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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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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saw 06_마주르카 연주회 바르샤바에는 소규모 쇼팽 연주회가 많단다. 친구가 예약을 해서 우리도 갔다. 10명 남짓한 관객에게 폴란드 전통 술도 제공된다. 금요일 저녁이었다. 바르샤바의 올드타운은 북적북적했지만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늘상 금요일은 다른 약속을 안 잡고 이곳와서 피아노 연주를 듣는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쇼팽 연주회니 연주곡이 무엇일까 참 궁금했었는데 마주르카 전곡을 쳤다. 연주자가 마주르카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을 하더니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 어떤 영화들 보면 좀 어리숙하고 수줍은 이웃이 '나 공연하니깐 보러 올래..?' 해서 가보면 아방가르드 연극을 하고 있다던가 하는 그런 장면들이 있다. 이 작고 소박한 쇼팽 공연에서 약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아랫집에 사는 레이첼 와이즈 같은 풍성한 머리 카락을 가..
Warsaw 05_리스본의 이발사 리스본의 이발사는 이름이 뭐였을까.
Warsaw 04_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 바르샤바 여행은 대사관 방문과 친구 만나기가 주목적이었다. 그냥 여기저기 걸어 다니다 눈에 띄는 카페를 많이 방문했으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생각만큼 다양한 카페에 가진 않았다. 위가 줄어들었는지 남이 해주는 음식을 먹으며 하릴없이 지내는 며칠간 배가 항상 불렀는지 커피 생각도 디저트 생각도 잘 안 났다. 저녁 먹고 카페에 가서는 커피 생각도 안나서 허브차를 마시곤 했다. 바르샤바로 떠나기 전에 딱 한번 카페 검색을 했는데 stor라는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스톨리츼나야라는 보드카 브랜드의 stoli 로고가 계속 떠올라서 뭔가 stolichnaya와 store를 결합하며 술 저장고 같은 어감이 있었던 카페. 이름에 관한 몇 번의 농담을 하고 그렇게 잊혀졌다. 몇년 만에 오후 1시까지 질퍽하게 늦잠을..
Warsaw 03_여전히 그 자리에 가고 싶었지만 공휴일이라서 문을 열지 않았던 14년 전의 티샵. 티샵은 모스크바에서 처음 봤고 하얼빈에서는 철관음과 재스민 차 같은 것을 지속적으로 사서 마셨고 빌니우스에도 티샵이 있어서 첫 해에는 차례차례 모든 차와 커피콩들을 맛보는 것에 큰 즐거움과 행복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빌니우스에서 떠나는 첫 여행지에서 만난 티샵이 정말 너무 반가웠더랬다. 그때 이 거리엔 전통 장날 같은 것이 열려서 폴란드 전통음식도 팔고 브라질 삼바 춤 복장을 한 한 무리의 여인들이 열정적으로 거리를 통과하고 있었는데 문이 닫혀있어서 너무 아쉬웠다. 어디에서 잠을 자는지도 모른채로 떠나온 여행. 친구가 잡은 숙소는 이 거리에서 굉장히 가까웠고 그렇게 마치 의도한 것처럼 이 찻가게에 드디어 방문할 수 있었다.
Warsaw 02_바르샤바의 우육면 네 번째 폴란드행이지만 세 번 모두 도착해서 당일 딴 곳으로 야간 이동을 했으니 바르샤바에서 숙박을 한 적은 처음이다. 그래서 때 되면 점심 먹고 저녁 먹고 메뉴를 고르던 기억은 없고 그냥 새벽에 버스 타고 도착해서 걸어 다니다가 맥도널드나 마트 같은 데 가서 아침을 먹었던 기억이 가장 또렷하게 남았다. 중국인들은 정말 한자를 잘 쓴다. 자기 나라 글자라곤 하지만 필체 확인이 가능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자를 잘 썼다. 폴란드도 역시 독일이나 네덜란드처럼 뭔가 대대로 뿌리내린 베트남계 중국계 이민자들이 많다는 게 느껴졌다. 마지막 날 짐 싸가지고 역을 향하는 도중에 들어갔던 중국 식당. 고를 것도 없이 난 제일 첫 번째 우육면을 먹었다. 국물이 맛있어서 밥 생각이 날까 봐 공깃밥도 시켰는데 주시기도 많이..
리투아니아식 서양 자두 잼 만들기 2주 전쯤 마트의 할인 광고인데. 마트들이 가끔 이상한 방법을 써서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는데 바로 이런 식이다. '특가 (Super kaina) 푸른 자두, 54프로 할인' 이라고 쓰여있으나 할인된 가격은 적혀있지 않고 자두는 온데간데없다. 그리고 그 아래 아주 정직하게 2.79 유로라고 쓰여있는 엄청난 물량의 과일은 알고 보면 그 할인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복숭아라는 것. 착각하고 얼떨결에 좀 더 비싼 복숭아를 사게 하려는 건지 괜히 이런 꼼수를 쓰다가 자두마저 못 팔게 되는 건 아닌지 가끔 의문이 생긴다. 어쨌든 자두잼은 시판 제품이 거의 없고 텃밭이 있는 사람들이 주지 않으면 먹기도 힘들어서 이런 기회가 오면 보통 잼을 만들어 먹는다. 복숭아를 미련 없이 지나쳐서 자두를 찾아 나섰다. 껍질을 따로 ..
리투아니아의 게으름뱅이 케익, 팅기니스 Tinginys 짧은 바르샤바 여행에서 함께 돌아온 커피콩을 개시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케익이라도 만들어서 같이 마시자 결심하고 얼마전부터 벼르던 리투아니아의 케익, 팅기니스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여름에 빌니우스에 오셨었던 이웃 liontamer 님이 서울로 귀환하시면서 몇 조각 챙겨가셨던 팅기니스. 그 이후로는 마트나 카페에서 이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6월을 떠올리게 된다. 아주 오래전에 리투아니아의 게으름뱅이 케익 레시피 (https://ashland.tistory.com/277 ) 를 올린적이 있지만 사실 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진정한 팅기니스 조리법은 아니고 오븐을 사용하지 않고 재료를 쌓아 올려서 굳히는 방법 때문에 그냥 게으름뱅이 케이크라 이름을 붙였었다. [리투아니아음식] 오븐없이 냉장고만으로 리투아니아 ..
이탈리아의 5 센트 파스타와 동전에 새겨진 로마의 콜로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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