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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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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레일드 Derailed> Mikael Håfström (2005) 나는 이 배우의 이름을 클라이브 오웬이라고 쓰고 영국인 제라르 드 파르디유라고 읽기로 했다.'겉만 멀쩡하고 뭔가 응큼하고 엉성하다'라는 이미지가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완전히 굳어졌는데사실 이 영화는 내가 지금까지 보아 온 그의 몇몇 영화들 보다 훨씬 이전에 만들어진 나름 괜찮은 옛날(?)스릴러인데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이후의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이 영화에서 구축된 이미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제라르 드 파르디유는 누구와도 유사하지 않은 나름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졌지만 이 두 배우가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은 뭔지 너무 흡사하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내가 억지로 갖다 붙이는 걸수도 있다.ㅋ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낙타의 표정과 어정쩡한 동공의 위치는 말할것도 없고뭉툭한 콧날은 한대 때려주고..
Captain Phillips (2013) 엘리자베스 테일러나 카트린느 드뇌브 같은 배우들이 한때 절대미의 기준이었고 많은 이들의 뮤즈였겠지만 더 아름답고 멋있게 나이 들어가는 배우는 캐서린 키너나 샤를롯 램플링 같은 배우들 같다.중성적인 생김새와 낮은 톤의 목소리, 목소리에 객관적 혹은 중립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게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정이 절제된 캐서린 키너의 목소리는 항상 상황을 관조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위험에 처한 남편과의 절절한 통화나 무사 귀환한 남편과 온 가족이 부둥켜 안고 조우하는 뻔한 장면은 없었고 캐서린 키너가 톰 행크스와 나누는 짧고 굵은 포옹과 남편을 내려주고는 쌩하고 사라지는 첫 장면은 마치 3인칭 관찰자의 느낌을 주는 캐서린 키너의 무덤덤한 시선까지 더해져서 이 영화가 평범한 미국 시민의 영웅담을 보여주는..
베르사유 Versailles http://www.1001beforeyoudie.com 이라는 사이트.가끔 서점에 들를때마다 습관적으로 훑어보는 책들 중 하나인 '죽기 전에'시리즈를 모아놓은 곳이다. 예쁘장한 다이어리들과 함께 서점 계산대 주변에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비치되어 있는 약간의 정크푸드 냄새가 가미된 책들. 아마존에서 싼 가격에 운좋게 구입하면 모를까 제 값을 주고 살 생각을 하면 왠지 아까워서 결국은 그냥 놓아버리고 마는.한편으로는 '수박 겉 핥기'식의 장식용 책이라는 생각도 들지만오리지널 포스터들과 매끈한 사진들이 빼곡히 들어 차있는.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서 나름 유용한 책인것도 같다.사실 우리가 가진 시간의 의미를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그것은 보다 많은것을 경험하기 위해 주어진 시간이라기 보다는보다 많은것..
<투 마더스 Adore> Anne fontaine (2013) '나이 들어도'라는 속좁은 수식어는 덧붙이지 말자.90년대 헐리우드 여배우 이미지를 지녔지만 파니 아르당 같은 프랑스 여배우의 우아함도 지닌 아름다운 로빈 라이트이다.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교보문고에 수입 오리지널 영화 포스터를 파는 코너가 있었다.중학생에게 수입 포스터들은 너무 비쌌고 아쉬운대로 한 두장씩 사오곤 했던게 바로 포스터 근처에 놓여진 영화 엽서였는데실제 영화 포스터보다 훨씬 감각적이고 강렬했으며 마치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한 장처럼 완전 오리지널 분위기를 풍겼다.개인 소장품으로 회고전에 대여된 옛날 한국 영화의 포스터들처럼 혹은 밀러 맥주에 붙어있는 Genuine draft 표기처럼 말이다. 비닐도 채 벗겨지지 않은채 서랍속에 쌓여갔던 나의 엽서들은 누구에게로 보내졌는지 한 장도 ..
파리의 마네킹 어딜 여행하든 마네킹을 만났다.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그들을 만난다. 우리는 매일 똑같은 포즈로 지루하게 서있지만 단 한번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자기 의무를 다하는 충실한 마네킹 서너명 정도를 친구로 두고있다. 그들 곁을 스쳐지나가는 그 찰나의 순간에 우리는 그 딱딱한 플라스틱 몸뚱아리에 우리의 모습을 망설임없이 구겨넣는다. 살아서 걸어다니는 사람이 많은 동네일수록 그들의 개수도 함께 늘어난다. 타인과의 접촉 면적이 넓어질수록 스스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날카로워진다.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자신의 모습은 나와 똑같이 생긴 말없는 마네킹과 다르지 않다. 공장을 빠져나와 폐기되는 순간까지 그들은 몇번의 옷을 갈아입을까.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제 자리에서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무거운 코..
<드라이브 Drive> Nicolas Winding Refn (2011) 라이언 고슬링은 얼핏 조셉 고든 래빗과 계속 헷갈리다가 이제서야 정확하게 이름과 생김새가 매치되기 시작했다.둘 중의 하나를 남은 하나와 착각한 적은 없지만 이들은 아무리 주연으로 출연해도 내 인상에는 남지 않는 공통점이 있었다.배우들이 무게를 잡는 영화를 보면 특히 그것이 남자들의 영화라면 자동적으로 마이클 만의 를 떠올리게 된다. 역의 비중과는 상관없이 모든 배우들이 존재감 있는 연기를 펼쳤던 를 보며 항상 감독의 역량에 대해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배우들이 그의 영화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것은 아닐것이다.영화를 볼때마다 캐스팅에 대한 과대 망상에 빠져드는 나로써는 오늘도 변함없이 명감독을 위한 캐스팅 목록을 작성한다.난 를 보고 조셉 고든 래빗에서 라이언 고슬링을 구별해 낼 명분을 찾았고 마이클 ..
Disconnect (2013) 90년대의 피시 통신 유니텔부터 현재의 카카오 톡까지. 내가 웹상에 남기는 글들과 인터넷과 스마트 폰을 통한 소통에 유난히 관심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현실에서 맺어진 관계를 그대로 사이버 상으로 옮아가는 패턴과 반대로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한 각종 공식을 현실이라는 실험실로 옮겨가는 패턴. 그리고 실생활이면 실생활, 웹이면 웹으로 하나의 공간에 고정된 인간관계도 있다. 겉뜨기 안뜨기처럼 규칙적으로 짜이던 이전의 인간관계와 달리 요즘의 그것은 뭐랄까 복잡한 패턴의 수편물 같기도 하고 코가 빠져서 헝클어졌거나 벌레 먹어서 구멍 난 스웨터 같기도 하다. 현재의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대화의 루트를 가지고 있고 필요 이상의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자신이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것들을 아낌없이 쏟아내..
베르겐행 티켓을 사고 사실 전자책 구입기를 쓰려는것은 절대 아니지만 나의 미니미 스마트 폰으로도 이 정도 크기의 글자로 적힌 책을 읽을 수 있다니 기분은 좋다. 생각해보니 난 절대 책벌레는 아니다. 어릴때 그나마 읽은 고전들은 초중생들을 상대로 쉽게 편집된것들이 많았고 그나마 작품명과 작가명 등장 인물들은 나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줄거리도 감상도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도 책을 읽고 싶다는 (정확히 말하면 책을 많이 읽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던때가 또렷하게 기억난다. 바로 6학년때 우리 반의 어떤 남자 아이가 감동적으로 읽은 책을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 라고 했을때. 선생님께서는 '그 책은 너가 읽기에는 아직 어려운 책이지 않을까' 라며 놀라셨을때 였다. 난 그 남학생이 나름 멋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