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휴가 (909) 썸네일형 리스트형 Vilnius 11_뜨거운 와인과 크리스마스 내일이면 리투아니아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24일 저녁에 온 가족이 '크리스마스 이브 식탁'에 둘러 앉아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시작하지만 재작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 이브는 정식 공휴일이 아니었다. 24일이 평일일경우 대부분은 단축 근무를 하고 저녁때에 맞춰 부랴부랴 고향으로 떠나는 식이었는데 작년부터 크리스마스 이브가 정식 공휴일이 되었으니 공식적으로 크리스마스 당일 그리고 크리스마스 세컨드 데이까지 합해서 3일간의 휴일이 주어지게 된셈이다. 연간 4주라는 법정 유급 휴가가 주어지는 리투아니아에서 올해는 많은 이들이 쾌재를 불렀다. 23일이 월요일이고 27일이 금요일이니 조율이 가능한 사람들은 지난 21일부터 29일까지 황금연휴를 만끽하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다른 나라에서.. <투 마더스 Adore> Anne fontaine (2013) '나이 들어도'라는 속좁은 수식어는 덧붙이지 말자.90년대 헐리우드 여배우 이미지를 지녔지만 파니 아르당 같은 프랑스 여배우의 우아함도 지닌 아름다운 로빈 라이트이다.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교보문고에 수입 오리지널 영화 포스터를 파는 코너가 있었다.중학생에게 수입 포스터들은 너무 비쌌고 아쉬운대로 한 두장씩 사오곤 했던게 바로 포스터 근처에 놓여진 영화 엽서였는데실제 영화 포스터보다 훨씬 감각적이고 강렬했으며 마치 지구상에 남은 마지막 한 장처럼 완전 오리지널 분위기를 풍겼다.개인 소장품으로 회고전에 대여된 옛날 한국 영화의 포스터들처럼 혹은 밀러 맥주에 붙어있는 Genuine draft 표기처럼 말이다. 비닐도 채 벗겨지지 않은채 서랍속에 쌓여갔던 나의 엽서들은 누구에게로 보내졌는지 한 장도 .. 파리의 마네킹 어딜 여행하든 마네킹을 만났다.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그들을 만난다. 우리는 매일 똑같은 포즈로 지루하게 서있지만 단 한번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자기 의무를 다하는 충실한 마네킹 서너명 정도를 친구로 두고있다. 그들 곁을 스쳐지나가는 그 찰나의 순간에 우리는 그 딱딱한 플라스틱 몸뚱아리에 우리의 모습을 망설임없이 구겨넣는다. 살아서 걸어다니는 사람이 많은 동네일수록 그들의 개수도 함께 늘어난다. 타인과의 접촉 면적이 넓어질수록 스스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날카로워진다.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자신의 모습은 나와 똑같이 생긴 말없는 마네킹과 다르지 않다. 공장을 빠져나와 폐기되는 순간까지 그들은 몇번의 옷을 갈아입을까.누군가의 도움없이는 제 자리에서 한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무거운 코.. <드라이브 Drive> Nicolas Winding Refn (2011) 라이언 고슬링은 얼핏 조셉 고든 래빗과 계속 헷갈리다가 이제서야 정확하게 이름과 생김새가 매치되기 시작했다.둘 중의 하나를 남은 하나와 착각한 적은 없지만 이들은 아무리 주연으로 출연해도 내 인상에는 남지 않는 공통점이 있었다.배우들이 무게를 잡는 영화를 보면 특히 그것이 남자들의 영화라면 자동적으로 마이클 만의 를 떠올리게 된다. 역의 비중과는 상관없이 모든 배우들이 존재감 있는 연기를 펼쳤던 를 보며 항상 감독의 역량에 대해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배우들이 그의 영화속에서 빛을 발할 수 있는것은 아닐것이다.영화를 볼때마다 캐스팅에 대한 과대 망상에 빠져드는 나로써는 오늘도 변함없이 명감독을 위한 캐스팅 목록을 작성한다.난 를 보고 조셉 고든 래빗에서 라이언 고슬링을 구별해 낼 명분을 찾았고 마이클 .. <디스커넥트 Disconnect> 헨리 알렉스 루빈 (2013) 90년대의 피시 통신 유니텔부터 현재의 카카오 톡까지. 내가 웹상에 남기는 글들과 인터넷과 스마트 폰을 통한 소통에 유난히 관심이 많아지는 요즘이다.현실에서 맺어진 관계를 그대로 사이버 상으로 옮아가는 패턴과 반대로 사이버 공간에서 발생한 각종 공식을 현실이라는 실험실로 옮겨가는 패턴.그리고 실생활이면 실생활, 웹이면 웹으로 하나의 공간에 고정 된 인간관계도 있다.겉뜨기 안뜨기처럼 규칙적으로 짜이던 이전의 인간관계와 달리 요즘의 그것은 뭐랄까 복잡한 패턴의 수편물 같기도 하고 코가 빠져서 헝클어졌거나 벌레 먹어서 구멍 난 스웨터 같기도 하다.현재의 우리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나 많은 대화의 루트를 가지고 있고 필요 이상의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자신이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것들을 아낌없이 쏟아내지만 새.. 베르겐행 티켓을 사고 사실 전자책 구입기를 쓰려는것은 절대 아니지만 나의 미니미 스마트 폰으로도 이 정도 크기의 글자로 적힌 책을 읽을 수 있다니 기분은 좋다. 생각해보니 난 절대 책벌레는 아니다. 어릴때 그나마 읽은 고전들은 초중생들을 상대로 쉽게 편집된것들이 많았고 그나마 작품명과 작가명 등장 인물들은 나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지만 줄거리도 감상도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도 책을 읽고 싶다는 (정확히 말하면 책을 많이 읽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던때가 또렷하게 기억난다. 바로 6학년때 우리 반의 어떤 남자 아이가 감동적으로 읽은 책을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 라고 했을때. 선생님께서는 '그 책은 너가 읽기에는 아직 어려운 책이지 않을까' 라며 놀라셨을때 였다. 난 그 남학생이 나름 멋있었다고.. 파리의 알 파치노 제대로 발음도 못하는 불어 명칭을 이렇게 가끔씩이나마 써내려 가다보면 지도 속 그 명칭을 읊조리며 걸었던 파리의 구석구석이 떠오른다. 배우고 싶은 언어가 여럿있지만 교재를 통한 학습이 아닌 반복적인 노출로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싶은 언어가 있다면 불어이다.우리가 세뇌된 파리의 로맨틱이 매체의 장난이 아닌 보편성이라는것을 확인 하고픈 욕망의 중심엔 불어가 가진 자존감이 있다. 센강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조르쥬 퐁피두 대로 Voie Georges Pompidou 의 끝과 함께 시작되는 거리 Av de New York.Palais de Tokyo 를 나와 콩코드 광장 Place de ra Concorde 으로 향하는 그 여정의 끝에는 그렇게 프랑스와 미국의 우호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뉴욕이라고 명명된 거리가.. 파리의 모나리자 파리 여행 중 생각지도 못한 많은 이들과 마주쳤다. 그들 중 만남이 예정되어있던 이는 모나리자뿐이었다.유리관 속에 꼭꼭 박제된 그를 혹은 그녀를 사무치게 만나보고 싶었던것은 아니었다. 단지 세계 각국에서 배낭과 트렁크를 끌고 모여드는 로드 매니져들과 이미 은퇴한 퇴역 매니져들까지 합세해서 '오늘은 꼭 모나리자를 만나셔야 합니다. 일단 모나리자만 만나보십시오. 밀로의 비너스는 물론 앵그르의 목욕하는 여인들도 옵션으로 만나실 수 있어요. 참! 세계사 시간에 배우신 함무라비 법전도요' 라고 무언의 압력을 넣었던것이다.난 늦장을 부리다 오후 세시가 다 되어서야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일곱시까지 허용되는 그(그녀)와의 면담에 늦지 않기위해 박물관 지도를 손에 꼭 쥔 채 거대한 루브르에서 앞만보고 걸었다.그일지 모.. 이전 1 ··· 103 104 105 106 107 108 109 ··· 114 다음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