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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10센트 동전 손바닥에 동전이 쥐어지면 습관적으로 뒤집어보게 된다. 다양한 유로 동전에서 언제나 그렇듯 단단한 역마살을 느낀다. 리투아니아의 문장이 새겨진 유로 동전을 제외하고 가장 빈번하게 보이는 것은 독일과 이탈리아의 동전들이다.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이탈리아의 동전 중 프레스코 속의 단테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 비례도는 정말 자주 마주친다. 가까운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동전도 그렇다. 그 나라 국적의 사람이든 그곳을 여행하고 리투아니아에 들르는 사람이든 그곳을 여행하고 집으로 돌아온 리투아니아 사람이든 상대적으로 이들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거다. 동전에 새겨지는 것들은 건축물이나 인물이 가장 많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없는 생소한 건축물이라면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이란 생각이 들..
리투아니아어 58_배고프다 Alkanas 아침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보통 그 시간이면 새로 구운 빵을 내놓는 마트가 있어서 집 앞 마트를 놔두고 그냥 들어갔다. 이런저런 식품들을 주워 담고 잡지까지 한 권 넣고 차례를 기다리는데 지갑이 없었다. 큰 가방 작은 가방을 번갈아 사용하니 가끔 지갑을 옮기는 걸 잊곤 한다. 아 집에 가서 따끈한 빵 먹어야 되는데 결국은 주워 담은 식품들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기가 귀찮아서 장바구니를 맡겨두고 집에서 지갑을 가지고 다시 와서 계산을 했다. 결과적으로 시간을 절약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끔은 그냥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 계산대 옆 진열대에 스니커즈가 딱 한 개 놓여있는데 '배고파요' Alkanas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우리 엄마 세대들이 혼수로 장만해오곤 했다는 카스텔라 제빵기.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 간혹 엄마가 만들어주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 이사를 가면서 버리신 건지 그 이후론 먹은 기억이 없다. 엄마가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서 거품을 내던 모습이 기억에 남았는지 언젠가 친구와 그걸 해 먹겠다고 프라이팬에 따라 하다가 친구 집 가득 연기를 피웠던 적이 있다. 폭신한 카스텔라 대신 달걀 우유 밀가루가 섞여서 질척하게 익은 반죽을 먹었다. 이 음식은 식빵을 토스트 해서 알맞은 크기로 잘라 쌓아 올린 후에 그 위에 달걀과 바닐라 익스트랙트를 넣고 섞은 우유를 식빵이 잠기도록 붓고 물이 담긴 용기 위에 오븐 용기를 넣어서 구우면 된다. 맨 아래 조금 덜 익은 곳에서 친구와 만들었던 그 카스텔라 맛이 났다.
Vilnius 92_대야 타운홀을 지나 구시가의 재래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벼룩시장이 열린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소박하게 탁자 위에 이런저런 물건들을 꺼내 놓고 사과를 먹고 차를 마시고 수다를 떠는 그런 풍경. 벼룩시장에 참여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희소가치 있는 골동품이라기보다는 무엇이든 내다 놓고 팔 수 있는 용기이다. 저런 철제 대야를 보면 허름한 마루가 깔린 방구석에 놓인 철제 대야 거치대(?) 같은 것이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대야를 넣으면 쏙 빠질 수 있게 동그랗게 구멍이 뚫려있고 대야 아래에는 아마 수건을 걸 수 있고 간혹 비누를 놓을 받침 자리도 있다. 뭔가 고흐의 방에 어울리는 그런 풍경이다. 드럭 스토어 카우보이의 맷 딜런이 머물던 여관방에도 냉정과 열정사이의 준세이의 피렌체 집에도 어울릴 거다. 예전에 이집트..
Vilnius 91_오늘 아침 노란 창문이 박힌 벽에 뚫린 그 '어떤 대문'을 지나면 이런 풍경이 나온다. 오늘 아침에 이 곳을 지나왔다. 이제는 새벽 6시 정도만 되면 자명종처럼 새가 지저귄다. 어쩌면 그보다 이른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잘까 깨어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30분 정도가 흐른다. 그러다 잠시 잠이 들면 건너편 건물에 반사되어 들어오는 햇살이 7시 정도를 알린다. 저 나무 뒤로는 정오가 지나면 아주 강한 햇살이 고인다. 하지만 12도 남짓으로 조금은 쌀쌀해서 아직은 옷을 여미고 스카프를 둘러야 하는 이런 아침이 결국 가장 좋다.
리투아니아어 57_ 백야 Baltosios naktys 지난번 빌니우스 도서 박람회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백야가 묶인 도스토예프스키 책 한 권을 샀다. 현금도 없었고 현금 지급기도 없는데 카드를 받지 않는 부스가 많아서 그나마 한 권 유일하게 사 온 책이었는데. 얼마 전에 책장 아래칸에 잡다한 책들과 섞여있는 것을 보고 도스토예프스키의 다른 책들 근처로 옮기려고 보니 위칸에 터줏대감처럼 꽂혀있는 책. 책을 잘 사지도 않는데 같은 책을 두 번 사다니 황당했다. 내가 이들을 몹시 좋아하던가 아니면 기억력이 이제 다 했던가 공부하라는 계시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 50권 남짓되는 주니어용 세계문학전집이 있었는데 신동우 화백이었나 그가 그린 삽화 속의 인물들 얼굴이 꽤나 특색 있었다. 1번은 부활, 2번은 로미오와 줄리엣 3번은 좁은 문 4번이 가난한 사람들 그런 식으..
Night on earth (1991) 지상의 밤... 영어 제목보다 한국어 제목이 조금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지상... 어떻게 들어도 참 멜랑꼴리 하고 센티멘탈하다. 2년이 지나면 이 영화도 30년 전 영화가 되니 지금 이런 영화들을 고전처럼 찾아보고 있을지 모를 나보다 어린 세대들에겐 어쩌면 90년대 후반의 내가 70년대의 스콜세지 영화를 보았을 때와 같은 그런 기분일까. 그런데 80년도에 영원한 휴가를 만든 짐 자무쉬를 스콜세지와 거의 동시대의 감독이라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닐 텐데 이 두 감독을 보고 있으면 마치 임권택과 홍상수 사이에서 감지되는 세대차이가 느껴진다. 짐 자무쉬가 도시 뒷 구석에서 아무도 모르게 파편처럼 부유하는 인물들을 최대한 날 것으로 표현해낸다면 스콜세지는 그런 인물들에 묵직한 표정과 목소리를 부여하며 아주 ..
라일락 어린이 도서관에 카드 게임이 여러가지 있는데 동물 발바닥 연결하기, 수십 종의 고양이 연결하기, 영화 주인공과 영화 연결하기 등등 여러가지 시리즈에 이어 꽃 관련 카드도 나타났다. 이 카드 자체의 촉감도 말랑말랑하고 혹시 향기가 나는 기적이 일어날지 몰라 꼬 끝에 대 봄. 몸은 여전히 추운채로 손 안에 가득 쥐어진 꽃 카드들이 정말 화사하고 따스하게 느껴졌다. 리투아니아어로 올리브를 알리부아게 alyvuogė 라고 하는데. uogė, uogas는 열매, 베리 뭐 그런 단어로 쓰이니깐 풀어 말하면 alyva 나무의 열매라는 것이다. 게다가 리투아니아에서는 라일락을 alyva 라고 부른다. 그게 항상 이해가 안됐는데 실제로 라일락이 올리브 계열이란다. 라일락의 고향은 발칸 반도라고. 라일락 꽃과 연결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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