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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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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90 내가 아는 가장 정다운 노란 창문이다라고 말하고 싶다가도 빌니우스 어딘가에 또 내가 모르는 노란 창문이 있을 수도 있을까? 생각한다. 이제는 도서관이 수리를 해서 더이상 삐그덕거리는 마룻바닥을 걸을 일이 없지만 예전에는 그 마루 위를 조심조심 걷다가 창 밖으로 눈을 돌리면 항상 저 창문을 마주치곤 했다. 최고 기온이 18도까지 올라갔지만 나는 여전히 춥다. 개나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도 가장 부지런한 꽃덤불은 노랑이다. 가로수 아래로 파릇파릇 새싹이 돋는 것도 보인다. 곧 민들레도 나타나겠지. 밤나무에도 꽃봉우리가 올라왔다. 그러고나면 라일락이다.
Vilnius 89_어떤 대문 빌니우스 구시가에도 곳곳에 지름길이 있다. 모르는 건물의 중정을 용감이 들어섰을때, 질퍽한 진흙길에 신발을 망가뜨릴 것을 감수하고 변변한 조명 하나 없는 컴컴한 남의 마당에 들어갔다 되돌아 나오는 수고를 귀찮아 하지 않을때 비로소 찾아지는 것들. 그들만의 통로. 구시가의 아도마스 미츠케비치우스 도서관과 리투아니아 영화 박물관 마당을 구분하고 있는 이 문은 사실 숨어있다고 하기에도 너무나 장엄하지만 멀리 저만치 떨어져있는 두 성당을 게임 속 포털처럼 연결해주는 문이다. 조금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 항상 저 성당을 등지고 이 문이 열렸나 확인한다.
Vilnius 88_오렌지 씽씽 요즘 빌니우스에 새롭게 나타난 녀석들. 너무 엉뚱한 곳에 서있는 경우가 많아 깜짝깜짝 놀란다. 종종 걷기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 정말 거짓말처럼 눈 앞에 서있는 이들을 보면 잡아타고 싶다 생각하지만 어플 설치하는것이 귀찮아서 계속 미루고 있다. 기본 요금 0.5유로. 1분마다 0.1유로씩 추가되는 공유 씽씽이다. Citybee 는 리투아니아의 공유 경제 기업이다. 몇년 전 부터 자동차를 가동시키더니 나름 정상 사업 궤도에 안착했다보다. 어플을 켜면 아마 서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씽씽을 보여줄거고 이제 그만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비교적 정상적이고 정직한 느낌이 드는 장소에 착하게 세워놓으면 될 것 같다. 아마 그럴거다.
왕좌의 게임 시즌 8을 기다리며 잡담 마지막 시즌을 남겨두고 있는 왕좌의 게임. 8년간 방영되었던 일곱 시즌을 한 달 동안 몰아서 보았다.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새 시즌 시작하기 전에 다 보려고 마치 1분 남은 투명의자를 하는 심정으로 팔다리를 빌빌 꼬며 보았다. 반칙왕에서 송강호가 벌 서면서 난닝구를 물고 버티는 것 같은 느낌이라면 딱이다. 잘 이해도 안되고 별로 재밌다는 생각도 들지 않아 몇 년 전에 시즌 1을 중반까지 두 번 보다가 말았다. 다행히 8년 동안의 내용 전개를 모르는 상태에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시즌이 영영 시작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 기분은 뭘까. 나는 왜 뭔가가 결론이 나는 것이 이토록 싫은걸까. 마지막 시즌이 다 끝나면 그때가서 다 몰아볼걸 그랬다는 생각도 문득 든다.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이..
Big night (1996) 학창 시절의 기억들은 아직 생생해서 20년이라고 해봐야 그다지 오래 전 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데 이런 영화가 무려 23년 전 영화란 것을 인지하고 나면 시간이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는건지 멈칫하게 된다. 어떤 영화를 보고 가슴 속에 남는 감정들이 살아있는 사람과의 교감만큼 진하고 지속적이라는것에 항상 놀란다. 이 영화는 97년도에 영화 잡지의 시사회에서 보았다. 마치 레스토랑 메뉴판처럼 생긴 멋진 시사회 입장권을 나눠줬었는데 그런 것들을 좀 놔둘걸 하다가도 지금도 여전히 뭔가 지속적으로 버리며 조금 더 남겨둬야 할 것과 이제는 가슴에 새겨져서 버릴 수 있는것들을 구분하는 스스로를 보면 남겨둘걸 하는 생각을 하며 기억하게 되는 그 순간의 아쉬움이 추억의 가치라는 생각도 든다. 이 영화를 아주 여러 번 보았고..
Berlin 36_베를린 초우민 여길 뭐라고 불렀지. 격주로 열리는 축제 같았는데. 타이 파크였나. 한 마디로 넓은 공원에서 동남아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 장사꾼들도 그냥 손수 챙겨 온 돗자리를 펴고 낚시 의자 위에 앉아서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놓고 음식을 만든다. 저 볶음 국수는 인도여행 내내 먹었던 초우민과 거의 흡사했다. 인도에 다시 가면 먹고 싶은 것은 커리도 아니고 어둑어둑해진 뒤에도 그냥 골목 귀탱이에 곤로 하나만 놓고 만들고 있던 초우민 왈라(?)의 초우민. 베를린에서는 우리 차례가 되자 한 그릇 정도의 분량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갑자기 새 면을 추가로 넣고 볶기 시작했다. 그래서 조금 더 기다렸었고 그래서 좀 더 맛있었겠지. 저 공원에서 한참을 널부러져 있었다.
Berlin 35_Berlin cafe 10_Bonanza 로 가는 길 이란 제목이 사실 더 어울리겠다. 영화 커피 인 베를린 생각에 잠겨 있던 며칠로 인해 다시 떠올려보는 베를린 카페들. 봄이 가까워지면서 몸이 자연스레 5월의 기후를 감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낯선 여행지를 두 번, 세 번 방문할 기회가 생겼을때 그래 이왕이면 조금은 다른 시기에 찾아가서 도시의 다른 풍경을 보는 것도 괜찮을거야 생각하지만 그 때 그 여행이 완벽했다고 느낀다면 굳이 그럴거 없이 그냥 비슷한 시기에 가는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베를린은 그냥 항상 5월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영양가 없음으로 인해 가장 고가치를 지니는 농담들을 하며 어딘가에 널부러져 있고 싶다. 카페 보난자는 이름에서부터 뭔가 빨리 찾아가야할 것 같은 포스를 풍겼던 카페이지만 계속 다른 카페들..
Supersonic (2016) Supersonic_2016 한국어를 배우는 친구가 얼마 전에 말했다. '6월에 런던에 BTS 보러 또 가요! 공연을 어디서 하는 줄 아세요? 웸블리요!!' 정말 놀랐다. 웸블리라니. 영국에 입성하는 밴드라면 유럽 리그 축구팬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경기장. 필드까지 십만 명은 족히 들어차는 그 거대한 스타디움에 한국 가수가 공연을 하다니 그건 다소 충격적이었다. 퀸의 전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그렇게나 히트를 쳤으니 이제 한국인들에게도 낯선 장소가 아닐텐데 한국에서는 별로 기사화 되지 않는가 보다. 영화 초반과 엔딩을 장식하는 퀸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이 치뤄졌던 곳이 바로 웸블리 경기장이다. 나도 한때 이 경기장에서 누군가의 콘서트를 보고 싶어했었다. 오아시스의 2000년 웸블리 공연은 Famili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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