 가을의 시작이다. 단지 달 앞의 숫자가 바뀔 뿐인데 어제의 여름이 보란 듯이 지난여름으로 재빨리 치환되는 것을 보면서 늘 생각한다. 방금 끌어올린 그물 속에서 아직은 상처 나지 않은 채 팔딱거리는 이 여름의 기억들을 어떻게 하면 영원으로 지속시킬 수 있을까. 아직은 8월일 때 느긋하게 회상하고 싶었던 여름인데 가을이 급히 들이닥칠 것을 알았으면서도 또 늦어버리고 말았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느낌이 유난히 그득했던 지난여름. 여름, Vasara. Лето. 타인의 기억을 열처리하고 통조림해서 죽을 때까지 잊지 않을 감정 하나를 남겨준다는 것. 어떤 음악들. 노래하는 사람들. 어떤 영화들. 그들에겐 왕관을 씌워줘야 한다. 8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던 히페르볼레 Hi..
Cosmic Rough Riders 내가 좋아했던 글래스고우 출신의 밴드 코즈믹 러프 라이더스. 오아시스와 이들의 앨범은 지금도 전부 간직하고 있다. 아일랜드 동전 속의 하프가 켈트 음악으로 나를 데려갔고 결국 이들의 음악도 떠올리게 했다. 초창기 이들의 음반들엔 켈트 전통 음악의 느낌이 은은히 묻어 난다. 이제는 액정 속의 버튼 하나만 누르면 어떤 음악이든 재생할 수 있게 되었으니 시디를 꺼내서 들을 일은 별로 없지만 가끔 주말 낮에 컴퓨터가 켜져 있는 순간에는 재생시켜보곤 한다. 2000년도에 유니텔 브릿동 자료실에서 이들의 컴필레이션 앨범을 처음 다운로드하였는데 그 당시엔 라이선스 되지 않는 음반들을 누군가 올려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았었다. 이들은 널리 알려진 밴드가 아니었으므로 앨범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는데 이집트 여행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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